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로드무비 > 알제리 기행보다는
아침에 보니 알라딘 대문간의 신간 들 중 김화영 교수의 <알제리 기행>이 눈에 띈다.
일단 보관함에 넣어놓고.
내일 모레가 투표일인데, 알제리 기행도 좋지만 나 某님 말씀처럼
우리 지역 후보들 면면이나 살펴보자 하여 찾아 들어간 사이트.
도지사 후보보다 먼저 자유게시판의 한 선거운동 단상이 눈에 띈다.
헛공약 혐의가 짙은 공약들 중에 보니 모 서울시장 후보의 오염된 대기권을
1조 원을 들여 바꾸겠다는 야심찬 계획이 눈에 들어오네.
선거운동을 하면서 느끼는 단상들...
글쓴이 : 임승수
등록일 : 2006-05-27 20:27:48
조회 : 173
금천구의 구의원 후보로 선거를 치르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도 오고, 짬이 나서 한번 끄적거립니다.
1. 우리식 선거...
예비후보로 등록해서 한동안 실컷 명함을 나눠주었다.
좁은 동네에서 거점이라고 해봐야 몇군데이기 때문에 자주 다른 당의 후보들과 마주쳤다.
그들도 열심히 명함을 나눠주고 있었다.
내가 유권자라면... 저들과 내가 다르게 보일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비슷하게 생긴 명함들... 약력과 공약, 후보의 얼굴 등으로 쓰여진 종이쪼가리...
모든 후보들이 좋은 말이라고는 다 가져다가 붙였고...
이대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비후보때는 명함밖에 나눠줄 수 없어서 한계가 있지만 본격적 선거운동에 들어서면
뭔가 다른 모습... 우리만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본 선거운동에 들어가자 다른 당의 후보들은 유세차를 만들어서
빵빵한 앰프와 스피커를 달고 동네의 거점을 후비고 다닌다.
우리 지역위원회는 돈이 없어서 나는 유세차가 없다.
그렇다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무엇으로 다가가갈 수 있을까?
이미 예비후보 기간동안부터 명함은 계속 뿌려왔다. 계속 명함만 뿌릴 것인가?
나는 휴대용 확성기를 들고 다니며 놀이터에서, 골목에서,
몇명만 유권자가 모여있는 곳이라면 정치연설을 했다.
수행을 해주는 분은 연설을 듣는 분들에게 명함을 나눠준다.
거점에서 연설을 한다면 사람들이 계속 움직이기 때문에 30초짜리 연설도 길겠지만,
놀이터에 앉아 있거나 동네에서 도란도란 모여있는 분들에게 연설을 한다면
3~4분이 넘는 연설을 온전히 다 들려줄 수 있다.
이 정도의 시간이라면 우리의 고민을 어느 정도 전달할 수 있는 시간이다.
연설을 시작할 때는 젊은 놈이 뭐라 떠드는지 보자며 약간의 비웃음을 머금고 듣던 사람들이
연설이 끝날 때에는 진심어린 박수를 쳐주고 꼭 지지하겠다는 말을 한다.
어떤 할머니는 연설을 다 듣고는 서럽게 우신다...
나도 할머니의 서럽게 우는 모습이 너무 가슴아파 그 자리에서 따라 울었다.
나는 선본 회의에서 얘기했다.
내가 본격적 선거운동에 들어가서는 연설을 하면서 명함을 나눠주느라
명함을 많이 나눠주지는 못하지만, 나눠주는 명함 한장한장에 혼을 담아서 나눠주고 있다고....
다른 당 후보의 선거운동원들에게도 이런 나의 모습이 소문이 많이 난 모양이다.
다른 당의 한 선거운동원이 나에게 다가와서는 자기쪽 운동원들이 내 모습을 보고
많이 감동한다고 얘기를 해준다.
물론.... 당선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내 선거구는 2인 선거구이다.
게다가 후보는 전부 7명... 다른 선거구보다 적은 수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나의 선거운동 방식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의 마음을 훔치는 선거운동... 이것이 우리식이 아닐까...
2. 말로만으로는 안된다... 투쟁으로...
아마 민주노동당의 다른 후보들도 많이 듣는 얘기일 것이다.
"정치하는 놈들, 다 똑같아. 그놈이 그놈이여!!"
"민주노동당은 데모당이야. 데모만 해!!"
나는 이러한 반응을 어떻게 정면돌파할지를 많이 고민했다.
분명 우리는 데모를 많이 한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해야한다.
나는 선거운동기간임에도 평택에 다녀왔다. 그래서... 그게 잘못된 것인가?
