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발] 경찰과 군, 부당한 공권력의 취재방해를 국가인권위에 진정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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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오달  |
"저 XX 잡아!", "치고 들어가! 뭐하나? 뛰어!"
전쟁터를 방불케 한 지난 4일 대추초등학교 강제행정대집행 과정에서 들려오던 고함소리들이다.
3일 저녁부터 대추초등학교에 모여있던 평택범대위 소속 연대단체 회원들도 이 정도로 심하게 군ㆍ경이 '처들어 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그래도 지금이 어느 때인데 '군대'인가?
1000명도 안되는 민간인들을 제압하기 위해 동원된 1만 2천여 명의 공권력은 자신의 부당한 공권력 행사를 감추기라도 하려는 듯 미친 듯이 주민들과 평택범대위 회원들을 향해 폭력을 행사했다.
그렇게 11시간 넘도록 쏟아진 공권력의 쇄도에 대추초등학교는 결국 무너졌고, 무너져가는 대추초등학교의 마지막 모습이라도 지켜보게 해달라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눈물 섞인 하소연에 또다시 공권력은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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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민국 양심세력은 80년 5월 광주로 회귀하려는 노정권을 돌려세워야 한다. 대추리에서의 군인들의 폭력행사 장면 © 민주노동당 제공 |
그러한 인간 이하의 아비규환을 눈앞에서 지켜보며 나는 카메라를 던져버리고 그 속으로 뛰어들고 싶은 생각이 수도 없이 많았으나 차마 그러지 못한 것은 기자로서의 신념이었다기 보다는 이 시간에도 평택의 상황을 언론보도를 통해 지켜보며 그곳에 있을 나의 소식을 궁금해하며 걱정하고 있을 사람들이 떠올라서였다.
그 시각, 그 곳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길 한복판에 주저앉아 한없이 절규하는 한 할머니의 손을 잡고 같이 눈물 흘리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5일, 평택의 상황을 전국에서 지켜보며 분노한 이들은 당장 대추리로 달려왔다. 평화의 땅, 생명의 땅인 대추리ㆍ도두리를 지켜내야 한다는 소박한 신념을 가슴속에 새긴 채 달려온 이들의 눈빛은 단호했으며, 군병력조차 그 소박한 단호함에 어찌할 바를 모른 채 뒤로 물러나야 했다.
그들에게는 자신이 정당하다는 확고하고도 정직한 신념이 없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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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4일 한 평택지킴이가 경찰에게 구타로 인한 부상을 당하자 경찰에게 항의해보지만 소용없었다. © 대자보 김오달 |
5일 취재를 위해 다시 대추리로 향하던 나는 경찰의 인간 바리케이트에 의해 진입을 거부당했다. 종로에서, 광화문에서, 여의도 국회 앞에서, 그렇게 수 없는 민중을 향한 폭력의 행사장에서 항상 마주하던 서울지방경찰청 '1001'부대 소속의 전ㆍ의경 병력이었다.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중에서도 '살벌'(?)하기로 유명한...
그렇게 합법적이고 정당하다던 선전하던 공권력은 자신의 관등성명도 대지 못하고, 뭐에 주눅이 들었는지 연신 카메라를 들이대는 내 앞에서 고개를 푹 숙인 채 방패로 얼굴을 가리기 바빴다.
책임자로 보이는 경찰 간부는 "보도패찰만 달고 다니면 기자냐?", "서울에서 많이 봤는데 시위하러 들어가는거 아니냐?" 등의 어처구니없는 발언을 아무렇지 않게 해댔다.
불법적 도로점거와 관등성명도 대지 않은 채 출입검문을 하는 것에 대한 부당함을 항의하자, 이번엔 '묵비권'을 동원해 침묵으로 일관했다.
난 평택에서 공권력의 광기에 찬 미소를 한 두 번 지켜본 게 아니다.
그렇다. 일련의 과정을 착실하게 밟아가며 공권력은 인격상실이라는 레벨업을 통해 80년 5월 광주에서 벌어진 잔악한 폭력과 살의를 다시 한 번 재현하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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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무집행에 있어 자신의 소속과 신분을 분명히 밝혀야 함에도 묵비권으로 일관하는 경찰 책임자 © 대자보 김오달 |
어떻게든 이 비정상적인 상황을 막아야한다. 지난 8일 내가 국가인권위원회에 5일 벌어진 경찰의 취재방해행위에 대한 진정서를 접수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지난 5일 대추리 취재과정에서 기자가 당한 인권 침해 사례는 아래와 같다.
▲ 경찰의 직무집행에 관한 규칙과 검문검색에 관한 규칙을 위반하고 관등성명도 대지 않은 채 통행을 시키지 않은 점, ▲ 인터넷신문 '대자보' 소속임을 명백히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통행을 시키지 않은 것은 취재 권리를 무력화시켜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야 할 언론인의 권리와 의무를 침해한 점, ▲ 타 언론사(MBC, YTN, KBS)는 취재를 가능케 하면서 자신만은 취재를 가로막았던 부분은 장애인은 '기자'가 아닐 것이라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 시각이 드러낸 점 등이다.
다른 기자들도 4, 5일 취재과정에서 경찰들에게 폭행 당하고, 심지어 연행까지 된 사례도 있지만, 여론을 호도하고 왜곡하려는 경찰과 국방부의 언론통제방침에 더 이상 기자로서 지켜볼 수만은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대추리에서 상주하며 이 상황을 모두 지켜본 일본인 평화활동가 '나카이'씨의 말은 '민주화' 되었다는 우리 사회가 한번쯤 평택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해봐야 함을 반증해준다.
"난 정말 한국사회가 민주화 된 줄 알았어요. 지독한 군사독재정권을 민중의 힘으로 몰아낸 사람들이 대한민국 사람들이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그런 사회에서 과거 독재 정권 하에서나 벌어질만한 민간인에 대한 군대투입이 일어나는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