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블랙홀 평균밀도, 물과 비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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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대성이론 3차원 시각화 / 미국 항공우주국(NASA) 아메스 연구센터에 있는 슈퍼컴퓨터 컬럼비아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박사의 일반 상대성이론이 예측한 블랙홀의 융합을 3차원 시뮬레이션으로 시각화해 보여 주고 있다. 19일 NASA를 통해 공개된 이 이미지를 위해 슈퍼컴퓨터 컬럼비아는 역대 최대의 계산 과정을 수행했다. |
거대한 블랙홀들의 질량은 해의 질량보다 약 1백만(106)배에서 약 10억(109)배까지 더 크다. 슈바르츠실트 블랙홀, 즉 자전하지 않는 블랙홀의 반지름은 질량에 비례한다. 예를 들어 우리 해보다 1억(108)배 질량이 큰 블랙홀의 반지름은 3억(3×108)km이라야 한다. 해와 지구 사이의 평균거리를 천문단위(AU)이라고 하는데, 1AU는 1억5천만(1.5×108)km다. 이 블랙홀 반지름은 2AU, 즉 해와 화성 사이의 평균거리인 1.5AU보다 약간 더 크다. 따라서 “은하 중앙에 있는 거대한 블랙홀들은 그 크기가 대략 우리 태양계만하다”고 말해도 틀리지 않는다.
한가지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은 이 거대한 블랙홀의 평균밀도다. 블랙홀 내부에서는 모든 물질이 가운데에 있는 특이점(singularity)에 몰려 있기 때문에 평균밀도를 언급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그래도 단순히 질량을 부피로 나누어 밀도를 정의한다면, 그 값은 믿거나 말거나 물의 평균밀도(1g/㎤)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실제로 우리 해 질량의 1억배, 즉 2×1038kg을 반지름이 2AU인 구의 부피로 나누어 보면 실제로 물의 밀도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한가지 더 재미있는 사실은 이 거대한 블랙홀이 하루에 최고 20여바퀴를 자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도 간단히 계산해 알아보자. 해와 같은 질량을 갖는 커 블랙홀, 즉 자전하는 블랙홀은 가장 빨리 자전하는 경우 반지름이 1.5km가 된다. 즉 슈바르츠실트 블랙홀의 경우보다 반으로 줄어든다. 앞에서 예를 든 반지름 2AU짜리 블랙홀도 가장 빨리 자전하는 경우 반지름이 1AU로 줄어든다. 따라서 이 블랙홀의 가장자리가 광속(3×105km/초)에 가까워지도록 자전하는 경우, 한번 자전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반지름이 1AU인 원주의 길이를 광속으로 나누면 된다.
은하 중심의 블랙홀
은하 중앙에 꼭꼭 숨어 있는 거대한 블랙홀과 벌이는 숨바꼭질에서 허블망원경이 블랙홀을 직접 찾는 일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블랙홀 주위에는 빨려 들어가는 물질들이 만드는 유입물질 원반(accretion disk)이 강한 자기장을 띠고 있다. 이를 이용하면 간접적으로 블랙홀의 존재는 증명할 수 있다. 최근 NASA 보고서는 “허블 통계에 따르면 대부분의 은하에 거대한 블랙홀이 있다”라고 결론짓고 있다.
이 외에도 블랙홀의 질량이 은하의 질량과 비례하는 것으로 결론지어진 흥미로운 결과도 있다. 즉 A라는 은하의 질량이 B라는 은하의 질량보다 2배가 크다면 A 은하 중앙에 있는 블랙홀도 B 은하 중앙에 있는 블랙홀보다 2배 더 질량이 크다는 말이다. 이 결론은 블랙홀이 은하의 형성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고 하는, 매우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
왼쪽 위는 해보다 1억배 무거운 블랙홀을 가진 은하 NGC3377, 오른쪽 위는 해보다 5천만배 더 무거운 블랙홀을 가진 은하 NGC3379의 허블 사진이다. 두 은하는 처녀자리에 있으며 우리로부터 약 3천2백만광년 떨어져 있다. 아래 사진은 우리로부터 약 5천만광년 떨어진 NGC4486B 은하로서 해보다 5억배 더 무거운 블랙홀을 지니고 있다. 밝은 핵이 두개인 것이 이채롭다.
퀘이사 비밀을 푼 블랙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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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최초로 서울대 임명신 교수 연구팀이 발견한 퀘이사 천체(중앙 오른쪽). 왼쪽의 일반 항성이 붉은 빛을 띠는 것과 달리 푸른 빛을 띠고 있다. |
퀘이사라는 천체는 엄청나게 밝은 은하핵이다. 퀘이사의 에너지 역시 거대한 블랙홀에 의해 공급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그 메커니즘 중 가장 최근 이론은 에 설명돼 있는 러브레이스-블랜포드-즈나이예크 메커니즘이다. 이 메커니즘은 블랙홀 주위의 자기화된 유입물질원반이 약1020V(볼트)로 추정되는 어마어마한 전압이 걸리면서 가능해진다.
퀘이사들은 지상 망원경으로 관측하면 별처럼 보일 뿐 은하의 구조가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허블망원경은 퀘이사를 품고 있는 은하들의 모습을 잘 보여주기 때문에 여러가지 새로운 추측들을 더욱 신빙성있게 해 주었다.
우선 퀘이사는 나선은하, 타원은하를 가리지 않고 밝은 은하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리고 두 은하의 상호작용이 퀘이사가 빛나기 시작하도록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예를 들어 두 은하의 충돌은 블랙홀에 더 많은 물질을 쏟아부어 에너지 메커니즘들이 활발하도록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러브레이스-블랜포드-즈나이예크 메커니즘은 커 블랙홀(회전하는 블랙홀)에만 적용이 된다. 왜냐하면 이 메커니즘은 블랙홀의 자전 에너지를 축출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앙의 블랙홀이 자전 에너지를 서서히 잃음에 따라 - 즉 회전이 점점 멈춰짐에 따라 - 퀘이사 역시 서서히 빛을 잃고 생애를 마감하게 된다. 그러므로 퀘이사는 보통 은하핵으로 진화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덩치가 크지만 핵은 어두운 은하의 중앙에 ‘굶어 죽은’ 거대한 블랙홀을 지니고 있을 수 있다는 흥미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