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 - 죽음을 질투한 사람들
제인 하퍼 지음, 남명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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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뜨거운 태양 덕분에 모든 것이 건조한 땅에 사는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렇게 무미건조한 제목을 가진 책이 얼마나 재미있을까 싶었는데, 이 책을 다 읽은 지금은 너무 흥분해서 미처 책의 마지막 장을 덮기 어려웠다. 이렇게 깜짝 놀랄만한 반전을 숨기고 있는 소설을 참으로 오랜만에 만난지라,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다. 

과거의 사건과 현재의 사건이 어우러지면서 호주의 작은 마을은 한창 시끄러워진다. 그리고 옛날 사건의 주요 관계자였던 포크가 오랜만에 고향을 방문하면서 마을 사람들의 눈초리도 심상치않다. 그렇게 본인이 아니라고 여러 번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죽은 사람의 아버지는 계속 포크 부자를 범인으로 몰아간다. 그런 분위기에 휩싸여 결국 포크 부자는 오랫동안 살았던 마을을 떠나야만 했다. 그리고 이제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였던 루크의 죽음으로 다시 포크는 마을에 돌아왔다. 연방 경찰이라 마을 사람들이 함부로 하기는 어렵지만 여전히 그를 보는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사실 이 책의 중반까지만 해도 이 책의 제목처럼 메마르고 답답하기만 하다. 이렇게 지지부진하게 사건이 진행되지 않다가는 성격 급한 나로서는 숨이 넘어갈 지경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1/4 지점부터는 모든 사건이 매우 급박하게 흘러간다. 오랫동안 고여있던 물이 넘쳐 흐르는 것처럼 사방에 뿌려놓은 퍼즐 조각들이 조금씩 맞춰진다. 그리고 오래 전에 해묵었던 과거 사건의 진실과 현재 사건의 진실이 독자들의 눈 앞에 펼쳐진다. 이렇게 통쾌한 결말을 보려고 저자는 오랫동안 뜸을 들였나보다. 

너무나도 폐쇄적인 마을 사람들의 태도에 정말 질릴 법도 하지만 이것 또한 작은 마을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문화라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 서로를 너무 잘 알고 있기에 일어나는 일들일 수도 있다. 그래도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은 사람에게 가해지는 집단 따돌림은 10대의 그것보다 더욱 심한 방법으로 표출된다. 

이 책을 다 읽고나니 조금은 시원섭섭한 느낌이다. 이렇게 꼼꼼하고 유능한 경찰을 이번 소설 하나만으로 만나고 보내야한다니 아쉽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이후 속편도 나올 계획이 있고, 이 작품은 영화로도 만들어질 예정이라니 앞으로 어떻게 주인공이 발전해나갈지 무척 궁금하다. 무더운 여름날 무더위를 깨끗하게 날려줄 소설을 찾고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무섭게도 이기적인 인간 본성의 심리를 제대로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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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드 오브 왓치 빌 호지스 3부작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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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메르세데스> 시리즈가 드디어 완결되었다. 스티븐 킹이라고 하면 나에게는 심리 묘사가 탁월한 스릴러 작가라고 알고 있는데, 미스터 메르세데스 시리즈를 만나면서 추리소설 장르도 꽤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글을 잘 쓰는 작가는 뭔가 달라도 분명히 다르다. 이 시리즈는 총 3권으로 이루어져있는데, 가장 숨막히는 장면을 묘사하는 책은 첫번째 작품이고, 두번째 작품은 사실 빌 호지스보다는 똑똑한 아이에게 더 눈이 갔었다. 약간은 힘이 빠진 느낌이랄까. 하지만 마지막 이 작품은 그동안 시리즈에서 나왔던 인물들이 총출동하면서 정말 끝이구나라는 생각이 이 책을 읽는 내내 들었다. 

