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일기가 아니라 어제 일기인가?

어제 뭔가 이곳이 불안정해서 들어오기 힘들었다.

점심 먹으면서 교무부장님과의 대화.

마음이 아팠다. 운영위원들의 움직임에 자존심이 상했다고 하신다. 교직경력 수십년의 자존심을 깡그리 무너뜨리는 학부모들이라고 하신다.

정말 마음이 아팠다. 모두가 학교가 잘 되자고 하는 행동들일 터인데, 왜 서로 반목하게 되는 것일까? 운영위원들 말로는 마음을 열고 회의에 참석한다는데, 학교쪽에서는 운영위원들이 작정을 하고 달려든다고 생각한다.

골치아픈 일, 그냥 냅두면 될 터인데, 난 왜 이렇게 오지랍이 넓을까. 그냥 일당이나 받고 적당히 일하다 내년엔 그만 두면 될 터인데...

그런데 왜 난 이렇게 오지랍이 넓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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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ninara 2004-05-10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제일 보수적인 집단이..교직쪽인것 같아요..그러니 무슨일만 생기면 못견디고 교장선생님들이 자살하고..저도 몇번 회의에 가보니..알아서 자제하게되더라구요..스스로 검열한달까..이러면 안되는데...

호랑녀 2004-05-10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게 참 어렵더군요. 사사건건 부딪히다 보면, 둘 중 하나가 되는 것 같습니다. 대충 포기하고 눈치보거나, 작정하고 달려들거나.
저 역시, 불편한 분위기를 참 싫어해서 대충 포기하고 사는데, 그러면 또 다른 쪽이 불편해집니다. 이해가 안 가서 조금만 여쭤보면, 따지고 달라든다고... 생각을 하니.
 

얼마 전에 3, 4학년쯤 되어 보이는 여학생이 물었다.
예의가 너무 바른 친구여서 기억에는 있는데, 내 머리가 나쁜지라 몇 학년인지, 그리고 이름이 뭔지 도통 기억할 수 없다.(용서해다오)


선생님은 무슨 색을 좋아하세요?

응? 노란색.

(매우 난처한 기색으로) 노란색 말고, 오렌지색이나 빨간색은 어떠세요?

(이때쯤은 다른 애들 대출해주느라 이미 시선도 거두고)응? 그럼 오렌지색.

그랬더니 10분쯤 후에, 오렌지색 색종이로 꽃을 한 송이 만들어왔다.

선생님, 선물이에요. 밖에 꽃이 많은데, 꺾어드릴 수는 없고, 제가 만들어서 드릴게요.

사소한 것에 목숨 걸며 감동하는 나는, 눈물이 왈칵 났다. 내가 나의 고마움을 표현할 새도 없이 그 친구는 뛰어가버렸다.

이 꽃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컴퓨터에 붙여 두었다. 사실, 구형 모니터에 다닥다닥 포스트잇이 붙어 있는 내 컴퓨터는 그 꽃의 적당한 위치가 아니었다. 6학년 도서부 아이들은 아주 난리다.

선생님, 촌스럽게 이게 뭐예요?

선생님 취미가 참 특이하시네요.

심지어는 보다 적극적으로 나선 아이들도 있다.

제가 더 예쁘게 만들어드릴게요. 제발 좀 떼세요. 저 이런 컴퓨터 앞에서는 도우미 못해요.

그래도 나는 꿋꿋이 붙여두고 있다. 언제까지? 그 친구가 볼 때까지.
그런데 그 이후로 일주일째 그 친구가 안 온다. 매일 오던 친구였는데... 어떻게 된 걸까. 내 반응이 신통치 않았을까? 조금만 더 기다리다가 TV는 사랑을 싣고 이런 데 나가야 하는 건 아닌가 모르겠다.

