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려와 사랑’ 이야기나 나올 때 어김없이 필자에게 떠오르는 것이 일본의 거지 성자 다이구 료칸(1758~1831) 스님이다. 무욕 생활의 화신이었던 그는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떠돌이 걸식 생활로 일관하면서도 시를 써가며 내면의 행복을 견지했다. “내 인생에서 필요한 것은 식량 다섯 줌 정도이다”라는 말로 알려진 그는 평생 명성을 기피하면서 살았으며 가장 즐겨했던 일은 아이들과 같이 놀면서 연을 날리거나 숨바꼭질하는 것이었다. 임종이 가까워진 시절에 그는 그의 제자이자 역시 시인으로서 자질이 뛰어났던 데이신(1798~1872) 비구니와 ‘정신적 사랑’에 빠져 시를 주고받으면서 즐거워했다고 한다. 순박하면서도 거짓 한 점 없는 이들의 시를 읽어보면 사랑이란 욕망이면서도 일반 욕망과 뭔가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속인이건 승려건 도만 깨친다면…

“내가 본 것이 정말 그대이었던가? 아니면 내가 지금 느끼는 기쁨은 꿈일 뿐인가?”(데이신)

“나를 잊었던가 아니면 길을 잃었던가? 하루 종일 그대를 기다려도 그대는 오지 않는구려.”(료칸)

료칸의 임종이 임박했을 때에 데이신은 그에게 마지막 시구를 써주었다.

“죽음과 삶의 경계를 넘어야 한다고 하지만, 이별의 슬픔을 어찌 참겠는가?”

“내가 남긴 유물은 봄에는 꽃, 여름에는 두견, 가을이면 단풍잎일세.”

료칸이 남긴 데이신과 우주에 대한 마지막 사랑 고백이었다.

 

 

전체 본문

http://h21.hani.co.kr/section-021109000/2006/03/021109000200603170601018.html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라주미힌 2006-04-09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남긴 유물은 봄에는 꽃, 여름에는 두견, 가을이면 단풍잎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