나는 100살, 당신에게 할 말이 있어요 - 100년간의 삶을 통해 얻은 지혜의 메시지
엠마뉘엘 수녀 지음, 백선희 옮김 / 마음산책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산다는 것은 무언가를 '선택'하는 일의 연속이다. 어쩌면 우리 모두의 삶이란 궤적은 그런 선택의 발자취들인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삶을 선택으로 이끄는 사람들이 있다. 언뜻 생각나는 사람들 소로우와 스콧 니어링과 그리고 여기 엠마뉘엘 수녀님이 계시다. 100살을 한달 앞두고 돌아가셨다고 한다. 사실 이 책에 대한 기대는 별로 없었다. 내가 신앙이 있는 것도 아니요, 종교조차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표지의 저 나이드신 수녀님이 커다란 책을 무릎에 놓고 손가락으로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은 자꾸 눈이 간다. 종교적인 공감은 없더라도 수녀님이 사람이라는 이유로 나 역시 사람이라는 이유로 우리는 충분히 통했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우리 인간들은 사랑없이는 살 수 없는 존재인가 보다. 사랑에 대해 비교적 냉소적인 나이지만 많은 책들을 통해서 그리고 많은 사람들의 고민과 고통의 근원은 결국 사랑받고 싶은 욕구때문이 아닌가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결혼을 택하는 이유도 누군가로부터 온전한 사랑을 받고 싶어서일 것이다. 엠마뉘엘 수녀님이 스무살에 수녀원으로 들어간 이유도 하나님과의 전적이고 영원한 사랑을 택했기 때문이었다. 재밌는 것은 수녀님 역시 어떤 남자에게 끌렸던 순간이 있었고 다행스럽게도(?) 자신의 선택을 끝까지 지킬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 부분을 읽으며 참으로 소탈하고 재밌는 구석이 있는 분이란 생각을 했다. 또 그런 누군가로부터의 전적인 사랑이 있었기에 자신의 전 생애를 걸쳐 넝마주이들을 위해 낮은 곳에서 그와 같은 삶을 살 수 있었던 것이겠지.  

 오히려 그런 인간적인 고뇌들을 확인해서 이 분에게 더 정이 가는 것 같다. 수녀가 쓴 책은 처음 읽는데 수녀가 되는 과정이나 그 과정에서 하게되는 맹세, 고뇌 등등을 엿볼 수 있어 나는 이 책이 좋았던 것 같다. 우리와 같은 속세의 사람들이 하는 고민들을 하지 않아도 되니 더 넓은 시야에서 자신의 온 힘을 쏟아내며 살 수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속세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삶을 선택하며 살기 힘든 이유는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행복한 삶을 살았다고 말하는 수녀님의 마지막 모습이 짠하다. 하지만 그것은 죽음의 어두움이 아닌 평온함, 평화 그 자체이다. 다른 번역서들이 더 있는 것 같은데 찾아서 읽어야겠다.  

 많은 구절들 중에 다음의 구절이 나는 가장 기억에 남는다. 다른 사람을 판단하지 말라는 말.. 모든 인간은 존중되어야 한다는 말.. 명심해야겠다.  

"판단하지 말라." 이 문장을 나는 수감자들을 찾아다니면서 훨씬 더 잘 이해했습니다. 나는 그들을 상황에 가로막힌 형제나 자매들로 보았습니다. (중략) 

 파스칼은 언젠가 모든 걸 요약하는 표현을 썼습니다. "인간의 위대함과 비참함". 그는 단지 악인들을 두고 말한 것이 아니라 모든 인간에 대해 말한 것이었지요. 모든 남자, 모든 여자는 나쁜 일을 할 수 있으며, 더할 나위 없이 관대한 행동도, 최고로 영웅적인 행위도 할 수 있다는 말이지요. 같은 사람이 말입니다. (p.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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