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1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박경철 지음 / 리더스북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자신의 삶에 투옥된 사람들, 공감할 수 없는 공간에 갇힌 사람들, 그들이 겪는 ‘현대인의 고독’은 스스로 만들어낸 경계를 풀지 못하고, 끊임없는 방어기제로서 서로의 관계를 의심하면서 일어선다. 신뢰는 금전적인 가치, 이해의 득실에 멀어져 간다. 그렇게 서로는 멀어지고, 목마름은 커지고, 커지는 욕망의 입은 무엇이라도 삼킬 듯이 흉폭하다. 메마른 영혼의 영양 결핍을 무엇으로 보충 할 것인가… 무엇이 그 입을 잠재울 것인가…

우리가 누군가의 경험을 듣고 싶어하는 것은 생체항상성의 작용이 아닐까.
‘사연 들어주기’, 그것은 ‘경험의 확장’을 경험하게 한다. 네트웤이 지식의 확장을 이루듯이 소통과 공감의 신경을 이어주는 것이다. ‘독거의 종말’을 고하는 노력은 귀를 여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이 책은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 귀를 뚫어주는 절절한 사연과 안타까움이 가득하다. 생과 사의 경계에 선 사람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서있는 사람들, 환자와 의사의 관계는 무엇보다 ‘생의 의지’로 끈끈하게 이어진다. 뿜어지는 피와 으스러진 조직을 회복하는 것만큼이나 인간적인 관계의 회복은 커다란 감동을 준다. 헌신과 희생만 보였다면 오히려 그것은 비현실적인 세계로 빠졌을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분노와 기쁨, 그리고 삶에 대한 성찰과 반성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인간적인 고민에 휩싸인 모습은 우리가 사는 세계에서 벌어지고 일임을 확인시켜준다. 이것이 우리의 삶이라고…

그래서 안타까운 사연들이 더욱 가슴을 아프게 한다. 책을 쥔 손에서는 힘이 빠진다.
"아픈 사연들을 많이 간직한 사람들은 엄청난 고통에 대해서도 아무런 감정의 동요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 마음은 어디 그러한가. 왜 이토록 고통은 평범하고 순박한 사람들을 비껴가지 못하는지…” 279p

끔찍하다. 살아가면서 겪어야만 하는 고통을 한 곳에 모두 모아 놓은 것처럼 각 페이지에는 피와 눈물이 베어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돈 잘 버는, 외형적 아름다움을 완성시키는 성형외과도 있지만, 죽음과 삶을 그 누구보다 가까이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숭고와 감사가 묻어난다. 의사라는 종족은 인간의 살과 피에 무감각하지 않을까, 인간적인 감정은 도려내어서 어디엔가 쳐박아 두었을 것이라는 편견도 지운다.

죽음을 느낄 때 비로소 삶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내가 살아있음을 감사하고, 그들의 가치를 존중할 줄 알게 된다. 시골의사 ‘박경철’씨는 자신의 경험을 솔직한 글쓰기로 우리에게 다가와 살포시 그 의미를 내어놓는다. 귀를 여는 것은 독자의 몫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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