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오후 퇴근길, 자전거를 타고, 뒤에 아이까지 실은 채 시장을 보러 가다 넘어졌다. 차도에서 인도로 올라가야 하는 했는데, 그 약간의 턱을 넘지 못하고 튕겨나와버렸다. 넘기 위해 속도까지 내고 있었으니 좀 심하게 넘어졌는데, 그 순간 나의 놀라운 모성애는 다리를 뒤로 쭉 뻗어 막내를 받아냈고, 그 덕분에 내 무릎은 심하게 땅에 부딪혔다. 아이가 떨어지는 속도와 아이의 무게가 더해졌으니...

그 순간의 쪽팔림!이야 어찌 짧은 글솜씨로 표현할 수 있으랴. 안 아픈 척 일어나는 편이 덜 창피할까, 아님 아예 아프다고 드러눠버리는 게 덜 창피할까, 순간적으로 머리도 굴렸으나, 그냥 어서 일어나기로 했다.  그래도 주변에 있던 6학년 여학생이 달려와 아이 일으켜주고 자전거 세워주고... 착한 것...제일 착한 점은 나한테 괜찮냐 어쩌냐 물어보지 않고 그냥 갔다는 점. 걔가 호들갑을 떨었더라면 진짜 더 창피할 뻔했다.

금요일엔 쪽팔림 덕에 그냥 대충 넘어갔는데, 토요일이 되니, 아침에 일어나기도 어렵게 아팠다. 무릎이 굽혔다 폈다가 잘 되지 않으니 화장실 가기도 힘들었고, 쭈그려 앉는 건 불가능이었다. 학교에 겨우 출근해 병가를 내고 병원에 갔다.

병원에서 무릎을 여러 각도로 사진찍었는데, 뭐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으로 보인단다. 그런데 덤으로 찍었던 손목사진을 보더니 의사가 놀란다. 손목뼈가 밖으로 서서히 빠져나오고 있는 중이라나...

손목에 무리가 가는 일을 하느냐고, 서서히 진행되고 있는 중이란다. 책 옮기는 노가다를 좀 한다고 했더니, 그것때문일 수도 있겠다고...ㅠㅠ 산재로군...

별다른 길은 없는 모양이다. 수술밖엔... 크게 불편하지 않으면 그냥 살아라고 한다...ㅠㅠ

오늘 출근을 했는데, 이미 학교에선 소문이 다 나서 괜찮냐고, 깁스까진 안해도 되는 거냐고 묻는다. 사서선생님이 다리에 깁스하면 책은 누가 정리하느냐고...

무릎의 찰과상 상처에선 만 3일이 지난 오늘도 여전히 진물이 흐르고, 의자에 앉았다 일어섰다도 불편한데...오른손목은 이미 뼈가 빠졌고(이건 좀 오래됐다), 왼손목 뼈도 빠져나오고 있다는데, 책정리하라구... 흥... 슬프다. 서가가 들어와야 정리할 수 있는데, 주문한 서가가 천천히 왔음 좋겠다.ㅠㅠ


댓글(19)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조선인 2004-09-06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호랑언니, 이건 너무 슬프잖아요.
팔다리 모두 멀쩡한 데가 없다! 잖아요. ㅠ.ㅠ
얼른 완쾌하시길 바랄 수만도 없고... 언니 소원대로 서가라도 천천히 오길!!!

가을산 2004-09-06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아프시겠다~!
아이까지 태우고 다니실 정도면 상당한 솜씨이실 것 같은데, 우째 이런 일이!
빨리 나으세요. 약도 잘 바르시구요...

진/우맘 2004-09-06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흑...다리는 빨리 낫고 서가는 천천이....

숨은아이 2004-09-06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와중에 쪽팔림을 걱정하시다니... --; 얼른 나으시길... 그런데 손목은, 손목 체조를 매일 꾸준히 하심 좀 나아지지 않을까요?

로드무비 2004-09-06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한때 서가 정리를 많이 해봐서 알아요.
침도 새카맣잖아요.
최대한 느린 속도로 일하시고요.
하루빨리 나으세요.
책정리 많이 한 날은 삼겹살 많이 드시고요.^^

sooninara 2004-09-06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떻해요?ㅠ.ㅠ
저도 팔목 아플때 문고 봉사가면 책 꼽기 싫어서 아는 엄마들에게 도와달라고 하는데..
그많은 책을 혼자 하시려면...손목뼈가 삐져 나온다니 무섭습니다..
다리는 몇일 지나면 괜찮을지..산재 처리도 안해 주잖아요..비정규직이라..
우리의 호랑녀님 어쩐데요?

비로그인 2004-09-06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구... 관절 쪽은 한 번 다치면 조심해야 되던데... 전 초등학생 때 한 번 자전거타고 학교 앞 언덕에서 굴렀는데, 그 이후로 계속 지금까지도 왼쪽 무릎이 삐그덕 거리거든요... 푹~ 쉬세요...ㅠ.ㅜ

마냐 2004-09-06 1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아...모성의 본능은 놀라워라...눈물이 날 지경임다...빨리 나으세요.

물만두 2004-09-06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쩌십니까... 이런... 조심하시고 푹 쉬시고 잘 나으시길 빕니다...

