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네 방 - 내가 혼자가 아닌 그 곳
언니네 사람들 지음 / 갤리온 / 2006년 3월
평점 :
품절


겉으로 드러낼 수 없는 언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사회적 정의는 이미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다. 이루고자 하는 욕망조차도 누군가에게 의지해야 하고, 그러한 구조를 받아들여야 만이 사회적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진다. 금기와 억압의 사슬은 그들의 언어에 침묵의 재갈을 선사한다. 이러한 사회적 폭력은 일상적이고 무의식적일 때 가장 폭력적이다. 가해도 없고, 피해도 없다. 오직 누군가의 상흔만이 기억을 증명한다.

대상은 지워진다. 그것은 반복한다. 피 속에 새겨져서 다음 세대에게 전한다. 이것은 생활이다. 생활 속에 상식으로 통한다. 상식을 가진 자의 특권이고, 그것을 당당히 전유한다. 당연한 것은 무뎌진다. 자극은 불편하다. 그리고 불쾌하다. 인간의 행복추구권은 신성하다. 그래서 불쾌함을 거부한다. 그리고 현재의 질서를 유지해야 한다.
이것이 사회라고….

그것이 사회라고? 이 책은 기어코 누군가의 은밀한 언어를 세상에 꺼내고야 만다. 누군가의 너덜너덜 해진 심장을 들춰본 느낌이랄까. 박동할 때마다 분출하는 피냄새가 진동한다. 그것이 고통의 향이구나. 세상에 대한 분노구나. 슬러지 같은 놈들 때문이라도 행복해지려는 사람들. 그들의 글은 세상을 긍정하려 한다. 자신에게 걸었던 결계를 막 부숴버린 자들의 해방을 담았다. 행복을 두려워 하지 말라고 주문한다. 세상에 나와 화끈하게 살라고 한다.

여성들에게만 해당되는 내용은 아닐 것이다. 그들끼리 읽는 책도 아닐 것이다. 술 쳐드시면 여성을 주무르시는 최연x 국회의원도 봐야 하고, 아내는 돈도 벌어야 하고 살림도 전담해야 한다는 내 친구도 읽어야 할테고, 페미라는 말만 들어도 두드러기 나시는 네티즌 여러분도 읽어야 할 것 같다. ‘경험’하지 못했던 세계가 기다리고 있으니까.

"가해자의 편에 서지 않는 것이 생각 있는 사람이 할 일이다."라고 알베르 카뮈는 말한다. 내가 누려온 날들. 나의 특권들. 나의 상식들. 싹 벗어야겠다. 아직 노출의 계절은 아니지만, 때가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때는 지금이다.

나의 상처는 나만의 상처가 아니고,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 이야기들을 들어야 하고, 전해야 하며, 그 사람들 편에 서고,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22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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