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꿈은 노력한만큼 이루어진다

환상적 생각 - 파리를 놀라게 한 건축가 백희성의 ㅣ 아티스트 백희성의 환상적 생각 1
백희성 지음 / 한언출판사 / 2012년 12월

건축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의 시선으로 보면 건축가의 모습은 왠지 멋있어 보인다. 거대한 건축물의 디자인을 구현하고, 그것을 직접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는 직업은 전문가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누구나 할 수없는 경험이고, 일정기간 이상 수련과정을 거쳐야 할 수 있는 일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건축을 전공한 사람의 입장에서 볼 때, 프로다운 건축가가 된다는 것은 왠만한 의지를 가지고 있지 않고서는 굉장히 어렵다. 어떤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종료 날짜가 정해져있고, 창의력과 기술적인 지식이 결합된 결과물이 나와야 하는 일이라, 다각도로 생각을 많이 해보아야 한다. 그 과정에서 반드시 돈을 번다는 보장도 없고, 상당히 배고픈 직업이 될 확률이 높아서 업무 난이도에 비해 소득은 적은 편이기도 하다. 그래서 정말 건축에 미치지 않으면 끝까지 해낼 수 없는 직업 중의 하나가 건축가이다.

이렇게 힘든 건축가의 길을 우리나라보다 프랑스에서 더 먼저 인정받아서 꿋꿋하게 가고 있는 토종 한국인 건축가가 있다. 이 사람은 프랑스의 현대 건축과 한국의 전통건축을 공부했고, 현재 건축 뿐만이 아니라 미술, 상품디자인의 영역까지 확대하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는 중이다. 이 책의 저자이기도 한 백희성은 아직까지 한국 건축계에서 이름을 널리 떨치지는 못했지만, 그만의 특이한 디자인으로 프랑스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사실 유럽 대륙이 역사가 오래된 만큼 그 문화를 바탕으로 공부를 하여 쟁쟁한 건축가들도 많은데, 그 사이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활발하게 여러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인물로서, 아직까지 대가로서 완성이 된 것이 아니라 계속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더 발전 가능성이 있다. 남들과 같은 길을 가지 않고,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꾸준히 추진하는 모습과 마음가짐을 보면서 인생의 가치를 외부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만족을 위해 노력하는 점이 인상깊었다. 이른바 잘 나간다는 장 누벨의 사무실에서 근무하면서도 본인의 꿈을 이루기 위해 과감하게 박차고 나온 점이나, 된다는 보장이 없는 공모전에 수차례 도전하는 점 등을 보았을 때 정말 대단한 끈기를 가지고 있는 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마 보통 사람이라면 지금 현재 상황에 충분히 만족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같은 건축 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학생 때의 꿈을 버리지 않고 인생 전체 로드맵을 꾸준히 그려나가는 모습을 보며, 지금 나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된다. 나도 과연 예전에 꿈꾸던 모습대로 살고 있는가. 100% 일치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사람의 꿈은 계속해서 변해나간다고 생각한다. 여러가지 일을 겪으면서 내가 가진 능력의 한계와 또 다른 발전 가능성을 알게 되고, 전혀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기회를 찾는 경우도 있다. 그냥 매일 살아가는 것에 급급해서 내 인생의 최종 종착점을 아직 그리지 못한 내 자신이 조금은 안타깝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지금부터라도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봐야겠다는 생각도 함께 하게 되었다.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모두 버리고 떠날 용기는 차마 없다. 그러나 지금 내가 있는 상황에서 조금 더 나아지려는 노력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항상 새로운 것을 찾아다니는 저자를 보면서 나도 뭔가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이 책은 자신의 꿈을 위해 끝까지 노력하는 모습을 통해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에게 앞으로 나가갈 수 있는 힘을 주는 멋진 책이다.

