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서점은 아주 성실하다. 이를테면 아이 문제집을 사다 혹시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있어요? 하면 반드시 그 책의 정체를 파악하고 재고를 확보해 둔다. 그래서 잊어버릴 때쯤 그 책을 발견하게 한다. 그 책을 사면 다시 빈 곳에 똑같은 책을 채워둔다. 내 뒤에 누군가가 이 책을 사 간다면 다음에도 또 이 책은 반드시 돌아온다. 설령 아무도 사지 않을 책이라도 주인에게 어떤 강고한 철학이 있는듯 누군가 찾는 책은 반드시 다음에 있다. 그 사람을 보면 어떤 감동이 느껴진다.

지금 표제작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을 읽으며 감탄하는 중이다. 작가 이력을 확인해보게 될 정도다. 레이먼드 카버와 체홉과 줌파 라히리가 한곳에서 회합하는 느낌이다. 좋다고 소문난 책은 반드시 읽어볼 가치가 있구나. 이 정도면 잊지 않고 이 책을 읽어야 할 부책감을 안겨준 서점 주인장에게 감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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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9-11-07 18: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목만 읽으면 무슨 물리학 책 같은데 말입니다.
저는 동네서점 가 본지가 언젠지 모르겠습니다.
어디 있는지도 모르겠고. 요즘 동네 서점이 옛날 아날로그 시대의
그것이 아닌 것 같은데 그 시절이 그립긴 합니다.
예전에 단골 서점 아저씨가 조카 대하듯 저를 맞아주곤 했는데...ㅠ

blanca 2019-11-08 09:49   좋아요 1 | URL
이 책 있냐고 물으면 다들 표정이 ㅋㅋ 저도 제목 보고 물리학 책인 줄 알았습니다. 어릴 때만 해도 정말 동네 서점들이 활황이었지요. 이제는 정말 찾기 힘들게 됐습니다. 중고서점도 그렇고요. 약속 장소를 그런 곳으로 정하곤 했는데 다 옛말이 되었다는 게 참 서글프네요.

다락방 2019-11-07 21: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너무나 좋아하는 단편입니다, 블랑카님 ㅜㅜ

blanca 2019-11-08 09:50   좋아요 0 | URL
헉, 다락방님 이미 아셨어요? 이 단편을! 와, 저 이것 읽다 아까워서 중간에 접었잖아요. 이 작가 천재 아닙니까. 게다가 데뷔작. 사람들 마음 속에 들어갔다 나온 것 같아요...

psyche 2019-11-08 00: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동네책방. 서점이 없는 동네 (블랑카님도 잘 아시겠지만)에 살다보니 더욱 부럽네요.

blanca 2019-11-08 09:52   좋아요 0 | URL
프쉬케님, 하지만 그곳은 또 도서관이 그리고 아마존이 있잖아요. 저는 요새 사실 프랑스 자수에 빠져 손에 바늘 찔려 난리랍니다. 프쉬케님 손으로 만드시는 것에 재능있으시잖아요. 그래서 프쉬케님 떠올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