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8. 근친상간 같은 느낌을 주려고 했다

김태용 감독: 민규동 감독도 영화를 보더니 '미라(문소리)와 형철(엄태웅)이 잤구나.' 라는 이야기를 했어요. “그런 게 보여요.” 라고 물어보았더니 보인대요.(웃음) 저희 작품은 캐릭터 각각이 주인공이긴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관계가 주인공인 영화잖아요. 관계가 주인공인 영화이다 보니까 이 관계를 한 층으로 보여주기 보다는 중층적으로 보이는 게 좋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둘의 관계는 다른 관계보다 농도가 진할 것이다” 이것을 기본 베이스로 깔고 갔어요. 근친 같이 보이면서도 사랑스러운 오누이처럼 보이게 하는 것, 그 적정 수위를 지키기가 어려웠어요. 오누이가 아닌 연인에 가까운 느낌을 계속 주고 싶었는데 분위기가 계속 그런 쪽으로 흘러 가면 작품의 원래 의도에서 많이 벗어날 거라 생각했어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 끝에 택한 방법은 연인 같은 느낌을 밑으로 깔고 그 안에서 소동극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이었어요.

공효진: 저도 첫 번째 에피소드 찍은 걸 보고 조금 이상했어요. 처음 형철(엄태웅)이 집에 들어왔을 때 미라(문소리)에게 꽃을 주잖아요. 형철이 무신(고두심)에게 들어오라고 할 때까지도 둘은 손을 꼭 붙잡고 있어요. 둘의 관계가 조금 이상해서 감독님에게 물어봤어요. "둘의 관계가 그래요?" 감독님이 그렇다고 하시더군요. 시나리오만 봤을 때는 눈치채지 못했어요. 동생 있는 누나들은 둘 사이에 있는 감정을 더 잘 알 것 같아요.

 
(어쩐지 어쩐지~!!!!)


<가족의 탄생>은 연애에 대한 영화이기도 하고 가족에 대한 영화이기도 하다. 어떻게 아이디어가 시작되었는가?

몇 년 전에 친구가 라디오에서 들은 사연을 이야기해준 게 있었다. 한 여자가 오빠 내외랑 살게 되었는데, 올케가 아이를 가질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러자 오빠는 아내와 여동생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 여자아이를 입양했다. 그런데 문제는, 아이가 온 바로 다음날 오빠가 교통사고로 죽어버린 거다. 나는 이 이야기로부터 ‘혈연이 아닌 세 여자가 함께 산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때 메모를 해둔 게 있어서 2002년 즈음에 모 프로듀서에게 얘기를 했더니 “그거 재밌겠다, 그런데 그거 안 돼. 흥행 영화 한편 만든 다음에 해라” 하더라. 그래서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불현듯 그 메모가 다시 떠올랐다. 내가 궁금한 것은 그녀들이 어떻게 함께 살았을까 하는 과정이 아니라, 만약 그 입양된 소녀가 성장해 결혼할 남자를 집으로 데려왔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하는 거였다. 결혼할 남자가 여자 집에 오니 두 명의 나이 든 여인이 있는 거다. ‘누가 어머니세요?’ 라고 물으니, 여자 친구는 나이 든 두 명의 여자들에게 ‘엄마들’ 하고 부르고, 그녀들이 씩 웃는 거다. 그런 엔딩 장면을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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