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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건 지금 화장실에서 웃고 있을 것"
[오마이뉴스 2006-05-27 15:42]
[오마이뉴스 오동선 기자]
▲ 손호철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고건 전 총리가 DJP연합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타진했다. 사진은 고건 전 국무총리가 2004년 5월 25일 이임식을 마치고 걸어가는 모습이다. ⓒ2004 오마이뉴스 권우성
ⓒ2004 오마이뉴스 권우성

손호철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5·31 지방선거 이후 정계개편 가능성에 대해 전망하면서 "지금 화장실에서 웃고 있는 남자가 있는데 그 사람은 바로 고건 전 총리"라고 밝혔다. 지방선거 이후 고 전 총리가 정계개편의 핵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손 교수는 27일 평화방송(PBC) <열린세상 오늘! 장성민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하고, "누가 뭐래도 지난 1998년의 정권교체는 IMF사태도 있었지만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반영남연합, 다시 말해 호남과 충청의 연대였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2002년에도 호남이 다시 노무현의 손을 들어주고 또 행정수도 이전 카드로 충청권의 민심을 사로잡은 것이 승리의 가장 커다란 배경"이라고 진단했다.

이회창씨 아들들 문제도 있었지만 그것을 결정적인 이유로 보기는 힘들다고 밝힌 손 교수는 "여당의 입장에서 과거의 경험을 본다면 문제는 DJP 복원이 유일한 대안"이라며 지방선거 이후 여권의 DJP 복원 추진 가능성을 예상했다.

열린우리당, 죽지 않기 위해 자살해야 하는 역설적 상황

손 교수는 사면초가에 빠진 여당이 이 국면을 타개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면서 "충청과 호남이 대연합을 구성해 한나라당 고립구도로 가는 방법이 있을 것"이라며 "모든 것을 아우를 수 있는 중심에 있는 후보는 고건 전 총리"이기 때문에 고 전 총리가 세번째로 DJP연합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타진했다.

그러나 "과연 여당이 그런 전략을 추구할 것인지, 그렇게 되면 여당이 스스로 자기 부정을 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며 "왜 열린우리당을 창당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반문했다.

손 교수는 이 인터뷰에서 열린우리당이 지금 처한 상황을 빗대 "죽지 않기 위해 스스로 자살해야 하는 역설적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와 다른 정계개편 시나리오에 대해 손 교수는 "노 대통령이 과거의 전선정치로 돌아가 초당적 국정을 추진한다는 명분 하에 여당을 탈당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지만 그렇게 되면 여당이 풍비박산 날 것"이라며 "노사모나 개혁당 지지자들을 모아 거기에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을 세우면 (원내 의석의) 15% 많으면 20% 정도 점유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무현의 한미FTA와 김영삼의 우루과이라운드

한편, 손 교수는 참여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미FTA(자유무역협정)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이 한미FTA와 관련해 하는 얘기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과거 10년 전에 하던 얘기를 녹음기 틀어놓은 것과 마찬가지"라고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손 교수는 또 "김영삼 전 대통령도 우리나라가 부존자원이 없다, 따라서 세계화를 추진해야 한다며 우루과이라운드를 추진했다"며 "이는 한건주의식 발상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무모한 전략을 내 임기 중에 하겠다는 것이었다"며 "노무현 대통령도 김영삼 전 대통령의 업적주의와 동일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사회자가 김대중정권에 대한 평가를 묻자, 손 교수는 "김대중정권은 누가 뭐래도 해방 50년 정치사에서 가장 진보적인 정권이었다"고 평가하면서도 "김대중정권이 역대 대통령 가운데서 가장 빈부격차를 심화시킨 정권이기도 했다"고 빛과 그림자를 나열했다.

