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만난 세상 - 대한민국 인권의 현주소를 찾아
국가인권위원회 기획, 박영희 외 지음, 김윤섭 사진 / 우리교육 / 200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전국이 붉은 함성으로 뒤덮였다. 4년에 한 번씩 우리를 찾아오는 월드컵의 열기는 광기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어마어마하다. 게다가 대한민국을 외치는 인파 중에서 외국인을 발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현실을 잊어버린 듯한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나는 축구가 지닌 어마어마한 힘을 느낀다. 경기가 승리로 끝날 때면 으레 들을 수 있는 목소리가 있다. 대한민국 국민인 것이 자랑스럽다. 선수들의 승리를 자신의 승리인양 받아들이는 사람들. 축구는 그들에게 그 자체인지도 모른다. 적어도 월드컵 기간 중에는 말이다.

하지만 몇몇 외국인들은 더 이상 대한민국을 외치지 않겠다고 말했다. 4년 전 대한민국팀의 승리를 자신의 승리인 것마냥 기뻐했지만 그들의 삶은 전혀 변하지 않았기에 많은 이들이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을 찾지만, 핑크빛 꿈은 현실 앞에서 산산조각나기 일쑤다. 최저임금도 보장되지 않는 열악한 환경, 한국말이 서툴고 피부색이 검다는 이유만으로도 때론 인간 이하의 취급을 당하기도 한다. 그리고 때론 신체의 일부를 잃는 불상사를 겪어도 침묵해야만 한다. 외국인노동자들이 한국 사람들의 일을 빼앗는다, 불법체류자는 추방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들끓는다. 하지만 그들의 한국 경제에의 기여는 정당한 보상을 기대하기 힘들며, 한국의 법은 불법체류자를 양산하는데 일조를 하고 있다.

 

곳곳에서 우리들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종교가 무슬림이라는 이유로 테러리스트 취급을 받는 사람들이 있다. 김선일 씨의 안타까운 희생 앞에서 그들 역시 분노를 금치 못했지만, 성난 군중들은 그들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낯선 땅에서의 외로운 삶을 지탱해주었을 종교생활도 잠시 멈추어야만 했다.

사회가 정해놓은 틀로부터 조금만 벗어나면 그 때부터 날카로운 칼날이 그들을 위협했다. 청소년 아닌 학생이어야만 하는 아이들, 그들의 고달픈 삶은 좋은 대학에만 들어가면…’이라는 한 마디와 함께 모두 정당한 것으로 여겨졌다. 효율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거의 모든 이들이 비몽사몽 상태로 앉아 있기만 한 0교시 수업조차도 학생들의 건강권보다 우선시되었다. 새벽 5시 반에 일어나 6 이면 이미 학교 교실에 앉아있었고, 12 되어서야 집에 돌아올 수 있었지만 새벽 2까진 밀린 숙제들을 처리하기에 바빴던 내 지난 날. 그 시절 나는 교과 이외의 독서마저도 사치처럼 여겨져 자제했던, 말 그대로 공부하는 기계였었다. 정규 교육의 틀 안에 있는 학생들의 괴로움은 사소한 것이 결코 아니다. 그러나 그 틀을 벗어난 이들을 향한 비난은 더욱 컸다. 성인이 되기 전 한 생명을 품은 아이들. 학교로부터 배제되고 사회로부터 매장당했지만, 마치 모든 잘못이 그녀의 방탕한 생활로부터 기인한 것 마냥 함께 고통을 나눠야 할 남성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도 없었다. 대책 없이 낳아 입양을 보낸다며 질타하는 목소리는 있었지만 아이를 키우고자 노력하는 그들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은 부재했기에, 준비되지 않은 어린 엄마들에게는 아이를 포기하는 것만이 가능했다.

 

한류 물결이 휩쓸고 간 길에 남은 것은 동남 아시아 여성들의 애환이었다. 나아질 기미가 없지만 오늘도 어김없이 배를 타는 사람들이 있었고, 70-80년대 경제발전에 많은 기여를 했을 광부들은 진폐증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희망이 없어 농촌을 떠나는 사람들과 떠날 날짜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아이들. , 잘 살기 위해 버둥거리기만 했지 외로움을 호소하는 우리 자신의 목소리는 늘 외면했던 거 같다. 인권이라는 거창한 단어를 들먹이지 않아도, 기본적으로 인간이고 생명이기에 고귀한 것들을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06-06-22 00:1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