이러한 모습을 지역주민들에게 숨겨야 하는 것인가?
나는 휴대용 확성기로 연설을 할 때 의식적으로 다음과 같은 내용을 얘기한다.
"금천주민 여러분, 민주노동당은 노동자와 서민을 위해 한결같이 일해왔습니다.
TV의 9시 뉴스에서 많이 보시지 않았습니까.
노동자들이, 농민들이, 살기 힘들어서 거리로 나왔을 때 누가 깃발들고 거리로 나와서
함께 싸웠습니까? 오직 민주노동당만이 거리로 나와서 함께 했습니다.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코빼기나 보이덥니까?
민주노동당은 노동자와 서민이 가장 어려운 바로 그때에 거리에서 함께 했습니다.
어려울 때 함께 한 친구가 진정한 친구 아닙니까?
우리 민주노동당은 이렇게 진정으로 노동자 서민과 함께 했습니다."
이러한 연설내용은 민주노동당만이 할 수 있는 연설이다. 그 어떤 당이 할 수 있겠는가?
민주노동당은 데모당이라며 싫어하던 분들도 이러한 내용이 담긴 연설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거린다.
그렇다. 말로만으로는 안된다. 말로는 뭐든 못하겠는가?
베네수엘라 민중들이 왜 차베스를 그렇게 지지할까? 연설을 잘해서?
아니다. 그는 민중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실천했기 때문이다.
민중들은 그 사람의 실천을 보고 판단한다. 우리는 데모당인 것을 자랑스러워 해야 한다.
왜냐면 우리는 그 누구보다 말이 아닌 실천으로 해온 것이니까...
민중이 가장 어려운 그 시기에 함께 싸운 것이니까...
보수언론에서 아무리 왜곡을 하더라도 진실은 속일 수 없는 것이다.
3. 당을 내세워야...
당의 지지도가 보수정당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보니...
당보다는 인물을 내세우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사람은 괜찮은데.... 민주노동당이라서...."
후보로 다니면서 이런말을 자주 듣다보면 더욱 그러한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단견이다.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것이다.
지금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후보들이 민주노동당 후보들보다 잘나서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가?
후보들의 면면을 보라.... 어느 면을 봐도 민주노동당 후보들이 최고다.
그래도,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후보들이 지지율이 높게 나온다.
우리는 당을 앞세우고 당의 후보라는 관점으로 선거를 치러야 한다.
그래서 당의 지지도를 높여내야 결국 후보의 지지도가 올라가는 것이다.
우리는 개별로는 약하다... 하지만 집단적으로는 강하다.
그것이 노동자이고 민중이다.
나중에는 민주노동당 후보라면 막대기를 꽂아놔도 당선이 되는 시기가 올 것이다.
4. 당선에 대한 확고한 믿음...
나는 구의원 2명을 선출하는 선거구에서 후보로 뛰고 있다.
솔직히 상식적으로 판단하자면.... 당선이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나는 지금 내가 무조건 1등을 달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정도면 거의 세뇌다. 갖은 안되는 이유까지 다 갖다붙여서 합리화를 시키고 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우리 지역위원회는 돈이 없어서 여론조사를 안했다.
"다른 후보가 오늘 나보고 꼭 1등하랬어. 그건 내가 1등을 달리고 있다는 증거야."
"다른 당의 여론조사는 표본이 대부분 자기의 지지자들이라서 정확하지 않아."
"나의 연설을 듣고 박수쳐주는 사람들을 봐. 나는 당연히 1등이야."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나는 내가 1등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1등이라고.. 당선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선거운동을 힘있게 치르기 힘들다.
어느새인가 후보에게 힘빠진 모습이 보여지고 선거운동원들도 힘이 빠지게 된다.
나 혼자 치르는 선거라면 그래도 될지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는 조직의 힘으로 선거를 치르지 않는가?
함께 하는 동지들이 얼마나 수고 하는가... 돈대고 몸대고... 정말 가슴이 뭉클하다.
그 동지들에게 힘 빠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는 않다....
물론 가끔은 세뇌에서 벗어날 때도 있다. 그래도 난 다시 나를 세뇌한다.
그렇다고, 착각을 해서 오버하거나 무리해서는 안된다.
과학적인 판단없이 맹목적인 맹신만 가지게 되면 무리하게 돈을 끌어오게 된다든지...
선거운동원들을 힘들게 한다든지... 내부 분란이 생긴다든지....
이런 일들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특히 한 지역위에서 여러 명의 후보가 동시에 선거를 치르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과학적 판단에 근거하지만, 낙관적이고 긍정적인 후보의 모습은 선거운동원들을 신명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