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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명진 교수의 소리로 읽는 세상
배명진.김명숙 지음 / 김영사 / 2013년 11월
평점 :
평소에 내 주변에 들리는 소리들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본 적은 별로 없다. 거의 매일같이 핸드폰에 담겨있는 음악을 듣거나,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 필수적으로 필요한 것들이 소리인데, 곰곰히 생각해보면 별로 관심을 갖지 않은 것은 내가 소리에 대한 중요성을 미처 깨닫지 못했기 때문일 터이다. 보는 것에 익숙해져있다보니, 듣는 것에는 다소 소홀한 면이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서 다양한 관점으로 소리를 바라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우리나라에서 거의 없는 소리 공학자로 방송에도 여러 번 출연한 적이 있고, 소리에 대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전문 서적이라고 하면 딱딱하다고 지레짐작하기 쉬운데, 다양한 자료 사진과 맛깔나는 문체로 이 책을 읽는 동안 그리 어렵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이 책에서는 다양한 소리의 세계를 다루고 있는데, 그 분야도 무척 다양하다. 악기에서부터 동물, 사건 해결의 실마리, 소리의 힘 등등 생각지도 못했던 소리의 세계가 이 책 안에 다 담겨있다. 그 중에서도 내 관심을 끌었던 주제는 소리를 통해서 사건의 진실을 해결하는 방법에 대한 것들이었다. 특히 북한이 쏘아올린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사실인지 판별하는 방법은 과학적이면서도 설득력이 있어서 이런 분야에까지 소리를 도입할 수 있다는 사실이 무척 신기했다. 또한 도시 전체를 공포에 빠트린 소리 이야기도 흥미로웠는데, 끝까지 그 소리의 정체를 밝혀내지 못한 것은 다소 아쉽다. 그래도 보일러가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만큼은 밝혀냈으니 어느정도 원인의 범위는 좁혀진 것이 아닐까 싶다. 그 외에도 사랑하는 사람들끼리는 목소리도 닮는다는 사실도 신기하다. 물론 사람 사이에서 밝혀진 사실은 아니고, 동물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난 일을 연구한 사실이기는 한데, 어떻게 보면 사람들 간에도 적용되는 일이 아닐까 싶다.
알고보면 세상에는 신기한 일들이 참 많다. 물론 그 모든 것들을 과학의 힘으로 풀어낼 수는 없겠지만, 어떤 한 분야에 이렇게 몰두하여 원인을 찾아내는 과정이야말로 사물의 본질을 찾아간다는 점에 있어서 인간의 본성이 아닐까 싶다. 언뜻 생각하면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일도 어떤 한 부분을 파고 들어가면 의외의 분야에서 해결점을 찾을 수도 있다. 이런 과정들이 평소에 살아가면서 삶의 지혜가 되는 정보와 기술이기도 하다. 평생을 한 분야에 매진해서 공부한다는 것도 쉽지 않은데, 그런 알짜배기 정보들을 이 책 한 권으로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책을 읽는 독자의 특권임에 틀림없다. 평소에 주변 소리에 대한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분명 이 책도 재미있게 읽을 것이라 확신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해서 소리에 대해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