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리스트 자클린 뒤 프레가 지휘자이자 피아니스트인 다니엘 바렌보임과 함께 하는 동영상이 유튜브에 제법 남아 있다. 그녀가 다발성 경화증으로 겨우 마흔 언저리에 사망했고 그 즈음 가족, 남편 다니엘 바렌보임이 점점 마비되어 가는 그녀 곁에 남아 있지 않았던 이야기는 그 이전에 살아 있는 동영상 속에서 긴 머리를 흩날리며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 피아노를 치고 장난을 치는 모습을 더 찬란하게 비감어린 것으로 보이게 한다. 이때 그녀의 슬픈 운명은 아무도 예감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런 사연을 기억하면 현재 다니엘 바렌보임의 행보가 아무리 거창하더라도 어디 한 곳이 기우뚱하게 느껴진다. 자클린 뒤 프레가 첼로를 연주하는 모습을 보면 그 온 몸이 현과 함께 약동하는 모습이 위대하고 동시에 안쓰럽게 느껴진다. 다른 악기들과 달리 유독 첼로는 연주자와 진정으로 교감할 때 그의 생에서 그 무언가를 야금야금 갉아먹는 것같다. 듣는 우리는 감읍하지만 연주자는 소진된다. 그녀의 이야기가 궁금해 관련된 책을 찾아보지만 절판이다. 근처 도서관에도 없다.
이동진의 <빨간 책방> 최근 것은 거의 다 들어 이제는 가만 가만 시계를 돌린다. 어젯밤에는 초창기에 방송한 '대가의 소설들'을 듣는데 난생 처음 들어보는 <싱글맨> 이야기에 놀란다. 연인을 잃은 한 남자의 하루를 그린 작품이란다. 그는 노교수이고 그의 연인은 동성이다. 구찌의 디자이너 톰 포드가 콜린 퍼스를 주인공으로 영화화했다고 한다. 언뜻 필립 로스의 <에브리맨>과 <죽어가는 짐승>을 연상시킨다. 김중혁의 상찬을 들으니 당장 읽어보고 싶어진다. 그런데 이것도 절판이다.
괴.롭.다. 이 둘을 어떻게 할 것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