내가 이렇게 선물에 목숨을 거는 걸 알아버렸는지, 어제 또 선물을 받았다. 
지난 2월 졸업하고 중학생이 된 친구에게서였다. 부활절이라고 달걀을 이쁘게, 아주 이쁘게 만들어왔다.
은박지로 달걀을 포장해서 바구니 모양을 만들고, 거기에 예쁜 꽃과 리본을 붙였는데, 도대체 아기자기한 것이나 예쁜 것과는 거리가 먼 나는 또 감동하고 말았다. 잠시 교무실에 다녀와 보니 벌써 다녀가 버렸다는데, 게으른 나는 연락도 못하고 있다.

또 있다.
금방 6학년 한 여학생이 수줍게 내밀고 간 편지.
민들레와 꽃 줄기로 만든 편지인데, 글씨는 딱 일곱 자,

선 생 님 사 랑 해 요

난 지금까지 선생님들이 어떤 아이를 편애하는 것을 교사의 자질 운운하며 손가락질했었다. 그런데 이제 조금은 이해가 가려고 한다.
점수를 주는 담임교사가 아니면 도무지 말을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 아이들 속에서 날 이렇게 좋아해주고 따르는 친구들을 내가 어찌 좋아하지 않으랴. 선물이나 밝히는 속물이라고? 할 수 없다. 내 본성이 그런 걸, 나한테 어쩌란 말이냐.

교무실에서, 아침부터 참 기운 빠지는 일이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날 무시하고 깔아뭉게는 한 부장 앞에서, 확 받아버리고 싶은 걸 우아한 내가 참자고 꾹꾹 눌러 참고 올라오는 길이었다. 그런데 이 친구들로 인해 나는 또 기운을 얻는다.

그래, 내가 언제 선생님들께 잘 보이려고 시작한 일이었더냐.
오늘 하루도 신나게 놀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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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ninara 2004-04-13 1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힘내세요!!!!!
너무 예쁜 아이들이네요..아이들에게 너무 좋은 선생님이신것 같아요..척 보면 안다니까요..

다연엉가 2004-04-13 1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호랑녀님과 같은 선생님이 많이 계셨으면 좋겠네요.....

호랑녀 2004-04-14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요즘 많이 힘들었거든요. 도서실 창밖을 내려다보다 그냥 뛰어내리면 어떻게 될까 생각하기도 하고...(그럼 비정규직 노동자가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투신자살... 이러면서 신문에 날라나? ^^)
그런데 애들을 보면서 많이 위로됩니다. (왜 학교에서 보는 애들은 이렇게 이쁜데, 우리집 애들은 안 이쁜 거야... 나 엄마 맞을까?)
저같은 선생님이 많으면 안됩니다요. 부끄러워서 말을 못해서 그렇지, 해야 할 일은 하나도 안하고, 새 일 찾는 데만 열중인 저같은 사람은... 많아지면 안됩니다. 지금 도서실... 심난합니다. 책이 제대로 정리되어 있지도 않아서요...
 

학교도서관에서 학부모도우미의 역할은 사서교사보다 훨씬 더 많고 중요하다.

내가 아는 한 초등학교에서는 도서실의 학부모도우미들이 팀을 짜서 한 달에 한 번씩 인형극도 공연해주고, 매주 그림책도 읽어주고, 도서실에 구비할 책도 직접 고른다.

그 학교는 일단 목록으로 고른 책을 대형서점에 가서 직접 읽어보고 편집이나 삽화 같은 것들까지 꼼꼼하게 살핀다고 한다.

우리학교의 학부모도우미들도 정말 훌륭한 분들이 많다(아니 많았다). 어린이도서연구회나 이런저런 단체들, 대학의 평생교육원 같은 교육기관에서 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손으로 꼽을 수도 없고, 어린이도서연구회에서 책을 선정하는 일을 하는 엄마도 있다.
심지어는 큰 대학도서관에서 십여 년을 근무한 엄마도 있고, 사서교사 경력이 십수 년인 엄마도 있으니, 경력 2년째인 나는 명함도 내밀지 못한다.

그런 엄마들 앞에서 지난 해, 새로 부임한 교장선생님이 말했다.

