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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60년의 한국정치 - 1945~2005
손호철 지음 / 이매진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해방 60주년을 맞아 우리가 바라는 민주주의가 삼성공화국 내지, 미국정치를 비판할 때 쓰는 표현대로, ‘돈으로 살 수 있는 최상의 민주주의’일 수는 없지 않은가? 군사독재 못지않게 자본의 지배 역시 민주주의의 적이며, 군사독재를 대체한 것이 기껏해야 금권의 지배와 정-경-언 유착구조라면 그것은 반쪽 민주화일 뿐이다.”
”이제 다시 ‘민주 대 반민주’의 구도로 돌아갈 수는 없다. 따라서 한국정치가 진보정당의 성장을 통해 진보-보수의 구도로 전면 개편될 때 지역주의는 약화될 것이다.”
구구절절 맞는 말을 듣다 보면 생각이 없어진다. 마비된 사고를 추스르고 보려 해도 반세기의 역사를 감당하기엔 내 역량으로는 한없이 부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책을 말하려는 이유는 나는 이곳에서 이 시대를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사적인 것은 정치적이다’, ‘시장 경제는 정치적이다.’
한정된 자원의 배분을 놓고 벌이는 ‘정치’는 생활 곳곳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저임금을 놓고 벌이는 노동계와 재계의 갈등, FTA에 반대하는 목소리들, 스크린쿼터제 축소에 항의 하는 영화인들. 안마사 법에 대한 위헌판결에 대한 시각 장애인들의 시위 등을 보면서 정치라는 지배체제의 질서가 ‘먹고 사는 문제’에 얼마나 민감하게 작용하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다. 그럼에도 ‘나는 정치가 싫어서 관심이 없어요.’라고 말한다면 ‘나는 먹고 사는 문제는 중요하지 않아요.’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다. 이제 그런 무책임한 말은 꺼낼 수 없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기득이익이 가장 강력한 헤게모니를 갖고 있는 영역은 경제’이고, 그곳에는 늘 정치 권력이 자리를 잡고 있다. 정치와 경제의 관계를 가장 잘 보여주는 부분이다. 우리는 그동안 정경분리를 말하였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경제와 정치를 분리하지 말아야 하는 것에 있다. 분절된 정치는 사적영역의 정치를 위한 정치에 머물고, 실제적인 공적영역의 정치를 실행하지 않음으로써 혈세 낭비는 물론 민중의 고통으로 이어진다. 한국 정치의 문제는 정치적인 문제를 비정치적으로 해결하려고 했고, 그렇게 해왔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 책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나.
분단과 반공 이데올로기, 군사독재와 민주화, 그리고 신자유주의의 이어지는 ‘한국정치 로드맵’을 걷다 보면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의 방향을 모색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일말의 기대를 심어주는 데에 있다고 본다. 신자유주의와 FTA라는 거대한 파고에 직면한 현 시점에서 우리의 선택은 사실상 없어 보인다. 하지만, 흔히들 ‘어쩔 수 없다’라는 말. 또는 현실적인 대안을 내놓지 않고서 비판만 하지 말라는 ‘관망적인 태도’보다는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야 할 것이다. 21세기 한국의 발전 모형이 ‘좌파 신자유주의자’가 이끄는 FTA이여야만 한다면, 우리는 그것의 타당성을 제대로 검증하고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결코 이런 식으로 생략되어서는 안된다. 대의제라고 모든 결정권을 청와대와 국회에 넘긴 것은 아니다. 국민의 판단과 선택을 존중해야 하며, 우리의 삶에 직결된 문제일수록 신중하게 추진되어야 한다.
역사에 치이고 밟혀도 결국에는 민중이 움직여야 한다. 우리의 삶이 버겁다면, 버거움의 원인을 고민하고 함께 풀어야 할 것이다. ‘좌파 신자유주의자’의 독선적인 판단에 우리의 생존을 맡긴다면 ‘로또 인생’으로 불려도 할 말은 없을 것이다. .
양극화, 모 아니면 도 인생?
난 그렇게 되기 싫거던…
우리가 원하는 것은 지속적이고 안정된 삶이다. 농민이 자살하는 것을 원하지 않고, 노동자가 분신하는 것도 원하지 않고, 시각장애인의 울분을 지켜보는 것도 아니다.
그 놈은 알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