▲ 열린우리당은 25일 의원주요당직자 비상 총회를 갖고 `지방선거에서 야당의 싹쓸이를 막아달라`는 대국민 호소문을 채택했다. 정동영 의장과 김한길 원내대표등이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2006 오마이뉴스 이종호
ⓒ2006 오마이뉴스 이종호


덧붙이는 글


기자소개 : 오동선 기자는 평화방송 라디오 시사프로 <열린 세상 오늘>의 PD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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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입 아프게 이야기 할 필요는 없겠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민주노동당 지지자이며 이번 선거에서도 역시 민주노동당을 지지할 겁니다. 이상을 논하는 일은 쉬어도 언제나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될 터인데 최근의 정세를 분석한 글 가운데 가장 현실성이 높아보이는 이야기를 손호철(서강대 정외과) 교수가 말한 듯 합니다. 불행히도 우리 사회의 정치지형도를 그릴 때, 아직까지는 지역기반을 무시하는 것은 이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 사회는 여전히 봉건적이죠. 민주노동당이 가장 취약한 부분이자 역으로 가장 중요한 의미망을 구성하는 지점도 그것이라 생각합니다.

열린우리당은 처음 태동할 때 스스로가 내건 모토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지역정서에 기반한(기반하진 않았더라도 최소한 득을 본) 정당이었고 이 점을 살려 집권했음에도 DJ정부의 대북특사에 대한 특검 결정 이후부터 급격하게 호남 지역에 대한 장악력을 잃어버렸지요. (물론 이런 식의 지역 구분에 의한 정세 판단 자체가 짜증 나는 일이긴 하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것을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리라 봅니다.) 민주당이 막판 수세에 몰리면서도 끝끝내 해체되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까닭도 따지고 보면 지역에 자신의 확실한 근거지를 마련해두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을 겁니다. 같은 맥락에서 초한지에 등장하는 항우도 마지막에 초나라 영토로 돌아갔다면 권토중래할 기회를 노릴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하여간 열린우리당이 죽지 않기 위해서라도 자살해야만 하는 역설적 상황의 징후들이 여기저기서 노출되고 있습니다. 내일 모레가 투표일인데, 요새 같은 분위기에서 투표하라고 권유하는 말을 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민주노동당의 경기도 지사 후보 이름도 모르지만, 저는 민주노동당 후보에게 투표할 겁니다. 물론 남들 다 아는 민주노동당에 대한 문제점들 저도 알고 있지만, 그런 말로 핑계대는 것은 사실 우스울 만큼 가볍습니다. 이 말은 민주노동당의 문제가 문제가 아니란 뜻이 아니라 그만큼 타정당들이 안고 있는 문제들에 비하면 훨씬 건강한 문제란 것이지요. 이번 지방선거를 이판사판이라고 하더군요.

2번 판이 될 터이니 4번에게 몰아주는 것이 낫다는 겁니다. 처음 사표논쟁을 불러 일으키며 많은 이들을 혼란스럽게 했던 97년 대선 당시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에게 갔던 96만표가 오늘의 민주노동당을 일구는 종자표가 되었습니다. 그후로도 번번이 사표 논쟁은 반복되었습니다만, 지금 그렇게 사표를 떠들어대던 정당이 살아남기 위해선 자살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지리멸렬해진 순간, 이제 더이상 사표란 말을 입에 올릴 사람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그야말로 사표라고 떠들어대던 이들이 사표내야 할 상황이니까요.

물론 기존의 개혁을 말하던 보수정치 세력들이 일거에 사라지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어떤 형태로든 지역분할 구도는 온존하리라 생각합니다. 그것은 마치 삼국지의 제갈공명이 말하는 "정족지세(鼎足之勢)"와 같이 기존의 보수정치세력이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해온 수단이자 방법이었으니까요. 열린우리당이 죽지 않으려면 자살할 수밖에 없다는 것도 궁극적으로 보자면 고건을 중심으로 헤쳐모여 할 수밖에 없으리란 판단일 겁니다. 제 판단도 이와 비슷합니다.

그러나 어쨌든...
미래는 희망하는 자의 것이며, 희망은 실천하는 자의 것입니다. 지금 당장이 아니더라도 좋습니다. 우리는 아주 오래 기다렸고, 그 기다림의 나무는 비록 더디지만 이제 싹을 틔우고 있습니다. 민중적 희망이란 왕조의, 명망가들의 희망처럼 반드시 나의 대(代)에 이루어질 수 없더라도 장구한 미래에 대한 낙관에 기대고 있기 때문이죠. 그러므로 오늘 우리들은 내가 심지 않았지만 과거의 어느 분인가 심었던 사과 한 알을 입에 넣을 수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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