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진정성’ 없는 가벼움, 더불어 같이 움직일려는 자세 필요

 

한 여론조사기관이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이유에 대해 조사한 결과가 흥미롭다.

응답자들은 '국정 운영에 무능해서'(31.5%), '국정 운영방식이나 철학에 공감하지 않아서' (27.3%), '남을 비판하고 공격하는 독선적 모습이 싫어서'(21.6%) 등의 답을 내놓았다. 반면 한나라당 지지의 주된 이유는 '열린우리당이 더 싫어서'(37.9%)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어느 신문 사설은 열린우리당의 '무능'과 '독선'에 방점을 뒀고, 이 신문의 정치부장은 별도의 칼럼에서 열린우리당이 외면받는 핵심적인 이유를 "싸가지가 없다"는 것으로 보았다.

과연 그럴까?

이런 평가의 타당성에 관계없이, 아무래도 더욱 근본적인 이유가 있는 것 같다.

그건 바로 '가벼움'이다. 이는 '진정성'과도 통한다. 우리의 일상적 삶에서도 다를 게 없다.

싸가지 없는 사람을 좋아하긴 힘들지만, 그 사람에게 진정성만 있다면 달리 볼 수도 있다. 늘 입바른 소리를 싸가지 없게 하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 사람은 개인적으론 큰 손해를 입게 돼 있다. 그게 정상이다. 힘있는 사람들을 상대로 싸가지 없게 굴어 빛을 보지 못한 사람에게 힘없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누가 돌을 던지랴. 오히려 인기를 얻을 수도 있다.

그런데 그 사람이 자신의 성질을 이기지 못해 싸가지 없게 군 게 아니라 바로 그런 인기를 얻기 위해 의도적으로 연출한 거라면? 소기의 성과를 거둔 뒤엔 전혀 다른 태도를 보인다면? 그러다가도 또 필요에 따라 싸가지 없는 태도를 보이기도 하는 등 오락가락한다면?

그건 진정성과 신뢰의 파탄을 의미한다. 그래도 그 사람의 본질에 가까운 어떤 점을 높이 사서 계속 지지를 보내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어떤 사람들은 ‘진정성과 신뢰’야말로 인간됨의 본질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가벼움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아직도 한국사회 곳곳에 남아있는 권위주의 문화에 강한 혐오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가벼움 자체에서 그 어떤 해방의 기운을 느낄지도 모른다. 생산적인 '해체'라는 것도 있는 법이다. 무거움의 해체를 위해선 가벼움이 반드시 필요하다.

문제는 진정성이다. 가볍다고 진정성이 없는 건 아니다. 진정성이 강하다고 해서 무거운 것도 아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가벼움과 진정성은 아무런 관계도 없다.

문제가 되는 가벼움은 진정성 없는 가벼움이다. 그때그때 편의주의적으로 이익을 취하고자 하는 가벼움이다. 그건 '기획 과잉' 때문일 수도 있고 오랜 습관의 산물일 수도 있다.

그 가벼움은 사이버세계가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호모 루덴스(놀이하는 인간)'와도 통한다. 요한 호이징하는 '호모 루덴스'라는 책에서 놀이는 문화의 한 요소가 아니라 문화 그 자체가 놀이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역설했다. 이 파격적 주장을 원용하자면, 적어도 2002년의 사이버혁명 이후 정치 그 자체가 놀이의 성격을 가지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지금은 그간 재미있게 놀던 사람들이 똑같은 레파토리가 반복된다고 싫증을 내는 형국이다. 열린우리당은 탄생서부터 드라마틱했고, 앞으로도 새로운 드라마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정당이다.

재미있게 놀되, 혼자만 놀지 말고, 더불어 같이 놀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하겠다.

새전북신문 = 강준만(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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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06-05-17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충 쓴 듯...

릴케 현상 2006-05-17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 안퍼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