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월은 붉은 구렁을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3월
평점 :
절판


“일본사람은 인간관계를 귀찮아 하면서도 또 고독에는 굉장히 약하지 않습니까. 그걸 해결하는 방법이 다 함께 똑같은 일을 하는 데 있는 셈이지요. 저 사람도 나하고 같은 일을 하고 있어, 그러니까 난 고독하지 않아. 그런 거죠.”  92p

‘일본사람’을 ‘현대인’으로 바꾸면 현대인의 고독과 대중의 집단적 몰취향에 대한 재미있는 해석이 된다.
재래시장의 살내음을 발라내고, ‘상거래’만 남은 인터넷, TV 쇼핑처럼 소홀한 관계를 동일한 행위로 채우는 것은 이미 현대인의 생활로 자리잡았다. 목적만 남고 과정은 생략된다.
과정은 비용이니까.
폭주하는 소비지상주의 속에서 이것은 합리적인 것이다.
“롤러로 밀듯이 한 색깔”로 칠해지는 세상의 불필요한 것들은 그렇게 늘어간다. 자유로워 보이는 강요로 가득차 있다.

저자인 ‘온다 리쿠’는 제한된 세상 속에서 무한히 확장하는 세상을 꿈꾸는 자임이 틀림이 없다.
이 소설에서도 이야기의 확장성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호접몽처럼 소설 속의 소설, 이야기의 이야기로 이어가는 흐름을 쫓아가다 보면 과연 끝은 있을까? 안과 밖의 경계는 있을까라는 물음을 맞닥뜨리게 된다. 물론 이 부분은 작가가 권력을 절대적으로 행사한 것에 기인한다. 힘없는 독자야 내어 놓은 길을 따라갈 뿐이지 않은가. 어쨌든 앞만 보고 쫓아가게 하는 이야기의 매력은 ‘진실은 저 너머에 The Truth is out there...’ (폭스 멀더 요원)’의 삶처럼 아리송한 것이다. 유한의 영역을 끊임없이 벗어나고자 하는 바람이 독자를 끌어당기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저자의 글쓰기에 대한 욕망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전설이 된 이야기(소설 속의 삼월은 붉은 구렁을 처럼)’를 쓰고 싶어하는 그의 목표는 고독한 현대인에게 생략된 무엇인가를 채워줄 수 있을 것 같다.

세상은 멈추질 않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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