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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와디의 아이들 - 성장과 발전의 인간적 대가에 대하여
캐서린 부 지음, 강수정 옮김 / 반비 / 2013년 8월
평점 :
인도의 안나와디라는 곳이 있다는 것은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미처 몰랐다. 이 책의 표지에는 4년간 취재를 통해 슬럼 아이들의 삶을 담았다고 하기에 그냥 인터뷰로 이루어진 책인 줄 알았다. 그러나 막상 이 책을 읽어보니 하나의 잘 짜여진 소설처럼 전체적으로 문장이 매끄럽고 술술 읽힌다. 빈민촌에 사는 사람들의 삶이 결코 녹록하지 않다는 점을 여과없이 보여준다. 매 장마다 놀라운 사건들의 연속이라 꾸며낸 이야기가 아닐까 싶은데, 이 책의 마지막 장에서 작가가 말하기를 모든 사건들이 실화라고 한다. 물론 인도라는 곳이 아직 선진화된 곳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렇게 어려운 삶을 사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미처 몰랐다. 도시가 현대화됨에 따라 새로운 건물들이 지어지고, 그 와중에 슬럼가는 없어지기 마련인데 과연 그 곳을 무조건 없애는 것만이 옳은 일인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온갖 오물들로 가득찬 공간을 그대로 놔둔다는 것도 도리에 맞다고 보기는 힘들다.
이 책에서는 단편적으로 안나와디에서 일어났던 사건에 집중하고 있지만, 인도 전역에서 이와 비슷한 사건들이 수차례 일어나는 것만은 사실이다. 단순히 이웃간의 다툼이었던 사건이 몇몇 사람들의 욕심과 실수로 인해 큰 사건으로 번진다. 물질에 굉장히 민감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돈에 대한 이해관계가 얽힌다면 가난한 사람들은 파산하지 않는 이상 그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다. 워낙 말이 많은 사회이기도 하여 조금만 말을 잘 못해도 증거로 채택된다. 물론 이런 사람 사이의 문제들이 인도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부정부패한 인도 정부의 관리와 항상 적자에 허덕이는 삶을 사는 사람들 때문에 법대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무척 어렵다.
사람은 누구나 평등해서 본인만 노력하면 얼마든지 좋은 삶을 살 수 있다고 흔히들 말하지만, 실제로 지금 내가 속해있는 계층 위로 올라가는 일은 어느 사회나 굉장히 어렵다. 물론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공한 사람들의 사례가 가끔 방송에 나와도 그것은 극히 일부 사례일 뿐이다. 그저 평범한 사람들은 하루하루 일상을 살아가기도 버겁다. 그런 사람들에게 사회적으로 뒷바침이 안되는 상황에서 그나마 희망을 갖게 하는 것은 과연 옳은 일일지 의문스럽다. 한 여인의 죽음이 불러일으킨 파장은 안나와디의 빈민촌에서 생각보다 컸다. 많은 생각을 하고 저지른 일은 아닐지라도, 그녀의 한 순간 잘못된 증언 덕분에 한 가족이 파탄났고 그저 순조롭게 흘러가던 일상에 균열이 생겼다. 이렇게 빈민촌에도 사건 사고가 일어나는 동안 세상은 어떻게든 흘러간다. 모든 사람들의 욕망이 모여서 하나의 큰 흐름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인도의 안나와디에서 일어난 사건만을 다루고 있지만, 이런 사례는 인도 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 어디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돈이 없는 사람들에게 더 불평등한 사회가 있어서는 안된다. 적어도 법 앞에서만은 빈부의 차이가 없어야 한다. 평소에도 그런 생각을 어렴풋이 가지고 있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좀 더 절실하게 느꼈다. 그래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끈질긴 생명력을 보면서 놀라움을 감출 수 없다.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 책은 하나의 희망이 될 수도 있고, 좀 더 잘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어떻게든 빈부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정의가 살아있는 세상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