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부터 4박5일간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단대표를 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만났다. 권의원단대표는 북한에서 보고 들은 내용을 꼼꼼히 기록한 수첩 등을 들여다보며 북한 핵실험과 6자회담 재개 결정 이후 북한 분위기를 전달하려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권의원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에게 한반도 비핵화 필요성을 전달했고, 김위원장으로부터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 회담 개최 등의 언급을 받은 것은 분명한 성과”라고 자평했다.

-평양 분위기는 어땠나.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 간 거다. 많이 달라진 것을 느꼈다. 평양에서 묘향산으로 이동해 가는 길목 곳곳에 핵실험 관련 구호가 붙어 있었다. ‘핵보유국이 된 5,000년 민족사의 역사적 사명을 길이 빛내자’ ‘핵실험 성공의 그 기상, 본때로 강성대국 건설에 새로운 박차를 가하자’ 같은 것들이다. 핵실험 성공과 핵보유국을 기정사실화하고 자부심을 고취시키는 구호들이 쭉 걸려 있었다. 그렇지만 긴장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 놀랄 만큼 평온했다. 동시에 6자회담이 잘 풀리지 않으면, 즉 미국이 계속 압박 정책을 쓰고 제재를 강화하면 ‘선택할 길은 하나밖에 없다’는 분위기였다. 고난의 행군을 10년 했는데, 다시 고난의 길을 걸을 각오가 돼 있다는 말도 들은 적 있다.”

-김영남 위원장을 만났는데.

“김위원장은 우리로 치면 국가를 총괄하는 정부 수반이다. 우리가 해야 할 말을 정리해서 미리 전달했고 현장에서 말했다. 그것에 대해 김위원장이 설명하는 형식의 대화가 있었다. 김위원장 이외에 평양에 머무를 때 대남 업무를 담당하는 실무 포스트에 있는 사람과 자연스럽게 접촉할 수 있었고 이들과도 대화를 많이 했다.”

-핵실험을 직접 설명들었나.

“북측 전문가로부터 설명을 들은 적 있다. 매우 전문적인 설명을 했는데, 결론은 성공적이었다고 주장했다.”

-남북교착에 대한 북측 생각은.

“김영남 위원장은 사견임을 전제로 ‘필요한 조건과 분위기 형성이 필요하고 고찰해야 하는데, 지금 형편으로는 남쪽 정세가 적절치 않다’고 했다. 당국자 회담도 북측이 먼저 차단한 게 아니고, 남쪽에서 먼저 인도적 지원을 끊고 해서 당국자 회담이 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북한에서는 인도적 지원 중단에 대해 우리가 놀랄 정도로 분개하고 있었다. 실무자들은 ‘먹는 것 가지고 장난 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지원 재개뿐 아니라 사과까지 요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다. 개성공단에 출근하는 사람이 1만명 정도인데, (식량지원이 중단된 뒤) 9월의 출근율이 낮아졌다고 하더라. 우리가 지원한 쌀이 주로 개성 지역, 금강산 지역 등에 우선 배분되는데 인도적 지원 중단 이후에 밥을 못 해먹어서 출근율이 떨어졌다는 얘기였다.”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한 적십자 회담에 대해선 어떤 의견이 나왔나.

“이산가족 상봉과 관련해서는 민노당이 ‘적십자 회담을 통해 논의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제의했고, 김영남 위원장이나 북측 실무진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북측이 (남북 대화의) 신호를 보냈다고 본다. 한국 정부가 판단을 잘 해서 답변해야 할 시기다.”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사업에 대한 북측의 반응은.

“북측은 두 사업의 필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개성공단의 중요성은 서로 잘 알고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북측이 먼저 중단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나는 인도적 지원 중단 이후 개성공단 방문자들에게 시내 방문을 금지시켰는데, 그걸 풀라고 이야기했다. 북측 실무자들은 ‘그것은 지엽적인 문제다. 개성공단 사업이 잘 안되고 있는 근본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오히려 말하더라.”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사업으로 북에 들어가는 자금이 군부에 간다는 의혹에 대해 북측이 알고 있나.

“구체적인 답을 듣지는 못했다. 북측 관계자에게 그 이야기를 했더니 그냥 웃더라. 말도 안된다고 여기는 듯했다.”

-6자회담 복귀 배경에 대한 북측의 설명은 무엇인가.

“김위원장은 ‘재개하기로 합의봤다. 지금까지 금융제재 모자 쓰고 (회담 하자고)해서 반대한 것이지 6자회담을 반대한 것이 아니다. 6자회담 전에 금융제재를 논의하고 해체할 방도, 담보를 주고 한다고 해서 응했다. 원래 금융제재 해제 여하에 대한 미국의 태도가 문제였다’고 전했다.”

-북핵 문제에서 중국의 역할을 어떻게 생각하던가.

“북측 인사로부터 들은 바는 없고, 북한에 가면서 중국에 들렀는데 중국 관리로부터 이야기를 들은 게 있다. 중국의 역할이 앞으로 더 증대될 것이라는 거다. 중국이 앞으로 이중적 태도를 갖게 될 것이란 말을 들었다. 표면적으로는 대화를 주장하면서도 북한에 제재를 더 강화할 수도 있다는 의미로 들렸다. 중국 관계자는 ‘(중국의 입장과 역할에 대해) 한국, 북한, 미국 등 당사자들은 알 것’이라고 하더라.”

-방북단의 만경대 방문이 논란을 빚었다.

“생각 다르고 체제 다르다고 부인한다면 남북간 대결밖에 없다. 언제까지 대결적 자세로 갈 것인가. 가기 전에 우리 정부에서 금수산궁전, 혁명열사릉, 애국열사릉 3곳은 가지 말라고 했다. 그런 곳은 가지 않았다.”

-북측 인사들이 우리에게 바라는 바는.

“북한은 새롭게 바뀌려고 노력을 많이 하고 있더라. 일부는 중국 자본이 일방적으로 들어오는 것에 대해 우려도 했다. ‘남과 북이 다른 곳에서 활로를 찾아서는 안된다’ ‘남북이 공동의 경제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그게 서로 살 길이다’라는 말을 많이 하더라. 남북 경협 사업의 성공적인 모델 케이스로 논의되는 게 조선정성제약연구소인데, 연구도 하고 공장이기도 한 곳이다. 그곳을 방문했는데, 기업을 소개하는 비디오 테이프 속의 용어가 ‘우리 경영진은 경영기법을 혁신하여…’라는 것이었다. 경영 마인드 같은 것이 확산되고 있다는 걸 느꼈다.”

〈김근철·김종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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