엄마들이 선생님보다 더 잘 압니까? 도서실 책 선정은 선생님이 합니다.
(그래서? 이상한 출판사의 책을 똑같은 책으로 50권씩 들여다 놓았고, 나는 그 책 캐비넷 위에 쌓아두었다.)

도서바자회의 목적은 돈을 버는 겁니다.(아이들에게 좋은 책을 직접 고르게 하는 것이 목적이어야 한다는 엄마들에게)

아니, 우리 도우미들도 출판사 로비나 받는 그런 단체 사람들이라니 큰일 아닙니까?(어린이도서연구회의 책들은 출판사 로비 받아 선정한다는 도서바자회업자의 말에)

결국 도서도우미들은 교장선생님이 하시는 일마다 딴지를 거는 몹쓸 인간들이 되어버렸고, 올해는 아예 뽑지 않았다. 교장선생님이 뽑지 않으신다니 난 그냥 깨갱~
(작년의 도서도우미들은 학교운영위원회에 진출했다. 학교도서실 활성화가 공약이었고, 최다득표로 당선되었다.)

그래도 올해 도서실은 해야 할 행사가 많다. 돈을 벌 도서바자회도 해야 하고, 수천만원의 예산으로 리모델링을 해서 이전도 해야 한다.
그래서 교장선생님이 내놓으신 비장의 카드는, 어머니회에 도서발전위원분과(딴지 하나. 도서 발전? 여기가 출판사냐? 책을 발전시키게.)를 둔 것. 70여 명의 도서도우미들이 10명으로 팍 줄었다.

사서교사인 나는 10명의 도우미를 뽑겠다는 말도, 뽑았다는 말도, 그리고 그 명단도 '공식적으로' 들은 바는 없다. 비공식 루트로 전해들었을 뿐이다.

그런데 어제, 도서발전위원분과장을 맡은 한 엄마가 전화를 하고 찾아오셨다. 자리를 주었으면 일을 시켜야지, 왜 아무런 얘기가 없느냐고. 무슨 일을 하면 되느냐고.
자신들은 리모델링을 위해 다른 학교에도 가 보고, 아이들에게 그림책도 읽어주고, '도서실' 발전을 위해 힘껏 노력할 준비가 되어 있단다. 작년에 70명이나 되는 엄마들보다 10명이니 소수정예로 더 열심히 할 수 있단다!

그리고 심지어는, 작년 같은 그런 도서바자회라면 자신들은 하지 않겠단다! - 빙고

올해도 쉽진 않겠다. 지금도 서너 시간의 운영위원회 혈전이 끝나면 바로

'도대체 운영위원들에게 무슨 얘길 한 거예욧!'

라고 인터폰하는 우리 교장선생님, 도서발전위원들까지 한몫 거들면 그 불똥은 다 나한테 튀겠지. 에이고, 내 팔자야.

그런데 왜 이렇게 웃음이 나오는지 모르겠다. 겔겔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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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04-08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랑녀님 학교는, 아무리 봐도 좀 심합니다. -.- 그 교장 선생님, 요즘 같은 시대에 뭘 믿고 그러시는지....안스럽기까지 하네요.
여하간, 오늘도 내일도 화이팅~!!!!

호랑녀 2004-04-08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나 들볶으면, 여자선생님들이 단체로 애를 가졌다는... 웃지못할 전설이...ㅋㅋ 있답니다.
(올 가을에 우리학교 여러 분의 기간제교사가 필요합니다)

다연엉가 2004-04-08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심하군요. 학교에 책읽어주러 가면 심지어 선생님 권한에 침범(?)한다고
세일즈맨 취급하는 학교도 있다고 하더군요...난 내 아이에게 좋다고 읽어주는 것이 딴 아이들한테도 읽어주고 싶어 환장한 여편넨데....