건강하게 냉장고 활용하기

욕망하는 냉장고 - 가전제품회사가 알려주지 않는 냉장고의 진실
KBS <과학카페> 냉장고 제작팀 지음 / 애플북스 / 2012년 11월

 요즘 용량이 큰 냉장고가 유행이다. 삼성과 LG에서는 누가 더 큰 냉장고를 만드는지 경쟁이라도 하듯 쉴새없이 만들어 내는데, 과연 이렇게 큰 냉장고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일까? 집에 있는 냉장고를 보면서 항상 의문이 들었다. 우리집도 얼마전에 냉장고를 바꾸기는 했는데, 예전보다 확실히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냉장고 안에 빈 곳이 거의 없다. 어느새 냉장고 안은 먹을거리로 가득차 버렸다. 그런데 왜 항상 엄마들은 냉장고 안을 보면서 '먹을 것이 없다'고 한숨을 쉬시는 걸까? 그렇게 먹을 것이 없다면 냉장고 안에 가득 들어있는 음식물들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나는 이 책을 통해 이러한 사람들의 심리와 어떻게 하면 냉장고를 제대로 쓸 수 있을지에 대한 해답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들은 좀 더 근원적이고 본질적인 문제에 가까웠다. 애시당초 냉장고에 음식물들을 쌓아놓는 것은 위험하며, 로컬 푸드를 먹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해서 좀 더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

첫 장에서는 보통 사람들의 냉장고 현황과 과연 냉장고 안에 있는 음식만으로 과연 며칠이나 버틸 수 있는지 실험을 통해서 보여준다. 대부분의 집들이 냉장고 한 가득 음식물들을 저장해놓고 있으며, 매 주 새로운 음식물들이 채워진다. 나가는 만큼 다시 채워지는 것을 보면 참 신기하다. 냉장고 안에 있는 음식만으로 매 끼니를 해결하는 실험에 참가한 가족들은 무려 40일이나 지나서야 냉장고 안에 있는 음식물들을 다 먹을 수 있었다. 별 것 없어보이는 냉장고 안에는 이렇게 수많은 음식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아마 다른 집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고 본다.

냉장고에 오랫동안 음식들을 보관하게 되면 신선도도 떨어지고, 상할 우려도 있다고 한다. 냉장고라고 해서 마냥 오랫동안 음식들을 보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래서 음식을 구입한 즉시 먹는 것이 그나마 가장 안전하다. 그러나 이제 식품도 세계화되고 있는 추세라, 가공을 우리나라에서 했더라도 원산지는 여러 곳일 수도 있다. 이는 음식물에 어떤 문제가 발견되었을 때 해당 식품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관련 국가들도 모두 관계가 된다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가능하면 집과 가까운 곳에서 직접 생산된 식품을 먹을 것을 적극 권하고 있다. 이미 많이 알려져있는 '로컬 푸드' 운동인데, 자신이 먹을 양만큼만 구입해서 남는 것 없이 알뜰하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이다. 미국에서는 아깝게 버려지는 음식물들을 다시 재활용해서 먹는 프리건 이라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직접 쓰레기통을 뒤져서 음식들을 찾는 것이라 좀 지저분하게 여겨질 수도 있는데, 하룻밤 사이에도 음식들을 굉장히 많이 발굴할 수 있다고 하니, 얼마나 많은 식품들이 낭비되고 있는지 알만하다. 아마 우리나라도 식당에서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들을 보면 상당 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냉장고가 크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작을 수록 신선한 식품을 먹을 확률이 더 높으니, 작은 냉장고를 사는 지혜가 필요한 것 같다. 무작정 냉장고의 크기를 키우기보다 정말 나에게 필요한 냉장고는 어떤 냉장고인지 곰곰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유행을 무작정 따르기 보다, 딱 필요한만큼만 구입해서 먹는 지혜가 요구된다. 줄어든 냉장고의 크기만큼 우리들의 건강지수도 커질 것이라 자부한다. 냉장고 안에 들어있는 식품의 진실을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영화 사이코를 만들면서 일어났던 일

히치콕과 사이코
스티븐 레벨로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11월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히치콕이 만든 영화 장르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너무나도 음울하고, 사람을 깜짝 놀라게 하는 요소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서이다. 특히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사이코'라는 영화는 아예 보지도 않았다. 그런데 우연한 기회에 이 책을 보게 되었다. 처음에는 이 책이 어떤 내용일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는데, 막상 읽어보니 히치콕이 사이코를 만들면서 일어난 일들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엮은 책이다.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와 인터뷰 등을 토대로 만든 책이라 내용에 신빙성이 있고, 다양한 각도에서 그를 알아볼 수 있는 기회였다. 히치콕의 영화 세계에 대해서는 잘 몰랐지만 그냥 읽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흥미로운 내용이었다. 얼마전에 이 책을 바탕으로 한 영화까지 만들어졌다고 하니, 히치콕이 사이코를 만들면서 현대 영화사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끼쳤는지 짐작할 수 있겠다.

