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한 것은 국문과 교수를 아버지로 둔 가정도 자식이 아버지의 뒤를 이어 학자의 길을 걷겠다고 했을 때 법대를 가라고, 인문학을 해서는 살기 힘들다고 극구 반대했다는 것이었다. 

인문학에 대한 동경이 늘 있는 나는 자식이 그런 길을 가겠다고 하면 열렬히 환영하며 뒷바라지 해줄 생각인데... 아이가 학교를 다니게되면 또 다른 생각이들까.

지적 호기심과 허영이 많은 나는 이 책이 참 좋았다.  

스물 언저리의 나를 떠올리며 참 긴 시간을 용케도 잘 지나왔구나 안도의 한숨을 쉰다. 이 책을 읽노라니 그 강의실에서 어렸던 내가 영원히 살아있을 것만 같은... 

읽어보고 싶은 책은 표지만 익숙한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


실용의 시대, 잉여를 위해. p.226





맥도날드 할머니를 모티브로 쓰여진 소설인데 거의 사실을 그대로 써놓은 것 같다. 노숙 생활을 하면서도 품위를 잃지 않았다,로만 결론이 흐르지 않아서 좋았다. 자신이 세상의 주인공이듯 다른 사람들도 자신의 인생에서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레이디는 끝내 알지 못했다. 한은형 작가의 인스타그램에는 음식이나 식재료 이야기가 많이 올라온다. 이 책에도 그런 묘사 부분이 많이 나온다. 

조선호텔 식당 나인스게이트나 호텔목욕탕이 궁금해진다. 








어떤 소설들은 원문을 찾아보고 싶다. 언어가 사건의 실체에 얼마만큼 가닿을 수 있을까. 언어는 진실의 어느 부분을 그려낼 수 있을까. 눈감고 그저 일부만을 손으로 더듬어 느낄 수 있는 정도의 이해. 어쩌면 전부를 알지 못하기에 더 좋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 

이 멋진 책을 왜 이제서야 읽게 된거지.










내 안에는 여행을 떠나고 싶다며 먼 지역을 동경하는 방랑을 좋아하는 나와, 집에서 줄곧 책만 읽는 것으로 만족해하는 내가 서로 싸우며 동거하고 있는 듯했다. p.16


어린 시절부터 꿈꿨던 외국 문화에 대한 동경이 이 책 여기저기에서 나온다. 그렇기에 저자는 아마도 훌쩍 그 시대에 외국으로 유학을 떠날 수 있었으리라... 그 동경에 마음이 아릿해오면서 인생 내내 책과 함께 했던 저자의 이력을 더듬어가는 나의 시간도 충만했다. 책 표지가 참 예쁘다.






내가 기계가 아닌 필멸의 존재임을 자각하는 순간.. 나의 시간이 바로 여기, 현재에 존재한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이 앞으로 더 많아지길.. 우주정신의 일부로 태어나 그 아득한 세계로 돌아가는 그 날까지 살아 숨쉬며 많은 것들을 느낄 수 있길. 










김영하 북클럽 선정도서였다. 아주 오래전에 읽었던 기억이 있다. 다시 읽으니 이제는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가 보였다. 갖은 지혜와 임기응변으로 수용소에서 기적처럼 살아남은 아버지는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살아남지 못했다. 살았다는 자책감이 죽는 순간까지 한시도 떠나지 않았을 것이다. 임 레 케르테스의 <운명>도 사뒀는데 마음이 무거워질까봐 시작을 못하고 있다. 









이 책도 북클럽 선정도서. 빌 브라이슨의 책은 거의 다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은 왜 패스했었는지 모르겠다. 제목이 '거의 모든 것의 역사'인데 역설적이게도 인간이 알고 있는 것은 아주 극소수의 것이며 아이러니하게도 우리자신, '인류'의 역사를 가장 모르고 있다는 것. 과학사를 개괄적으로 다루면서 기이한 과학자들의 에피소드를 읽다보면 오백여 페이지가 지루하지 않다. 







 

기록차원에서 옮겨본다. 6권은 할머니의 죽음, 알베르틴의 방문, 레스토랑에서 생루와 친구들과의 만남, 게르망트 댁의 만찬, 샤를뤼스 댁 방문, 공작 부인의 빨간 구두라는 여섯 장면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작품해설 그대로 인용) 5권에서 샤를뤼스남작의 놀랄만한 제안이 뭔가 궁금했는데 내가 놓친건지 제대로 인지하지를 못했다! 너무 천천히 읽는 것의 폐해.. 게다가 읽은지가 오래되어 내용도 가물하다. 어쨌든 7권으로 나아가자. 








읽는 내내 그리스인 조르바가 생각났다. 나와는 다른 영역의 사람과 함께 했던 어떤 시기 특히 젊은 날의 어떤 시기들이 떠올랐다. 안드레 애치먼의 작품은 처음 읽어보았는데 다른 작품들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3월 코로나 정점일 때 우리집도 이를 피해가지 못하고 줄줄이 온가족 확진이 되었다. 불필요한 외출은 거의 하지 않았는데도 가족 중 한명이 확진되니 어쩔 수 없이 어린 딸까지... 어른들은 괜찮았는데 아이는 후유증으로 두드러기, 발진으로 대학병원까지 다녔는데 다행히 한달 정도 지나니 괜찮아졌다. 그리고 생각보다 꽤 아팠다. 진통제로도 낫지 않는 두통이라니. 그래서 거의 한달을 날려먹고 책도 당연히 읽지 못했다. 정신차리고 보니 여름이 코앞... 알라디너 여러분 코로나 완화되어 가지만 안걸리신 분들 끝까지 걸리지 마시고요... 다들 건강 잘 챙기시며 한여름에 또 뵙겠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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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5-24 07: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코로나로 많이 힘드셨었군요 ㅜㅜ 그래도 그와중에 많이 읽으신거 같아요. 저도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읽어봐야 겠습니다~!!

