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게 냉장고 활용하기

욕망하는 냉장고 - 가전제품회사가 알려주지 않는 냉장고의 진실
KBS <과학카페> 냉장고 제작팀 지음 / 애플북스 / 2012년 11월

 요즘 용량이 큰 냉장고가 유행이다. 삼성과 LG에서는 누가 더 큰 냉장고를 만드는지 경쟁이라도 하듯 쉴새없이 만들어 내는데, 과연 이렇게 큰 냉장고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일까? 집에 있는 냉장고를 보면서 항상 의문이 들었다. 우리집도 얼마전에 냉장고를 바꾸기는 했는데, 예전보다 확실히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냉장고 안에 빈 곳이 거의 없다. 어느새 냉장고 안은 먹을거리로 가득차 버렸다. 그런데 왜 항상 엄마들은 냉장고 안을 보면서 '먹을 것이 없다'고 한숨을 쉬시는 걸까? 그렇게 먹을 것이 없다면 냉장고 안에 가득 들어있는 음식물들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나는 이 책을 통해 이러한 사람들의 심리와 어떻게 하면 냉장고를 제대로 쓸 수 있을지에 대한 해답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들은 좀 더 근원적이고 본질적인 문제에 가까웠다. 애시당초 냉장고에 음식물들을 쌓아놓는 것은 위험하며, 로컬 푸드를 먹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해서 좀 더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

첫 장에서는 보통 사람들의 냉장고 현황과 과연 냉장고 안에 있는 음식만으로 과연 며칠이나 버틸 수 있는지 실험을 통해서 보여준다. 대부분의 집들이 냉장고 한 가득 음식물들을 저장해놓고 있으며, 매 주 새로운 음식물들이 채워진다. 나가는 만큼 다시 채워지는 것을 보면 참 신기하다. 냉장고 안에 있는 음식만으로 매 끼니를 해결하는 실험에 참가한 가족들은 무려 40일이나 지나서야 냉장고 안에 있는 음식물들을 다 먹을 수 있었다. 별 것 없어보이는 냉장고 안에는 이렇게 수많은 음식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아마 다른 집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고 본다.

냉장고에 오랫동안 음식들을 보관하게 되면 신선도도 떨어지고, 상할 우려도 있다고 한다. 냉장고라고 해서 마냥 오랫동안 음식들을 보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래서 음식을 구입한 즉시 먹는 것이 그나마 가장 안전하다. 그러나 이제 식품도 세계화되고 있는 추세라, 가공을 우리나라에서 했더라도 원산지는 여러 곳일 수도 있다. 이는 음식물에 어떤 문제가 발견되었을 때 해당 식품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관련 국가들도 모두 관계가 된다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가능하면 집과 가까운 곳에서 직접 생산된 식품을 먹을 것을 적극 권하고 있다. 이미 많이 알려져있는 '로컬 푸드' 운동인데, 자신이 먹을 양만큼만 구입해서 남는 것 없이 알뜰하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이다. 미국에서는 아깝게 버려지는 음식물들을 다시 재활용해서 먹는 프리건 이라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직접 쓰레기통을 뒤져서 음식들을 찾는 것이라 좀 지저분하게 여겨질 수도 있는데, 하룻밤 사이에도 음식들을 굉장히 많이 발굴할 수 있다고 하니, 얼마나 많은 식품들이 낭비되고 있는지 알만하다. 아마 우리나라도 식당에서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들을 보면 상당 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냉장고가 크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작을 수록 신선한 식품을 먹을 확률이 더 높으니, 작은 냉장고를 사는 지혜가 필요한 것 같다. 무작정 냉장고의 크기를 키우기보다 정말 나에게 필요한 냉장고는 어떤 냉장고인지 곰곰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유행을 무작정 따르기 보다, 딱 필요한만큼만 구입해서 먹는 지혜가 요구된다. 줄어든 냉장고의 크기만큼 우리들의 건강지수도 커질 것이라 자부한다. 냉장고 안에 들어있는 식품의 진실을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