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살인은 없다

▣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무슬림의 삶을 규정하는 법체계를 ‘샤리아’라고 부른다. 이슬람권 국가 법체계의 근원인 샤리아는 ‘알이바다트’로 불리는 종교생활을 규정한 부분과 ‘알무아말라트’로 불리는 사회적 관계를 규정한 부분 등 크게 두 범주로 나눌 수 있다. 전자는 기도와 단식 등 이슬람의 다섯 기둥에 대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고, 후자는 금융거래와 유산상속, 혼인관계와 자녀양육 등 일상 규범에서 법 집행과 사법적 판단은 물론 전쟁과 평화 등 국제관계에 이르기까지 포괄적이다.

‘샤리아’를 말하면 흔히들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을 떠올린다. 극단적인 신앙심에 눈이 가려진 탈레반은 반인도적·비이성적 행태를 심심찮게 보여왔다. 이들의 행태를 무슬림 일반과 등치시켜선 곤란하다. 이슬람 형벌체계를 규정하고 있는 ‘후두드’가 살인범을 참수형에, 절도범을 오른손 절단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또 신성모독자에게는 투석형을, 음주자에게는 체형을 가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이슬람이 유일신교로 성립될 무렵에 만들어졌다. 그 시대의 산물이라는 얘기다. 이를 현대에도 고스란히 적용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손주영 한국외대 아랍어과 교수는 <이슬람-교리·사상·역사>에서 이렇게 적었다. “전통적인 이슬람 사회에서 실제로 후두드 형벌은 좀처럼 시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단지 후두드는 신도들이 늘 ‘신은 반회적 범죄행위들을 모두 보고 계시다’라는 각성을 하게 함으로써 범죄행위의 억제력으로 작용해왔던 것이다.” 무함마드 시절에도 후두드가 곧이곧대로 적용되는 일은 흔치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이슬람에 대한 오해를 부추기는 ‘명예살인’ 얘기도 비슷한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카타르의 <이슬람 온라인>이 운영하는 ‘파트와 뱅크’는 “이슬람에선 명예를 지킨다는 구실로 여성을 살해하는 걸 허용하고 있느냐”는 한 무슬림 여성의 질문에 캐나다 토론토이슬람연구소의 율법학자 셰이크 아마드 쿠티의 말을 따 이렇게 밝혔다. “이슬람에 ‘명예살인’이란 개념은 없다. 이슬람은 모든 영혼을 소중히 여기며 어떤 경우라도 이를 침해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누구도 스스로 판단해 법의 잣대를 댈 수 없으며, 정의를 실행에 옮길 수 없다. 이런 일들이 허용되면 무질서와 혼란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바탕으로 할 때 이슬람이 명예살인을 허용할 까닭이 없다.”

이슬람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알아즈하르 파트와위원회 출신의 셰이크 아티야 사크르 역시 “다른 종교와 마찬가지로 이슬람은 법적으로 정당화하지 않은 채 사람을 죽이는 행위를 철저히 금하고 있다”며 “‘명예살인’은 무지와 도덕률을 잘못 이해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명예살인은 없다. 살인은 그저 살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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