일단 이 시리즈를 시작하게 된 미스터 메르세데스 사건부터 다시 되짚어봐야 한다. 그 당시 범인이었던 브래디는 이번 작품에서 대단한 활약을 한다. 물론 그를 쫓는 것은 그의 영원한 라이벌이었던 빌 호지스다. 사실 나는 게임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온라인 게임의 위험성은 별로 알지 못했었는데, 일부 게임에서는 중독이나 최면 효과가 있다고 하니 게임할 때는 상당히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에는 워낙 여러 증정 행사들이 많아서 이런 게임기들을 공짜로 준다고 해도 별로 의심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떤 일이든 그냥 거저 주는 일은 없으니, 파격적인 증정 행사는 한번쯤 의심을 해봐야겠다는 경각심마저 들었다. 

사실 약간 심령술사와도 같은 컨셉이 상당히 많이 녹아있다. 이 사건의 문제를 해결하는 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소설 속의 이야기이니까 가능하다고 가정하겠다. 정신병자의 집착은 자신과 상관없는 사람들을 무지막지하게 죽일 정도로 무척 영향력이 높다. 물론 이 전 시리즈를 읽지 않아도 이 책 하나만 이해하는데에는 큰 무리가 없다. 하지만 범인의 증오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궁금하다면 당연히 시리즈 전체를 읽어봐야 알 수 있다. 최면이라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는데, 아직 내가 경험해본 적은 없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무엇보다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미스터 메르세데스 시리즈가 종영되어 시원섭섭하다. 투박하지만 나름 매력적이었던 주인공들 덕분에 통쾌한 장면도 꽤 있었는데, 작가는 더 이상 이 시리즈를 이어나갈 생각이 없나보다. 하지만 어떻게든 길고 긴 싸움을 종결지었으니 그것만으로도 이 작품을 읽을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 나이가 든 사람이라도 자신의 가치를 얼마든지 증명해보일 수 있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사이코 범죄자와 전직 경찰의 숨막히는 대결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길 바란다. 아마 이 책을 먼저 읽은 독자라면 장담하건데 이후에 전 시리즈를 역주행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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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팩스 부인과 여덟 개의 여권 스토리콜렉터 55
도로시 길먼 지음, 송섬별 옮김 / 북로드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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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든 노부인이 스파이라면, 과연 믿을 수 있겠는가. 어느덧 폴리팩스 부인 시리즈도 3번째 이야기가 나왔다. 처음에는 어떻게 활약해야할지 헤메는 초보 스파이였다면, 이번 시리즈에서는 자신 나름대로의 정의를 위해 싸우는 멋진 스파이의 모습이 엿보인다. 일단 CIA에는 폴리팩스 부인 말고는 새로운 노부인 스파이는 없나보다. 어리버리한 캐릭터가 필요할 때면 항상 폴리팩스 부인을 소환하니 말이다. 그녀는 미국 이외의 국가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다보니 정작 주변에서는 아무도 그녀가 스파이로 일하는지 알지 못한다. 

처음에는 매우 간단한 미션이었다. 불가리아에 있는 지하조직에게 여덟개의 여권을 전달하기만 하면 되는 일이다. 하지만 그녀 특유의 오지랖과 친절함 덕분에 새로운 사건에 휘말려들게 된다. 이제 폴리팩스 부인 시리즈에서 갑작스러운 사건이 생겨나지 않는다면 더이상 폴리팩스 부인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이다. 과연 이번에는 어떤 사고를 칠지 무척 궁금했는데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상상을 초월하는 일을 벌이니 대단하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는다. 

