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릴케 현상 > 쩝~

2006년 4월 시 부문 심사평
송호필(시인) 2006.05.10 108

4월에 응모된 작품 수는 3백여 편이다. 이 중 ‘자명한산책’ 님의 <서른을 바라보며>라는 작품을 4월 최우수작으로 뽑았다. 돼지국밥 장사를 하는 어머니와 그 국밥을 먹고 자란 아들의 소회를 담담하고 소박하게 그려낸 작품인데 겉멋은 없지만 투박한 질그릇 같은 면이 오히려 시적 울림을 더해주었고, 삶을 관조하는 진정성이 꽤 묵직한 점을 높게 평가했다. 


우수작으로 뽑은 ‘加乙川’ 님의 <어느 고단한 사월에>는 활짝 핀 벚꽃들을 바라보며 힘들고 지쳐 꺾어버리고 싶기도 했던 자신의 삶에 희망과 가치를 부여하는, 긍정적인 반전이 돋보이는 주제의식이 좋았다.


습작의 서툰 흔적이 있지만 ‘채영’ 님의 작품 <어린 시집>은 사소한 추억에서 ‘시심’을 지펴내는 섬세함, 발랄함이 눈에 띄었고, ‘조은비’ 님의 <자전거>는 어떤 실패한 삶을 망가진 자전거에 비유하면서도 한때의 건강성이나 일말의 의지를 탐색하는, 쓸쓸하지만 따뜻한 여운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시우’ 님의 <구두의 행방>은 구두 수선을 하는 사람의 일과 밥의 연관을 분방하고 재치 있는 솜씨로 잘 드러낸 작품이라 생각한다. 


‘輝秀’ 님의 <2004년에 쓰던 수첩>은 제목 그대로 해묵은 수첩에 적힌 뜬금없는 한 문장 “고마워요”에 대한 의문과 풀지 못한 미안함을 일체의 수식이나 가감 없이 사실적으로 표현한 작품인데 그래서 더 감동적이다.


이 외에 ‘별빛속에’ 님의 <봄>, ‘글이’ 님의 <자귀나무에 꽃이 피었다>, ‘뢰울’ 님의 <개나리>, ‘야간비행’ 님의 <질주>, ‘릭키의 딸’ 님의 <칠십 세 오야지>, ‘야생화 편지’ 님의 <동태찌개>, ‘선경화독’ 님의 <흑백 사진첩>도 우수작 선정을 놓고 고민한 작품들이다.  


동글동글 밍키’ 님의 <아름다운 공존>과 ‘저녁’ 님의 <시청자>, '이달수' 님의 <민방위 대피소>는 이전에 최우수작과 우수작으로 각각 뽑힌 바 있는 전작들 못지않은 빼어난 작품들이다. 문장을 빛내 주심에 거듭 감사드린다.


4월에 뽑은 좋은 작품들을 아우르는 주제가 있다면 ‘성찰’이라 해도 좋을 것 같다. 애정과 관심도 있고, 반성과 질책도 있지만 결국 자신과 주변에 대한 믿음과 의지라고 해야 할 것이다. 매우 소중하고 의미 있는 지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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