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남자
박성신 지음 / 황금가지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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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에 있는 북한 간첩은 몇 명이나 될까. 사실 전쟁을 겪지 않고, 이념 전쟁을 겪지 않은 세대로서는 북한 간첩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위험한 존재인지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간첩이 다시 전쟁을 야기한다면 분명 위험한 사람들인 것은 틀림없다. 

이 소설은 남한에 있는 간첩들에 관한 이야기다. 그러나 그냥 음모론으로 치부하기에는 이 책에 담겨있는 메시지가 강렬하다. 사실 한국 소설은 그리 즐겨읽지 않는 독자로서 이런 설정이 조금은 어색하지만 분단의 아픈 현실이 우리 사회에 어떻게 지금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낡은 헌 책방을 운영하고 있는 아버지의 과거와 아들의 현재가 끊임없이 교차되면서 어떻게 이런 상황까지 이르게 된 것인지 조금씩 실마리가 풀려나간다. 처음에는 이런 구성이 낯설어서 조금 혼란스러웠지만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적응이 된다. 한 번에 다 보여주지 않고 뒤로 갈 수록 밝혀지는 새로운 사실들이 독자로 하여금 이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마력에 빠져들게 만든다. 

내가 그동안 알고 있던 아버지의 모습과 실제 아버지의 모습이 다르다면 아들로서는 상당히 혼란스러울 듯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의 과거를 되짚어가는 여정은 상당히 의미있었다. 비록 많이 늦었지만 그래도 진실을 아는 편이 훨씬 마음이 편하다. 아마 아버지는 오래도록 그 비밀을 숨기고 싶었겠지만, 누군가 말했듯이 "비밀은 없다". 

흥미진진한 한국 소설을 찾고 있다면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간첩이 주된 주제이기는 하지만, 이념 전쟁보다는 사람의 본질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있으니 누구나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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