이미 적지않은 나이에도 이렇게 멋진 활약을 하면서 이전에는 나오지 않던 약간의 로맨스도 가미되었다. 나중에 뒤돌아 생각해보면 그것이 로맨스였나 싶기는 할 정도로 짧은 장면이지만, 엉뚱함만으로 가득찬 폴리팩스 부인의 이야기에 새로운 감성이 충전되는 느낌이다. 이전 시리즈에 비해서 전반적으로 어디로 튈지 모르는 폴리팩스 부인의 이야기는 좀 더 풍부해졌다. 아마 이 시리즈가 계속 이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무척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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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 라이프 아르망 가마슈 경감 시리즈
루이즈 페니 지음, 박웅희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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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책을 처음 본 것은 인도네시아의 한 서점에서였다. 영어로 된 소설이었는데, 내용이 상당히 흥미로웠다. 내 영어 실력이 뛰어난 것은 아니라서 제대로 이해했는지 조금은 의심스러웠다. 그래서 한국어판으로도 보고 싶어서 또 구매를 했다. 알고보니 이 책의 작가는 이 작품으로 세계의 유수한 문학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워낙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터라, 같은 작품을 여러 번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사건을 해결하는데 가장 큰 중심축은 가마슈 경감이다. 캐나다 퀘벡 지역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을 수사하는 경감인데, 지역 특성에 맞게 영어와 프랑스어를 자유자재로 사용한다. 나는 그 지역에 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퀘벡 지역에서는 영어보다 프랑스어를 우선적으로 사용한다고 한다. 조용한 시골 마을에서 노부인이 의문의 죽음을 당한다. 때마침 사냥철이었기 때문에 우발적인 사고로 보이지만, 좀처럼 일어나기 어려운 사건이라 살인 사건으로 단정하기도 어렵다. 여러 난해한 문제를 주의깊게 관찰하면서 차분하게 사건을 해결해나간다. 

이런 주인공 옆에서 사건 해결을 돕는 부하들은 이 책을 읽는 색다른 재미를 안겨준다. 그 중에서도 출세에 목말라하는 니콜 형사는 몇 년 전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조금은 씁쓸하면서도 얄미웠다. 아마 그 당시 내 주변에 있던 사람들도 나에 대해서 비슷하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와 다르게 경감이 항상 든든하게 믿고 부리는 보부아르 형사도 매력적인 캐릭터이다. 이후에도 가마슈 경감 시리즈가 나왔던데, 다음 책이 무척 궁금해지는 인물이기도 하다. 

아무튼 뛰어난 재능을 지닌 제인이 죽으면서 스리 파인즈 마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인간 모습들을 제대로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이 작가의 작품이라면 아마 믿고 봐도 좋을 정도로 탄탄한 스토리 라인을 갖추고 있다.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는 무조건 챙겨봐야할 작품 1순위로 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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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 남자
박성신 지음 / 황금가지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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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에 있는 북한 간첩은 몇 명이나 될까. 사실 전쟁을 겪지 않고, 이념 전쟁을 겪지 않은 세대로서는 북한 간첩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위험한 존재인지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간첩이 다시 전쟁을 야기한다면 분명 위험한 사람들인 것은 틀림없다. 

이 소설은 남한에 있는 간첩들에 관한 이야기다. 그러나 그냥 음모론으로 치부하기에는 이 책에 담겨있는 메시지가 강렬하다. 사실 한국 소설은 그리 즐겨읽지 않는 독자로서 이런 설정이 조금은 어색하지만 분단의 아픈 현실이 우리 사회에 어떻게 지금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낡은 헌 책방을 운영하고 있는 아버지의 과거와 아들의 현재가 끊임없이 교차되면서 어떻게 이런 상황까지 이르게 된 것인지 조금씩 실마리가 풀려나간다. 처음에는 이런 구성이 낯설어서 조금 혼란스러웠지만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적응이 된다. 한 번에 다 보여주지 않고 뒤로 갈 수록 밝혀지는 새로운 사실들이 독자로 하여금 이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마력에 빠져들게 만든다. 

내가 그동안 알고 있던 아버지의 모습과 실제 아버지의 모습이 다르다면 아들로서는 상당히 혼란스러울 듯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의 과거를 되짚어가는 여정은 상당히 의미있었다. 비록 많이 늦었지만 그래도 진실을 아는 편이 훨씬 마음이 편하다. 아마 아버지는 오래도록 그 비밀을 숨기고 싶었겠지만, 누군가 말했듯이 "비밀은 없다". 

흥미진진한 한국 소설을 찾고 있다면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간첩이 주된 주제이기는 하지만, 이념 전쟁보다는 사람의 본질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있으니 누구나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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