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을 앞둔 방학숙제처럼 몰아치듯이 해치운 드라마는 왕좌의 게임, 워킹데드, 배틀스타 갤릭티카였다.
여기에 하나가 더 추가가 됐다.
재벌 아니면 막장, 늘어지는 서사가 별로여서 거의 안보던게 국내 드라마였는데.
와.................
실력 있는 작가와 연출들이 TVN으로 다 갔나보다.
(응팔, 미생, 기억, 시그널.. 이런거 하나도 안 봤다.. 유명하던데... )
미래로만 흐르는 서사, 마침표가 있을 것 같은 결말이 아닌 찰나의 회상이라뉘....
그런데 뭔가 변화의 가능성도 조금씩 보여주니 과정 하나하나 놓칠 수가 없다.
대사 없이도 몸짓으로 씬을 꽉채우는 중견 배우, 절제된 톤 카리스마의 예지원,
녹음실 스태프들의 개드립.. ㅋㅋㅋ
잘 만들어진 것은 연기, 극본, 연출, 소품까지도 어느 하나 모자란 것이 없다.
다만 아침 알람벨 마냥 무한 재생하는 OST는 좀 심하다 정도?
이 드라마가 재밌는 이유 중의 하나는..
녹음실이 주요 배경이니 소리에 주목하게 된다 점.
배경처럼 지나갔던 소리들이 다시 들린다.
저것은 진짜일까.. 진짜 같은 효과일까. 듣고 싶은 소리였던가...
동해와 서해의 파도소리가 다르다는 것을 상상이나 해봤나...
발걸음의 무게, 살과 뼈가 부딪히는 소리, 치아에 으깨지는 음식물,
소리는 기억을 되새기는 역할도 하지만, 그냥 그런거야하고 흘려보내는 짓도 한다.
익숙해짐에 무뎌진 것을 되살리는 것은 디테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럴 것 같아서 넘겨 짚은 것들이 주는 오해... 알고 있다는 착각이 주는 상처..
어쩔 수 없이 오해하며 살아가야 한다면
오해의 반대말은 이해나 해명이 아닌 인정이 될 수 밖에 없다.
왜 우리는 표현을 주저하고, 해석에 관대해졌는지...
인상적인 대사가 .
"존재는 쪽팔림이다. "
존재하기에 드러낼 수 밖에 없는 것들
드러나면 참을 수 없이 숨어지내고 싶은 감정들...
나는 소중하기에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들은 다 죽어버려'라는 오해영의 외침에
그래서 너도 잘 살아 하는 메아리가 들리는 듯한 드라마...
재벌과의 결혼을 끊임없이 양산하고 꿈꾸는 고도 성장의 세대에서
이젠 연애라도 제대로 하고 싶은(간접경험이라도) 먹고 살만해지는 삶을 꿈꾸는 세대의 도래가
이 드라마의 인기가 아닌가 하는....
연애 아무나 하나.....
서현진이라는 배우가 이전에 '식사 합시다'라는 드라마를 찍었던데..
요즘 트렌드는 접근하기 쉬운 먹는거라도 간접경험을 제대로 하는 것인가 보다..
하여간.. 정말 매력적인 배우 발견......
잡초 같은 생명력이 탐난다. 캐릭터가 그런거 겠지만...
얼굴이 녹아내리는 듯 눈물 콧물을 쏟아내도 쌩얼을 포기하지 않는 기개....
설사 그것이 요구되어지는 것일지라도 포기할 수 없는 우리같은 이들의 미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