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한 다리로 바다 속을 헤엄쳐온 해녀가 있다.
SBS ‘세상에 이런 일이’는 15일, 신체적 핸디캡을 딛고 30년째 물질을 하며 희망을 찾고 있는 제주도 해녀 김춘자(55)씨의 사연을 전해 깊은 감동을 전했다.
방송에 따르면 어릴 때 소아마비를 앓아 한쪽 다리를 사용할 수 없는 춘자씨는 목발을 짚고 다닐 정도로 다리가 불편하지만 한 다리로 헤엄치며 30년째 해녀일을 해오고 있다.
건강한 몸으로도 하기 힘든 해녀 일을 한발로 하기란 쉽지 않은 일. 주위에선 이런 춘자씨의 모습을 보고 걱정과 함께 탄성을 내뱉을 수 밖에 없다. 한발로는 중심잡기도 힘든 상황에서 잠수까지 해 다른 해녀들 못지 않게 해산물을 수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춘자씨는 오히려 목발이 필요 없는 물 속에서 더 큰 자유로움을 느낀다며 뭐가 문제냐는 말투다. 다른 해녀들만큼 하려면 몇 배는 더 일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힘든 내색 한번 없어 이미 베테랑 해녀로 인정 받기도 했다.
그런데 춘자씨가 해녀가 된 데는 남다른 사연이 있다고 한다. 스무살 무렵 어린 나이에 두 아이를 낳은 춘자씨는 여러 가지 사정으로 홀로 아이를 키워야 했다. 그 때 다리가 불편한 그녀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 `물질`이었던 것.
그 후 해녀로 살아온 30년 동안 건강이 악화돼 힘든 적도 많았지만 자식들을 생각하며 힘들어도 참아야 했다. 남편 없이 홀로 자식을 키워야 했던 터라 해녀로서의 삶을 살며 더 강해질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장애로 인해 남들보다 배로 힘든 세월을 보내야 했지만 아이들이 잘 커준 것이 마냥 기쁘고 행복하다는 춘자씨.
이제는 장성한 아이들이 바다에 들어가는 것을 말리고 있지만 30년간 계속해온 일을 하루아침에 그만둘 수는 없다며 마음을 다잡는다. 한번 바다에 들어가면 서너시간씩 작업을 해야 하는 고된 노동이지만 그곳에서 자유와 희망을 느끼기 때문이다.
“매일 노력해야지. 이렇게 장애인만 힘든 게 아니고 모든 사람들이 살아가자면 다 힘들어. 다 노력해야 살잖아…”
긴 시간 바닷속 작업을 마치고 물결 위에서 뱉어내는 춘자씨의 ‘숨비소리’는 긴 여운을 남겼다.
(사진 = S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