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류철원  (2006-07-12 14:41:52, Hit : 146, 추천 : 8)
제목  
   두렵도록 무식한...
찬성할 이유도 모르는...

한미 FTA를 둘러싼 진실게임이 점입가경이다. 하물며 한나라당의 박종근마저 "나는 FTA를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그 내용이 뭔지 알려준 게 없어 지지발언을 해줄 수가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한 마디로 미치고 폴짝 뛸 노릇이다. 어쩌면 한국경제의 체질을 통째로 바꿀 수도 있는 중대한 경제 협상이 이렇게 추진되고 있다. 그냥 이유도 없이 시한을 미리 정해놓고 밀어부치고 있는 셈이다.

찬성론자들은 '한미 FTA=개방'이라는 도그마에 사로잡혀 있다. 하지만 우리는 '한미 FTA'야말로 겨우 '개방'의 일개 방식이라는 것을 놓쳐서는 안된다. 과거 리영희 선생님은 노무현 정권을 일컬어 "무식한 정권"이라고 통렬하게 비판한 적이 있다. 맞다. 정말로 노무현 정권은 무식한 정권이다. 아니, 그냥 무식하기만 하지도 않고 무식함을 과시하려는 정권이다. 그래서 노무현 정권이 두려운 것이다.

사실 노무현 정권의 속성은 묻지마 지지에서 비롯되었다. 그나마 그 무식한 묻지마 지지 역시 거품이 붕괴하고 말았다. 그간 묻지마 지지에서는 노무현이라는 아이콘만 보일 뿐, 노무현 정권이 가지고 있는 콘텐츠는 무시되었다. 하지만 이제 정권 말기로 향하면서 콘텐츠의 양질이 분명히 바닥이 나고 있는 중이다.

위에서 예를 든 한나라당 박종근의 고백은 오늘날 노무현 정권이 처한 현실을 역설적으로 웅변해 주고 있다. 그저 국민들은 각하의 높은 뜻을 감히 알려고 하지 말고 염화미소만 보내라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숱하게 경험했다. 노무현 정권이 무슨 짓을 해도 심모원려라는 거짓 역성이 판을 쳤으며, 심지어 개혁적 지식인의 탈을 뒤집어 쓰고 그런 짓을 천연덕스럽게 방조하고 후원했던 집단들이 난무했다.

이정우의 뒷북

한국사회경제학회 경제학자 151명은 6일 오전 ‘한미 FTA협상에 대한 경제학자들의 견해’라는 성명을 통해 FTA 협상 중단을 촉구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연명에 전 청와대 이정우 정책기획위원장의 이름도 보인다. 정말로 대책없는 분이다. 그동안 청와대 정책기획위원장으로 재임하다가 사임하고 나서야 한미 FTA를 반대한단다. 정태인 비서관의 변명처럼 그가 보수적 경제관료들로부터 견제를 받다가 마지막으로 거세를 당했는지는 관심도 없다. 하지만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을 총괄했다는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재직할 때는 무슨 짓을 하다가 이제와서 한미 FTA를 반대한다고 저러는지 모를 일이다. 모름지기 책임과 권한을 가졌을 때 제대로 일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말이다.

청와대를 나오니까 비로소 정상적인 사고가 가능하다는 말일까? 정권의 경제브레인으로 일할 때는 보이지 않던 사실들이 퇴임후에 학자이자 교수의 눈으로 보니까 사태의 심각성이 판단된다는 말일까? 노무현 정권이 올초부터 한미 FTA에 대한 올인정책을 펼쳤을 때, 그는 과연 무엇을 하다가 이제서야 뒷북을 치는가 말이다. 막말로 이정우가 그렇게 비판해대던 관료들의 보신주의를 자신이 먼저 답습하지나 않았는지 자문해 볼 일이다.

차라리 이정우의 뒷북치기에 비하면 유시민이 훨씬 훌륭하다. 정태인 전 비서관에 따르면 "(유시민 장관은) 약값 재조정 같은 문제도 현재 우리 정책에서 한 발이라도 물러서는 협상결과가 나오면 사표를 낼 각오를 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자신이 해당 분야의 책임과 권한을 가지고 있을 때 의견을 제출하고 사태를 수습해야 하는 것이 공복의 자세이다. 제발 이정우를 비롯한 전현직 참여정부의 자칭 개혁전도사들은 유시민처럼 당당하기 바란다. 그저 뻘쭘하게 한 줌도 안되는 지지자를 상대로 묻지마 지지나 요구하지 말란 말이다.

궤변과 조작의 말로

간만에 노무현의 이름이 언론지상에 등장했다. 아니나 다를까 뻔한 스토리를 들고 나왔다. 바로 일본의 대북 선제공격 운운하는 떠보기에 정면대응을 운운한 것이다. 매사에 이런 식이다. 이 지긋지긋한 국가주의에 은근슬쩍 밥숟가락을 올려놓고 한미 FTA에 반대하는 여론을 물타기하려는 것이다.

한미 FTA와 같은 국가적 명줄은 결코 쪽발이들의 게거품 헛소리에 비할 바가 아니다. 오늘 민주노동당 권영길이 배포한 보도자료를 보라. 우리는 국가가 앞장서서 진실을 은폐하고 조작하는 현실 앞에서 노무현 정권의 마지막 발악을 본다. 그간 정권이 물경 40억이나 들여가며 홍보했다는 국정브리핑의 조작을 비롯한 FTA 찬성과 관련한 대부분의 근거는 모두 휴지조각이 되고 있다.(자세한 내용은  http://www.nofta.or.kr/webbs/list.php?board=nofta_8에서 보시기 바란다.)

미국은 한국의 공교육 시장에 관심없다고 한다. 왜? 공교육 시장은 돈이 안되고 사교육 시장이 짭짤하다는 것을 그들은 알기 때문이다. 미국의 쌀농가들은 한국의 쌀개방에 10년의 유예 기한을 두자고 한다. 왜? 타분야의 더 많은 것을 요구할 수 있는 요긴한 카드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한국의 의료보험 체계에 관심이 없다고 한다. 왜? 그들은 약가 조정과 카피약 금지 등으로 우리의 의료체계를 밑동부터 허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미 유효한 히든카드를 모두 써버렸다. 소위 4대 선결과제라는 명목으로 패를 오픈하고 시작한 게임이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권은 정말로 두렵도록 무식한 정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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