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책들의 도시 1
발터 뫼르스 지음, 두행숙 옮김 / 들녘 / 200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판타지 모험극인줄 알았더니, 출판산업, 독자, 작가와의 관계에 대한 총체적 풍자극이었네.
출판된 책, 출판될 책에 미치는 환경의 지배력을 막강하게 행사하는 부흐하임의 군주 ‘스마이크’가 ‘자본’이 아니면 무엇일까..

“문제는 돈을 벌기 위해서는 흠 없는 훌륭한 문학은 필요 없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평범한 것, 덤핑 책, 파본, 대량 서적들이란 말이다. 많이, 점점 더 많이 생산하는 것이다. 점점 더 두꺼우면서도 내용은 별 것 없는 책들 말이다. 중요한 건 잘 팔리는 종이지 그 위에 쓰여 있는 말들이 아니거든.” 227p 스마이크의 말

‘루모의 어둠 속의 기적’에서는 머리 좀 쓰는 상어구더기인줄 알았더니, 되게 나쁜 놈으로 나온다~! 나쁜 놈!!!

순수한 열망으로 (엄청난 모험, 자본의 위험 또는 매혹을 뚫고서)작가의 길을 걸어가려는 주인공 공룡은 저자(발터 뫼르스)의 모습을 얼핏 보여준다. 순수창작에 대한 고뇌가 곳곳에 드러나는 것을 볼 때마다 안쓰럽기까지 하다.

특히 책 수집광의 두 부류, 부흐링과 책사냥꾼은 열광의 두 가지 면, 중독성과 파괴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오름, 그것은 등 뒤에서 한 걸음 너를 놓칠 수도 있고, 번개 치듯 네 몸속으로 파고들거나 혹은 네 뱃속을 뒤틀리게 할 수도 있다. 너의 머릿속에서 뇌를 잡아 뜯어냈다가 다시 집어넣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한밤중에 네 가슴속에 들어와 앉아 네게 끔찍한 악몽을 꾸게 한 다음 거기에서 다시 네 소설이 구상되어 나오게 할 수도 있다. 나는 그것을 느꼈다. 오름을.” 316p

오름, 이것은 ‘독서삼매경’을 서양식으로 부른 것일 테고… 오르가즘의 변형어라는 느낌이 든다.

이렇듯 상징과 은유, 풍자와 상상이 넘실거리는 책이다. 다른 분의 리뷰를 보니, 이 책에 나오는 책과 인용문 또한 패러디가 있다고 하는데 나는 무식해서 잘 모르겠다.

작가는 현실을 탐욕과 물신, 파괴적인 소유욕이 지배하는 또 다른 세상을 모방하는 데에 재주가 있는 것 같다. 그가 그림자의 제왕이 되어 잃어버린 균형, 원래의 의미를 찾기 위한 힘에 갈망하듯 독자는 꾸준하고도 의식있는 독서를 지향해야겠다. 잘 팔리는 책에 휩쓸리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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