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서점은 아주 성실하다. 이를테면 아이 문제집을 사다 혹시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있어요? 하면 반드시 그 책의 정체를 파악하고 재고를 확보해 둔다. 그래서 잊어버릴 때쯤 그 책을 발견하게 한다. 그 책을 사면 다시 빈 곳에 똑같은 책을 채워둔다. 내 뒤에 누군가가 이 책을 사 간다면 다음에도 또 이 책은 반드시 돌아온다. 설령 아무도 사지 않을 책이라도 주인에게 어떤 강고한 철학이 있는듯 누군가 찾는 책은 반드시 다음에 있다. 그 사람을 보면 어떤 감동이 느껴진다.
지금 표제작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을 읽으며 감탄하는 중이다. 작가 이력을 확인해보게 될 정도다. 레이먼드 카버와 체홉과 줌파 라히리가 한곳에서 회합하는 느낌이다. 좋다고 소문난 책은 반드시 읽어볼 가치가 있구나. 이 정도면 잊지 않고 이 책을 읽어야 할 부책감을 안겨준 서점 주인장에게 감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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