호랑녀 2004-04-08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학교는 1학년 어떤 반에서 선생님과 한 엄마가 의기투합하셔서 매주 책 읽어주기를 한다고 합니다. 그림책도 한 100권쯤 사다 놓구요.
그런가 하면 또 어떤 선생님(다행히 우리학교는 아닙니다만)은 역시 1학년 담임이신데, 그림책이 책마다 사이즈가 달라서 보기 싫다고 전집으로 사다 놓으라고! 했다더군요...
(요즘은 전집도 아이들이 싫증낸다고 다양한 사이즈로 나오는데 말예요.)

sooninara 2004-04-13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학교 운영위원회에 들어갔는데..처음 회의에서 분위기 파악 못하고 이것 저것 물어보고..불만사항 이야기했다가..눈치를 엄청 받았어요..그학교는 그래도 몇시간 회의라도 하나봐요..우리학교는 손들고 거수기 노릇하길 바라는듯하네요..그래도..열심히 해봐야죠^^

호랑녀 2004-04-14 0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학교도 작년에 그랬답니다. 오죽하면 운영위원들 별명이 '입안의 혀'였답니다. 교장선생님 입 안의 혀처럼 군다구요.
올해는 참교육학부모회 엄마들이 작정하고 나서서 이렇게 되었는데, 또 다른 엄마들이 있습니다. 학교쪽에서야 그냥 거수기 해주면 편하겠지요. 그런데 그러려면 뭐하러 바쁜 시간 쪼개서 가겠습니까?
 

날씨가 따뜻해지고,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온다.

하, 벌써 4월이다.

학교다닐 때는 중간고사 운운하며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노래를 불렀지만, 4월 참 좋다. 책 읽기도 좋고, 식목일에 개교기념일, 그리고 국회의원도 뽑아야 하니 쉬는 날이 많아서 더 좋다.(물론 일용직인 나는 출혈이 크지만.)

하루종일 히터를 틀어야 했던 볕 안 드는 4층 구석의 도서실도 오늘은 아침부터 유리창을 열어 두었다. 살랑살랑 코끝을 간질이는 바람이 참 기분 좋다.

4월은 과학의 달이다. 그래서 학교마다 과학행사가 있다.

며칠 전, 과학부장님이 공문 비슷하게 생긴 걸 들고 내려오셨다. 그 중 맨 마지막장을 북~ 뜯어 주시면서, 이 책들이 도서실에 있는지 찾아달라고 하신다. 과학도서 읽고 독후감을 받으려고 하신단다. 학년별로 3권씩 선정도서가 있었다.

어? 출판사가 없는데, 괜히 냄새가 좀 수상하다. 여기저기서 좋은 책이라고 귀동냥했던 책들은 단 한 권도 없고, 전부 같은 출판사이다.

다행히 우리 도서실에 두 종류의 책이 있다. 읽어보았다.

맙소사. 이건 책이 아니다. 각종 오역에 오자에 어법에 안맞는 문투는 두 번째로 하자.

내용중에 지구를 지켜야 하는 한 비밀요원 때문에 아무 관계도 없는 맥주집 여종업원이 잡혀온다. 직접 고문해봐야 단련된 사람일 터이니, 한번 들러 술을 마셨던 맥주집 여종업원을 옆에서 고문해서 불게 하려는 의도이다.

그런데 입을 꼭 다물고 있으니 알몸으로 데려온 여종업원의 손목을 잘라서 피를 플라스틱 컵에 받고 죽인다. 그래도 우리의 주인공은 전 인류를 지켜야 하기 때문에 꾹! 참는다.

이게 아이들이 읽어야 할 동화라구? 것도 3학년이? 내 아들이?

책을 덮으려다 보니 책 맨 뒷표지에 나온 책소개는 더욱 가관이다. 조우랑 게일은 달나라에 남아서 행복하게 살았댄다. 허, 그 둘 죽었다. 지구를 지키기 위해 폭사했다. 게다가 우리편인 노부부 운운하는데, 그 책 어디에도 늙었건 젊었건 부부는 없다.

하마터면 이 책을 아이들에게 읽힐 뻔했다. 아니, 다섯 권이나 꽂아두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빌리라고.

사서교사가 맨날 알라딘을 드나들면서 서재폐인이 되어가는 동안, 우리 애들은 도서실에서 그런 책을 읽는단다. 자책한다! 반성한다!