스파피필름 2022-05-24 15:22   좋아요 2 | URL
세 달 동안 읽은 게 9권이어요 ㅠㅠ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새파랑님처럼 감수성 풍부하고 섬세하신(!!) 독자라면 아주 좋아하실 것 같아요 강추입니다!

2022-05-24 12: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5-24 15: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얄라알라 2022-05-24 12: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MAUS> 오늘 빌려왔는데 김영하 작가 추천 책인줄은 스파피필름님 페이퍼 덕분에,

사전 정보 없이 만화라서 뽑아 들었는데 스파티필름님께서 올려주신 몇 문장만 보아도, 묵직한 내용이네요...마음 준비 하고 읽어야겠습니다.

스파피필름 2022-05-24 15:26   좋아요 2 | URL
인간의 목숨이 정말 파리 목숨 만도 못한 시절이었어요. 그런데 현재도 전쟁이 진행중이니... 악은 정말 사라지지 않나 봅니다. 저는 이 책 처음에 읽었을 때 그림체가 적응이 안되었는데 다시 읽으니 괜찮더라구요. ^^;;

하이드 2022-05-24 16: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재미있어 보이는 책들이 많아서 우르르 담았습니다. 스가 아쓰코 책들 좋아요. 저 책도 좋았어요. 저도 마우스는 이전에 읽었는데, 요즘 미국에서 금지소설 되어서 다시 읽어봐야지 하고 있었습니다. 읽어봐야겠어요!

스파피필름 2022-05-24 22:39   좋아요 1 | URL
스가 아쓰고 에세이 좋지요? 전에 3권 읽었는데 다 좋더라구요. 이 책 문체가 약간 예스럽다고 해야하나 스가 아쓰코만의 스타일이 있는 것 같아요. 마우스가 금지가 되었다니 이유가 뭘까 궁금해지네요. @.@ 저는 하이드님 서재가면 마음 속으로 항상 리스펙 외치고 보관함으로 역시.. 우르르 담습니다. ^^

scott 2022-05-25 00: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스파피필름님 가족 모두 코로나로 고생 ㅠㅠ
후유증이 더 걱정되네요
잃시찾 6권 읽으셨다면
기나긴 고비 반쯤 넘은😊
곽아람 기자의 공부의 위로에서
기억력에 감탄했습니다 🙂
앤드류 포터 단편집
원문 강추😄

스파피필름 2022-05-25 06:10   좋아요 2 | URL
후유증도 엄청 났어요 잔기침에 두통이요 ㅠㅠ
공부의 위로... 정말 이십여년전 강의계획안까지 가지고 있는 곽아람기자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기억력도 물론이구요.... 역시 앤드류 포터 원문 좋군요. 흐흐. 원서욕심만 있고 사놓은거 다 읽은 게 별로 없습니다 ㅠㅠ

mini74 2022-05-25 09:1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전 쥐 마지막 결국 그들도 차별에서 밧어나지 못하는 모습보며 참 현실적이다 느꼈어요. 코로나로 고생 많으셨군요. 후유증이 심하더라고요.ㅠㅠ

스파피필름 2022-05-25 15:09   좋아요 4 | URL
저도 그 부분 참 마음에 걸렸어요.. 인간의 한계인가 봅니다. 죽다 살아났어요 미니님 ㅠㅠ

얄라알라 2022-05-25 09: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mini74님 말씀처럼, 주인공의 아버지가 흑인을 모욕하고 차별하는 데서 헉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더라고요

스파피필름 2022-05-25 15:16   좋아요 3 | URL
맞아요... ㅠㅠ 저는 뭐든지 아껴쓰려는 부분도 기억에 남더라구요

We 2022-05-25 10: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빛과 물질에 관힌 이론> 찜해두고 읽을까 말까 고민했던 도서인데 리뷰 덕분에 고민 해결! 감사합니다~

스파피필름 2022-05-25 15:17   좋아요 2 | URL
네 읽고나서 뭔가.. 아리송하고 결론짓지 않는 마무리가 좋더라구요. 우리들 인생처럼요.... ^^

scott 2022-08-03 00: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파피 필름님
아프신데 없으신거죠
코로나 감염 속도 엄청 난데
8월은 칠월과 전혀 다른 습한 무더위 ㅜ.ㅜ

스파피 필름님의 육칠월 도서 리스트 포스팅
궁금, ㅎㅎㅎ
기다립니다 ^^

스파피필름 2022-08-03 03:26   좋아요 1 | URL
다정하게 안부를 물어봐주시는 스콧님 잘 지내셨죠? 비 오는 밤 잠이 안와서 헛헛한 마음이었는데 스콧님 댓글에 기분이 좋아집니다^^
7월에 직장일이 바빠 제발트와 함정임 작가 책 한권씩 읽고 8월이 되었어요 ㅠㅠ 한달 동안 열심히 읽고 월말에 페이퍼 하나 남겨보겠습니다 헐 그러고보니 6월엔 뭘 읽은 거죠 ㅠㅠ

어제 스콧님 서재 가서 글 하나하나 좋아요 누르면서 저의 독서 가이드 스승님으로 모시고픈 생각을 ㅋㅋㅋㅋ

안부 고맙습니다
코로나 두번 걸릴 순 없다 다짐하며!
스콧님도 더운 여름 건강 잘 챙기시고
감사한 마음 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