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크면 아빤 할아버지가 되는거야?"

"어... 네가 커서 아이를 낳으면 아빤 할아버지가 돼."

내가 커서 아빤 할아버지가 되었다. 
살아왔으면서도 익숙할 만도 한데
우리의 시간이 다르게 흐른다는 것을 의식할때면
여전히 낯설다.

많은 시간을 함께 한 것 같은데 내가 알고 있는 것이 무었일까.
나는 아빠한테 묻지 않고, 딸에게 묻는다. 
"오늘 누구하고 놀았어?" "간식은 뭐 먹었어?" "선생님한텐 혼나진 않고?"

'어떻게 그 긴 시간을 견뎌왔어요?'

우주배경복사가 우주의 기억을 영원히 간직한 채 떠도는 건
아마도 시간은 흐르는 듯 멈춰 있고자 하기 때문이 아닐까.

딸은 오늘도 묻는다. 

"바질이가 잎이 다 떨어졌어."
"할아버지가 되서 그래. 대신 씨가 주렁주렁 매달렸지. 심으면 내년에 또 자라"

하필 바질은 한해살이여서 매년 심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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