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대학들이 국제 도시를 표방한 인천송도에 국제 캠퍼스를 짓겠다고 몰려들고 있다. 그러나 이들 대학은 치밀한 미래설계없이 ‘부동산 투자’차원에서 일단 땅을 확보하고 보자는 식으로 접근하고 있어 눈총을 사고 있다.

연세대가 지난 5월 파격적인 가격에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인천청)으로부터 55만평을 제공받자, 고려대 서강대 중앙대 인하대 가천의대 등 5곳은 부랴부랴 앞다퉈 캠퍼스 설립 제안서를 내놓고 있다. 과열양상은 송도 쟁탈전을 방불케 한다.

연세대가 이미 확보한 55만평 외에 송도에 국제학술연구단지용도로 할당된 땅은 71만평뿐이다. 하지만 중앙대가 신청한 35만평과 인하대(55만평) 서강대(20만평) 고려대(20만평)에 가천의대까지 포함하면 학술단지 규모의 배를 훌쩍 넘기는 땅을 각 대학이 신청한 셈이다. 땅 크기는 한정돼 있는데 나눠먹기 수준을 넘어 더 많은 땅을 확보하겠다는 욕심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주요 대학들이 송도로 몰리는 이유는 향후 가격이 급등할 수 있는 요지를 선점하기 위한 부동산 투자전략으로 풀이된다. 주요 대학들이 과거 지방에 분교를 세울 때처럼 금싸리기 땅을 확보하면 재산 불리기에 톡톡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

국제 교육을 하겠다는 의지는 뒷전이라는 게 해당 대학 관계자들의 입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송도 캠퍼스 설립 계획을 갖고 있는 모 대학 관계자는 “연세대가 합의한 평당 50만원에 55만평이라는 조건이 파격적이어서 우리도 혜택을 받을까 하고 신청서를 제출했다”며 “다른 대학들도 최대한 많은 부동산을 선점하는 데 1차적 목적이 있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또 다른 대학 관계자도 송도 캠퍼스 설립 계획에 대한 질문에 “다 알지 않느냐. 우리도 IT, BT 연구단지에 외국인 기숙사도 세우고, 그렇게 하다보면 땅값이 올라가지 않겠느냐”고 밝혀 국제학술교육은 송도 땅 확보를 위한 겉치레임을 내비쳤다.

목적이 불분명한 만큼 각 대학의 제안서 내용도 허술하기 짝이 없다. 서로 더 많은 땅을 갖기 위해 국제교육ㆍ연구개발과는 상관없는 기숙사 운동장 도서관 호수 등의 시설물 계획안을 대폭 포함시켰다. 심지어 모 대학은 학교 용지에 입주 제안서를 신청하면서 주택용지와 쇼핑몰 등 상업용지 용도를 포함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청 관계자는 “연세대의 혜택을 지켜본 다른 대학들이 다급히 신청한 것이 제안서에 보인다”며 “학교마다의 개성이나 경쟁력에 대한 고민없이 IT, BT라는 천편 일률적인 타이틀이 모두 같다”고 밝혔다.

인천청은 이에 따라 이달 말 5개 학교 관계자를 불러 제안서에 대한 개별 조정에 들어갈 예정이다. 인천청 관계자는 “각 학교가 본래 국제 교육의 목적은 아랑곳없이 학교 욕심만 채우려는 허술한 제안서로는 인가를 거부할 수도 있다”고 밝혔지만,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는 등 분란이 일어날 조짐이다. 인하대는 “지역학교로서 당연히 우리가 연세대보다도 우선시 돼 들어가야 하는 것 아니냐”며 “우리 학교만큼 총장부터 총동문회 학부생까지 구성원 모두가 송도 캠퍼스를 원하는 곳도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대학들이 땅따먹기를 할 경우, 송도에 ‘국내 대학 유치→외국 대학 설립→외국 기업 유치’등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국제도시 프로젝트의 선순환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임진택ㆍ성연진 기자(yjsung@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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