더 속상한 건, 그런 책이 하마터면 3학년 전체가 읽고 독후감을 써야 할 뻔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무성의 무책임으로 책을 만들어두고, 교육청이나 학교에 로비만 하면 되는가. 그렇게 먹고들 사나보다. 정말 너무나 속상했다.

이런 거 어디 고발할 수 없나? 아이들의 영혼을 좀먹는 그런 책을 만드는 사람은 도둑질을 한 사람보다 더욱 심한 벌을 받아야 하는 건 아닌가? 이거, 정말 범죄행위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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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04-01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치/겠/네.
이 글이, 호랑녀님의 만우절 기념 픽션이라면 좋겠습니다. TT

▶◀소굼 2004-04-01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선정한 사람이 누군지-_-;그 출판사와 모종의 계약이 있는 건 아닐지 의심까지 되는군요

호랑녀 2004-04-02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후, 만우절 기념 픽션이요? 그럼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런데 만우절이 하루 지난 오늘도 그 책은 제 뒤 캐비넷에 꽁꽁 숨어 있습니다.
그리고 학교 운영위가 끝난 후 교장은 저를 닥달하고 있습니다. 운영위원들한테 쓸데없는 말 하지 말라고... 으이그, 귀신은 뭐하나 몰라. 저런 몹쓸 인간 안 잡아가고.
혹시 자기네 나라 오염될까봐 안 데려가나?

다연엉가 2004-04-08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교에서 방학때만 되면 권해주는 권장도서는 제가 좀 나쁜X라서 그런지
저는 오자마자 뿍뿍 찢어버립니다.
그리고 가감히 다른 독후감을 써 갑니다.
저 잘했죠?

호랑녀 2004-04-08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울타리님, 나쁜 X가 아니라 현명한 분이시죠 ^^
세상은 넓고 읽은 책도 많은데, 왜 꼭 그런 책들인지... 참...

조선인 2004-04-11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헛, 세상에 그런 일도 있습니까? 아직 우리딸은 3살밖에 되지 않았지만, 조카들의 책꽂이를 다시 한번 뒤져봐야겠습니다.

호랑녀 2004-04-14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선인님, 언제 다녀가셨나요.
조카들의 책꽂이야 엄마 아빠가 사 주셨을테니 그런 책 아니겠지요. 학교가 문제랍니다. 여러 곳에서 기증받은 책들인 것 같은데, 기증하는 사람들이, 그냥 출판사 로비받고 한 게 아닌가 싶어요. 영수증은 정가대로 끊어주고, 실제로는 할인받아 착복하고...(하하, 소설입니다만.)
 

옆 학교에 사서교사가 되었다며, 견학차 한 선생님이 오셨다.

작은 도서실에서 봉사를 하신 적은 있었지만, 책임을 맡고 도서관에 근무하는 적은 처음이라(게다가 배울 곳도 없이 혼자), 걱정이 태산이시라고.

남 얘기가 아니었다. 나도 불과 몇달 전에 꼭 그랬다. 오죽하면 인수인계를 핑계로 세 번이나 도서실에 와서 전임 사서교사에게 매달렸었다. 그런데 막상 일을 시작하고 딱 일주일만에,

어? 전임 사서교사, 일 대충 하고 갔구만!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옆 학교의 신임 사서교사에게 열변을 토했다.

학교도서관은 일반 공공도서관이나 어린이도서관과는 조금 달라야 한다,

우리학교도 그동안 창작동화 위주로 구입했는데, 이제 보니 학습에 필요한 자료들이 더 우선인 것 같다, 물론 창작동화의 기반이 아주 기본적인 것은 갖추어져 있다는 전제 하에서이다,

내가 그리는 학교도서관은 한 반이 도서실에 있는 수많은 참고도서를 중심으로 수업이 가능했으면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선사시대에 대해 배울 때는 도서실의 멀티미디어 자료를 이용해 대형스크린으로 자료화면을 보고, 사계절의 한국생활사박물관 같은 책들을 모둠별로 놓고 보면서 수업을 하는 것이다,

고학년 미술시간엔 스토리를 들려주고 그림책을 만드는 수업을 할 수도 있고,

저학년 미술시간엔 그림책을 놓고, 자기 사진을 꼴라쥬해서 자신만의 그림책을 만들 수도 있고,

국어시간엔 교과서에 실린 책의 원문 동화를 도서실에서 읽으면서 수업할 수도 있고...