사이코라는 영화는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작가가 쓴 소설이 원작이다. 과연 이런 살인 사건이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잔인하게 사람을 죽여서 그의 집 안에 시체를 두었던 살인범은 나중에 두고두고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범죄자가 되었다.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지 않았다면 이런 살인은 절대로 저지를 수 없었다고 본다. 또한 이 사건을 발견해서 좋은 작품의 소재로 쓴 작가적 상상력도 뛰어나다고 본다. 그러나 이 작품을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것은 바로 히치콕 감독의 힘이었다. 그의 놀라운 화면 편집과 촬영기법, 스토리를 구성하는 능력은 당대에 최고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뛰어났다. 약간 올드한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지금 봐도 전혀 진부하지 않은 놀랍고 공포스러운 영화이다. 워낙 뽐내기를 좋아하는 감독이었던지라, 한 영화를 만들 때 많은 사람들의 협력이 필요한데도 히치콕은 대부분의 공은 자신에게로 돌렸다. 그만큼 영화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싸이코를 만들 당시에 이미 유명했던 감독인지라, 더 이상 유명한 작품이 필요하지는 않았지만, 만약 이 영화가 없었더라면 지금까지 그의 영화가 이렇게 주목을 받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아무튼 하나의 잘 정리된 실화를 보는 것은 소설을 읽는 것만큼이나 재미있었다. 만약에 내가 그의 영화를 먼저 보고 이 책을 읽었더라면 좀 더 깊이있게 내용을 파고들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지금 봐서는 특수 효과도 보잘 것 없고, 사람의 눈을 자극하는 잔인한 장면 없이 지금봐도 세련된 느낌의 멋진 영화를 만들어냈다. 자신이 만든 영화를 극복해내지 못한 말년이 아쉽기는 하지만 현대 영화사에 길이 남을만한 영화를 만든 것도 사실이다. 사이코를 미처 보지 못한 사람들도 이 책을 읽고나면 직접 영화를 보고 싶은 욕심이 들 것이다. 지금 당장 보지 않았더라도 나중에 사이코 영화는 꼭 챙겨보길 바란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공부가 될 것이다. 

미국사 입문용으로 제격!

미국사 다이제스트 100 ㅣ 다이제스트 100 시리즈 10
유종선 지음 / 가람기획 / 2012년 10월

 내가 어릴 때만해도 미국은 '아메리카 드림'을 이룰 수 있는 꿈의 나라였다.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풍요롭고 여유로운 생활을 하고 있었으며, 그에 비해 우리나라에서 사는 것은 굉장히 낙후되고 힘든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그로부터 20여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달라졌다. 언제까지나 세계의 경찰 역할을 할 것만 같았던 미국이 이제는 중국과 신흥국들의 견제를 받으면서 힘겨운 상황을 보내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률도 급속도로 성장해서, 이제는 미국이나 한국의 생활 수준도 크게 다를 것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여전히 미국은 세계 강대국 중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다른 나라들에 비해서 역사가 길지 않은 미국이 이렇게까지 성장할 수 있던 원동력은 무엇일지 무척 궁금했다. 아마 그 해답은 역사에 있지 않을까 싶어서 이 책을 읽게 되었는데, 기대보다 정리가 잘 되어 있고 역사에 대해서 지식이 거의 없는 나에게 많은 정보를 준 책이기도 하다.

일단 이 책은 미국의 역사를 키워드별로 나누어 놓았다. 정확하게 연대를 따르기 보다는 역사적인 사건 위주로 나열해놓았는데 비교적 시간 순서대로 되어 있기 때문에 이해하기가 그리 어렵지는 않다. 역사라는 것이 여러군데서 동시에 일어나는 사건도 있기 때문에 시간순으로 나열하는 것보다는 이렇게 주요 사건이나 주제별로 서술해놓는 것이 더 합리적인 듯 하다. 미국 대륙을 발견하게 된 계기부터 시작해서 현재 오바마 대통령 당선까지 다루고 있는데, 얼마전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된 것을 보면 아직까지 미국인들은 현재의 상태에 답보하기보다 신선한 변화를 원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몇몇 사람들에게 치우친 부를 인정하기 보다는 지금 내가 잘 살 수 있는 합리적인 경제 상황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식 자본주의로 일컬어졌던 시장에 맡겨서 경제를 운영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정부의 역할이 한층더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초기 개척사도 상당히 재미있는 부분이었다. 보통 서부 카우보이만 연상하게 되는데, 그런 이미지가 나타나게 된 배경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 이번에 처음 알았고, 동부와 남부의 발전을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한쪽에 치우친 역사가 아니라 전반적으로 미국의 역사를 통틀어서 볼 수 있는 시각을 갖게되어 이 책을 읽는 시간은 무척 흥미로웠다. 1,2차 세계대전에 대한 이야기는 워낙 학교에서도 비중있게 다루는터라 어느정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리 새롭지는 않았지만 근현대 정치사에 관련된 이야기들은 큰 맥락을 잡아가면서도 그 이면에 숨겨진 의미까지 정확하게 알려줘서 미국 지위변화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알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아마 미국이 베트남 전에 참전하지 않았거나 직접 참전하는 대신 다른 정치적인 전략을 사용했더라면 지금 세계사는 많이 변화했을 것이다.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 전혀 짐작을 할 수 없다는 것이 역사의 묘미이기도 하다.