호랑녀 2004-09-06 1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냐님... 네,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게 그거였습니다. 나에겐 영 없는 줄 알았던 모성! ㅋㅋ
평범한여대생님... 사실 오른쪽손목뼈 빠진 건 저도 초등학교 6학년 때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눈길에 미끄러져서 십여미터 언덕을 쭉~ 내려갔거든요. 그 이후로 시큰거렸으니, 아마 그때 빠졌나 봐요.
수니나라님... 흑흑... 비정규직...ㅠㅠ 생각도 못했어요. 산재처리 하려면 수술해야 하니, 그냥 대충 살려고 했죠. 산재가 안 된다는 건 생각도 못했어요...ㅠㅠ
로드무비님... 침까지 새까맣죠. 샤워하고 출근했어도 땀 닦을 때 보면 시꺼멓게 닦이구요. 아, 그걸 누가 알아주나요...ㅠㅠ 컴퓨터 뒤에 먼지 있다고 손가락으로 먼지 닦는 관리자가... 그걸 아냐구요...
숨은아이님... 그런데요, 진짜 그 와중에 제일 큰 문제는 쪽팔림이었습니다. 주변에 아는 사람이 있나없나 두리번거리게 되더라니깐요. 사람이 왜 그럴까...
진우맘님... 그렇잖아도 서가가 언제 들어올지 연락이 없어서 오늘도 푹 쉬었습니다 ^^ 그런데 4층 구석에 있다 2층 중앙으로 내려오니 왠 손님이 그렇게 많은지... 하루종일 손님접대했죠.
가을산님... 그래두 차도를 쌩쌩 달릴 실력은 안 됩니다. 가을산님이 저보다 훨씬 고수이신 듯! 언젠가는 자전거로 전국일주를 하리라 맘먹는데, 제 몸에 자신이 없어집니다.
조선인님...남편이, 그러니까 움직이는 종합병원이네... 라는 멘트를 날렸습니다. 이 건장한 몸에 누가 믿겠느냐구요. 사실 손가락 관절 하나도 아픕니다 ㅠㅠ 그냥 참고 있습니다.

호랑녀 2004-09-06 1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물만두님... 쉬고 나을께요 ^^ 낫겠죠? 음... 나아야죠...ㅠㅠ

starrysky 2004-09-06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어떡해요.. 정말 푹 쉬셔야 하는데 학교일에 집안일에 아이들도 돌보셔야 하고..
모든 상처를 즉시 아물게 하는 기적의 영약이라도 만들어 보내드리고 싶어요. 부디 빨리 나으시고, 뼈도 더 이상 악화되는 일 없이 괜찮아지길 바랍니다.. 절대로!! 무리하지 마세요!!

호랑녀 2004-09-07 0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 스타리님... 기적의 영약...뭐, 집에선 다리 다쳤다는 핑계로 거의 왕비마마 대접입니다. 애들이 제 상처를 보더니 말을 잘 들어요. 심부름도 잘 하고...^^ 다리가 나아도 안 나은 척 붕대 감고 다녀야겠습니다.
따우님, 그러게요. 손목까지 짚었음 부러졌을지도 몰라요. 아, 정말 행복하게 오래 살고 싶은데... ㅠㅠ

마태우스 2004-09-07 0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Onyour mark님도 자전거 타다가 다치셨던데, 마음이 아프네요 호랑녀님. 빨리 나으시길 빌겠습니다.

반딧불,, 2004-09-07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괜찮으세요??
이제사 보았답니다.
많이 아프시겠어요..빨리 나으세요.

서가 부디 천천히 오길...

무탄트 2004-09-07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목뼈가 나올 정도라니, 그동안 아프지 않으셨어요? 무릎은 지금은 어떠세요, 좀 나아지셨나요? 제 친구도 그랬는데, 그럴 땐 정말 푹 쉬어야 한다더군요. 어쨌거나 몸조리 잘 하시고, 하루빨리 쾌차하시길 빕니다.

호랑녀 2004-09-07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탄트님... 비가 와서 그런지 오늘은 어째 더 아프네요, 무릎이... 이거 신경통 되는 거 아닌가 몰라 ㅠㅠ 그냥 후시딘 열심히 바르는 것밖엔 할 게 없어요. 시간이 지나면 낫겠죠.
반딧불님... 서가는 담주쯤에나 다 들어올 것 같습니다. 이번주에 일부 들어오구요. 일부라도 정리하라고 할까봐 걱정입니다요.
마태우스님, 저 말고 또 있군요. 토요일 번개엔, 가려고 했어도 못갈 상황이었어요. 다리를 절면서 갈 수도 없으니...ㅠㅠ 언젠간 꼭 한번 마태우스님과 번개를 치고야 말리라...^^

책읽는나무 2004-09-07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어머..
지금은 좀 어떠세요?
무릎이랑 팔...두곳이 다 아프시다니!!
그래도 대단하시네요...대단한 순발력이십니다..
아이를 받아내시다니!!...ㅡ.ㅡ;;
저같은 굼벵이는 아마도....ㅠ.ㅠ

빠리 나으시길 바랍니다...사서일도 엄청 노동을 많이 하는군요!!
하긴 종이가 모이고 모이면 젤로 무겁던데....그걸 매일같이 나르고 정리를 하신다면..
어쩐답니까??
정말 산재처리를 하셔야 할것 같은데요....ㅡ.ㅡ;;

호랑녀 2004-09-08 0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ㅠㅠ 병원 다녀온 첫날은 좋아지더니, 그 담엔 썩 좋아지는 것 같진 않아요. 그냥 시간이 흐르면 나으려니... 하는데, 여전히 아침에 자리에서 일어날 때(우린 침대 없거든요) 불편하고, 화장실갈 때 꼭 양변기 있는 데로 가야 하고... 뭐 그런 불편이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