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죄악 - 뱀파이어 헌터 애니타 블레이크 시리즈 1 밀리언셀러 클럽 36
로렐 K. 해밀턴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4월
평점 :
절판


흔한 소재 중의 하나가 뱀파이어이다. 영화, 애니메이션, 소설 등 대중문화의 영역 곳곳에서 등장하는 뱀파이어가 매력적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인간보다 훨씬 뛰어난 힘, 그 힘은 근육에서 솟구치는 근력 뿐만 아니라, 성적인 매력 또한 주요한 요소이다. 인간을 언제든지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는 ‘마력’은 어떻게 보면 신의 영역에 가까운 것이고, 그것은 인간이 동경하는 힘이며 공포인 것이다. 지배하느냐 지배를 당하느냐, 인간의 두려움은 이중적이고 이기적이다.  

이 소설에도 뱀파이어가 등장한다. 좀비도 나오고 구울, 늑대인간, 쥐 인간 등 ‘포스트 인류’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그들이 사는 곳은 인간들이 사는 도시.
인간과 비인간이 공존하는 세상은 비현실적이지만, 우리의 현실임을 느낄 수 있다. 우리가 사는 세계, 과연 모두들 인간적일까? 인간의 품위를 유지할 수 있는가? 우리 모두는 평등할까? ‘인간’을 위한 법은 비인간에게는 법이 아니다. 이 소설에는 뱀파이어가 인간 세계에 편입되기 위한 조건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 조건에서 벗어났을 경우에는 가차없이 ‘제거’ 대상에 오른다.

인간들 중에 ‘제거’를 담당하는 자가 있으니 이 소설의 주인공인 ‘애니타 블레이크’, 그는 처형 집행자로 불리우는 뱀파이어 헌터이다. 제거와 제거 대상, 그 관계는 전복적이다. 두려움은 상호적이며, 죽음은 무작위적이다. 선빵을 날리는 자가 유리하고, 심장의 박동이 목까지 차오르는 공포를 억누르는 자만이 살아 남는다. 애니타 블레이크는 뱀파이어를 두려워하는 뱀파이어 헌터이다. 인간다움은 불완전함에 있기에 오히려 두려움이 없는 에드워드는 터미네이터 같은 살인기계에 가깝고, 뱀파이어 보다 더 괴물답다.

애니타의 이러한 성향은 뱀파이어를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들의 매력을 애써 거부하는 ‘여인’의 모습처럼 비춰진다. 마초적 남성들이 득실거리는 곳에서 살아 남으려는 여성 말이다. XY염색체에 다가서는 순간 그녀는 무장해제 되어 버리니까. 헌터가 아니라, 헌팅이 되니까.

이 소설의 전체적인 구도는 바로 이것 때문에 적절한 긴장감이 있다. 공포와 동경, 사냥과 사냥감, 인간과 비인간, 남성과 여성… 흡사 전쟁하듯, 연애하듯, 사냥하듯 팽팽하게 줄을 당겼다 풀었다 하는 구도 속에서 소설의 매력이 발산된다.

이 소설은 딱 영화나 TV 드라마용이다. 한마디로 비쥬얼이 강한 소설이다. 이야기는 단순하고 액션은 선명하다. 부담 없이 보고 즐기기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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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29 22: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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