미국 역사를 안다는 것은 근현대 세계사를 파악하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학교 다닐 때 이런 책을 좀 더 열심히 읽었더라면 재미있게 세계사 공부를 할 수 있었을텐데, 입시 위주의 공부를 한다는 이유로 이런 류의 책을 많이 접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역사에 대한 소양을 쌓는 것은 현대의 지식인으로서 당연히 해야할 일이다. 스스로가 역사에 조금 약하다거나 역사가 한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사람, 이미 잘 알고 있지만 다시 한 번 제대로 정리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적극 추천해주고 싶다. 아마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이제 미국의 역사가 하나의 큰 흐름으로 잡힐 것이다. 먼저 이 책을 읽은 사람으로서 미국사 입문용으로 이 책을 적극 권한다. 

옛 고지도를 가장 쉽게 풀어낸 서울 역사 이야기

[서울이야기]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서울 이야기 ㅣ 전통문화 그림책 솔거나라
김선남 글.그림 / 보림 / 2012년 9월

서울에 살고 있으면서도 서울의 역사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내가 살고 있는 곳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졌는지를 알게 된다면, 내 고장에 대한 애착이 더 생기지 않을까 싶다. 그냥 막연하게만 알고 있던 것을 고풍스러운 엣 그림으로 만나게 되니, 좀 더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느낌이다. 사실 모든 장의 그림이 표지에 보이는 서울 전경 같은 스타일이라, 자칫 잘못하면 지루하게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지도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어디인지, 어떤 모습으로 변해왔는지 상상해보는 깨알같은 재미를 발견할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그래서 아이 혼자 이 책을 읽게 하기 보다는 엄마와 함께 읽으면서 이 책에 나와있는 내용보다 좀 더 풍부한 내용들을 상상해나가면서 새로운 이야기들을 만들어내는 것이 더 재미있지 않을까 싶다. 책 자체는 굉장히 꼼꼼하고 역사적인 고증을 거쳐서 잘 만들어졌기 때문에 여러 교육자료로 쓰기에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 어른인 내가 보아도 아, 이런 역사적 사실이 있었구나 싶을 정도로 알기 쉽고 자세하게 잘 나와있다.

지도 형태의 그림책이라 이런 류의 책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조금 어색할 수도 있겠지만, 어릴 때부터 지도와 거리에 대한 감각을 익혀놓는다면 나중에 교과서에서 똑같은 그림을 보았을 때 낯설게 여기지 않고 친근하게 여겨서 좀 더 역사 공부를 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아무것도 선입관이 없는 어릴 때 많은 것을 접할 수록 무의식중에 나의 것으로 소화할 수 있다는 이론도 있다. 아무래도 옛날에는 궁궐에서 지도를 그리다보니, 각 궁궐의 위치를 기준으로 지도가 그려져 있다. 만약에 이 지도를 바탕으로 역사 기행을 떠나보는 것도 괜찮은 아이디어가 아닐까 싶다. 각 궁궐의 위치를 가늠해볼 수 있는 자료도 되고, 기능이 어떠했는지 아이들에게 산 교육의 자료로도 활용할 수 있다. 사실 그냥 보기에는 밋밋해보이는 책이지만,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그 용도가 무궁무진해질 수 있는 멋진 책이라고 생각한다.

자극적이고 흥미로운 것들만 찾는 요즘 아이들에게 우리 역사의 소중함을 알리고 가급적이면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있는 책이다. 역사 교육에 관심이 많은 아이와 부모들에게 적극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