한참 열변을 토하다, 갑자기, 넌 그렇게 하고 있니? 하는 듯한 눈길을 느낀다.(자 격 지 심)

도대체 넌 뭐하니?

벌써 3월 한 달이 다 가는데, 내가 한 일이라고는 너무 많은 복본을 갖춘 책들(우리 교장선생님의 취미생활이 같은 책 50권, 100권씩 사는 거라서) 치워둔 것, 그리고 대출증 걷어서 진급처리하는 것, 리모델링 계획서 낸 것!

이게 전부다. 일당 3만3천원이 아깝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일들조차 시간이 부족해서 늘 시간외근무를 한다는 점이다.(수당도 따로 못받고)

난 하고싶은 게 참 많다.

선생님들께 수업 진도에 맞춰서, 우리 도서실에 이러이러한 자료가 있습니다

미리 자료를 뽑아드리고, 매월 주제별 전시도 하고...(국어, 수학, 과학... 하는 식으로)

난 정말 하고싶은 게 많다.

그러니 매일 실밥 뽑는 시다만 시키지 말고, 제발 예쁜 옷을 그려내는 디자인도 좀 시켜주.

시다 월급 준다고 시다만 시키면, 고용주만 손해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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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ninara 2004-03-29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랑녀님..저도 마을문고에서 봉사하지만..님의 글을 읽으니 찔리는군요..
시간만 때우거나..이정도면 열심히하는거지라면서 만족해버리니까요..
저는 이번에 문고 책정리하려구요..신책등록시 아동책을 한꺼번에 꼽아두어서..
나이별 ..수준별...부분별 분류가 전혀 안되어 있거든요
그래서 대충이라도 분류하려하니 그것도 대공사네요..
다음주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책대여를 안하고 일하려는데..
잘되야할텐데....
님의 서재에서 사서역할에대해 많이 배워 갈께요^^

호랑녀 2004-03-30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씀드렸잖아요, 입만 살아서 이러는 거지, 사실 우리 도서실 말도 못합니다...
한쪽에선 대출증 만든다고 엄청 어질러져 있고(오죽하면 그 개구쟁이 6학년 남자애들이 한숨을 푹푹 쉬면서 비키세욧! 하고는 청소해줍니다. 기특한 것들...), 한쪽에선 아이들이 읽다 대충 놓고 간 책이 또 엄청 쌓여 있습니다.
사서가 되면 혹시 주변정리를 좀 잘 할라나 했던 기대는 대학가서 전공강의 첫시간에 사라지고...ㅋㅋ
저는 여전히 다소 어수선해야 책이 눈에 잘 들어온다는(아이들 창의력도 쑥쑥 자란다는) 굳은! 신념으로 어수선하게 살고 있습니다.

나이별 수준별 부분별 분류가 되면 좋은데... 그게 참 어렵습니다. 학교에 따라 저학년용과 고학년용을 구분해서 꽂기도 하는데, 애들마다 수준차가 있어서, 어떤 아이는 1학년이어도 해리포터를 읽고, 어떤 아이는 6학년이어도 그림책을 읽거든요.
그런데 괜히 저학년용, 고학년용 구분해두면, 고학년이 저학년 책 코너에 가서 기웃거리는 걸 수치스럽게 생각한 나머지 책을 안 읽는... 그런 경우도 있어서, 저는 그냥 분류번호 순으로 꽂아 둡니다.
다만, 그림책만 따로 모아두었습니다. 1학년 아이들이 큰놈들 사이에서 치이는 걸 못보겠어서요 ^^ 그랬더니 아무래도 심오한 그림책의 이용률이 좀 떨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