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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남부 카나에서 평온한 휴일을 덮친 이스라엘 군의 공격으로 가족과 친척을 잃은 레바논인의 슬픔이 거리를 뒤덮고 있다. 희생자 대부분이 미처 대피하지 못한 어린이·여성이어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스라엘의 첫번째 미사일이 카나에 대한 공격을 시작한 지난달 30일 새벽 1시무렵. 귀를 찢을 듯한 소리에 놀란 모하메드 쉘호우브(38)는 바로 현관문을 열었다. 그가 서둘러 2살부터 12살까지 다섯명의 자식과 아내, 장모와 10살난 조카를 데리고 건물 밖으로 피신하려 했을 때 두번째 미사일이 그들을 덮쳤다. 구조대가 도착했을 때는 부부를 제외한 가족 7명이 사망한 뒤였다.
이스라엘 군은 건물이 아침까지 붕괴되지 않고 있었으며, 건물 내부에 있던 폭약으로 인해 붕괴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입주자들은 첫 미사일 폭발 이후 벽과 천장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쉘호우브의 부인은 “의사가 내 가족들이 건물에 깔려 숨졌다고 말했다”며 “그들이 말하려는 것은 내 가족이 벽돌과 모래 때문에 숨졌다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이들 부부는 다른 세명의 생존자와 함께 나무 아래서 머리 위로 지나가는 비행기 소리를 들으며 공포의 밤을 보내야 했다.
이스라엘은 카나에서의 민간인 희생에 대해 유감을 표시했으나, 이미 충분히 군사 공격에 대한 경고를 내린 뒤였다며 발뺌했다. 그러나 현지 레바논인들에게 있어 피난은 꿈도 못 꿀 일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경제적 형편이 여의치 않은 데다 이슬람의 전통적인 대가족이 대부분이라 이동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미사일을 정통으로 맞아 붕괴된 대피소 건물에 피신해 있다 대부분이 사망한 한 친척 일가는 이미 2주전부터 피난을 계획해 왔다. 그러나 담배공장과 건설현장에서 일한 돈으로 먹고 사는 그들에게 북쪽으로 향하는 택시 비용 1,000달러는 너무나 큰돈이었다. 또 95세의 휠체어 탄 노인과 수십명의 아이를 이끌고 가기에 이 가족은 너무 거대하고 약했다.
장애를 겪는 어린이도 있었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사망한 어린이 가운데 15명은 정신적·육체적 장애를 가진 어린이였다. 남부 레바논을 통솔하는 바히라 하리리는 “이스라엘의 공격이 점점 심해지고 있어 이 지역의 피난민들을 다른 안전한 곳으로 옮기고 싶었으나 이들은 방공호와 이슬람 사원이 그들을 지켜줄 것이라고 믿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군의 무차별 공격으로 피난길마저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달 15일 픽업트럭을 타고 피난길에 올랐던 21명이 이스라엘 공격으로 전원 사망했다. 지난 주말에는 미사일이 적십자 응급차량 2대를 공격, 6명이 부상했다. 30일 카나에서도 미사일이 응급차량을 타격했다. 미사일 공격으로 부상해 티레의 병원에 입원 중인 자이네브 샬호우브(22·여)는 “이스라엘 군이 적십자마저 공격하고 있다고 들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어떻게 어린 아이들과 피난을 갈 수 있겠는가”라고 절망적으로 말했다. 구조대가 닿지 않는 마을의 건물 더미 밑에는 수많은 시체가 그대로 남겨져 있어 사망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 마을의 야채가게 주인인 핫산 파라는 “헤즈볼라 전사들이 아직 카나로 오지 않았지만 마을 주민들은 강력하게 그들을 지지할 것”이라며 반 이스라엘 감정을 불태웠다.
〈박지희기자 violet@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