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개골의 서
로버트 실버버그 지음, 최내현 옮김 / 북스피어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영생… 진짜야? 가짜야?

형식이 내용을 압도한다. 4명의 선명한 캐릭터를 번갈아 가면서 그들의 내밀한 면을 들추는 작업, 그러면서 그들의 이야기와 그들의 미래를 이끌어 가는 것, 독자는 즐겁게 읽지만 작가에게는 분명히 괴로운 일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탄생한 이 소설은 나름대로의 매력을 지닌다. 네 명의 삶과 운명, 하나의 시험, 그리고 두 명의 죽음과 두 명의 영생이라… 소설의 결말은 철저하게 신비주의 모드로 일관한다. 진짜야 가짜야? 있긴 있는 거야?
어쨌든 출발한다. 손해 볼 것은 없으니까. 우리의 삶이 그러하듯 앞만 보고 달리는 것이다. 어디까지나 우리 앞에 놓여 있는 것은 죽음과 삶, 둘 중에 하나 아니던가. 대박이냐 쪽박이냐는 누가 더 갈망하는가에 달린 것이니까. 조금 더 욕망하라~ 영생은 그대의 것이니…

이야기는 직선적이다. 거의 모든 것은 앞에 놓여져 있고, 우리는 것을 밟아가기만 하면 된다. 여행은 목적지에 다다를수록 내부로 향한다. 인간의 심연 속 번민을 하나 둘 알아감으로써 캐릭터에 함몰된다. 이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영생의 의미는 어디서 찾아야 하는 것일까.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철학적인 물음, 현실적인 고뇌, 인간적인 결함과 이상, 영생의 달콤함과 현실의 추악함, 이 모든 것들이 얽히고설킨 한 가운데에서 치루는 마지막 관문…. 그리고 얻게 된 영생.

인간이 그렇게 갈구하던 영생이 그럴 줄이야. 난 그런 영생 안해. 희생과 배제의 의식으로 얻은 영생이 군대와 다름 없다면, 아침에 일어나 먹고, 삽질하고, 규칙적으로 하고, 자고... 모든 감정의 절제와 획일화로 이루어진 세상을 인간이 가진 최후의 욕망을 통하여 얻는다니. 허무의 허무다. 이상을 향한 현실에서의 도피는 그렇게 마감한다. 누가 죽느냐, 누가 사느냐의 호기심에서부터 출발하였지만, 결국에는 영생의 품질을 확인하지 않은 소비자 부주의한 선택으로 인한 '단순 변심'은 ‘반품 불가’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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