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화려한 시절을 살았던 사람들이 무엇을 입고, 무엇을 먹었고, 어떻게‘볼일’을 봤는지, 그리고 어떻게 인생을 즐기며 살았는지, 당시의 최신 유행은 무엇인지 같은 시시콜콜한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 이지은

루이 14세는 태어나기 전부터 ‘신이 주신 루이’로 불렸고 다섯살 때 루이 13세가 급서하면서 얼떨결에 왕위를 이어받은 후 1715년 온몸이 썩어가며 숨질 때까지 70여년간 왕위를 지켰다. 루이 14세는 평생 목욕횟수가 20번도 안됐고 일반인은 단 한번도 목욕을 하지 않았던 때여서 냄새를 가리려고 향수가 발달했다는 이야기도 소개한다. 저자는 18세기 프랑스 가구를 전공한 오브제 아트 감정사.

기대치 3

 

 

 

 

 

로제 샤르티에 프랑스 사회과학고등연구원 교수에 따르면, ‘독서’는 책을 읽는 것을 지칭하지만 ‘읽는다는 행위’는 책의 탄생 이전에도 존재했다. 따라서 이 책은 인류가 탄생한 이후의 모든 ‘읽기’를 다루고 있기에 독서의 역사가 아니라 읽는다는 것의 역사라는 것이다.

사실 그리스인들은 씌어진 것은 그 자체만으로는 불완전하다고 여겼다. 완전해지기 위해서는 읽는 행위가 필요했다. 게다가 띄어쓰기가 없고 통일된 정서법이 결여된 문자는 소리를 내어 읽어야만 비로소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이러한 음독(音讀)에서 눈으로만 읽은 묵독(默讀)으로 변한 건 13세기 무렵이다. 수도원 시대(글을 보존한다는 성격이 강했다. ‘장미의 이름’을 떠올리시길)에서 대학 시대로 넘어 오면서 책은 지적 탐구를 위한 대상인 동시에 도구가 됐다. 눈으로 읽는 독서법이 전파되면서 독자는 책과 훨씬 내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의 의미를 통사적으로 살펴봄으로써, 이미지 과잉인 현재 우리의 삶에 시사하는 바가 큰 역작이다.

기대치 4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영국 작가 루시 엘먼의 소설 ‘의사와 간호사’(휴먼앤북스, 정영문 옮김, 9,000원)를 관통하는 코드는 ‘엽기’다. 소설 맨 앞 장에 적절한 ‘경고문’을 달아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강력한 엽기 코드다.

‘지방 흡입술’이나 ‘위 절제술’로도 쉽사리 구제가 안 될 심각한 뚱보 간호사. “남몰래 먹기는 살찐 사람들의 저주”(60쪽)라 하면서도 입으로 향하는 손을 멈출 수 없는 그녀는, 새로 취업한 병원에서 만난 미끈하게 잘 빠진 의사와 용케 사랑에 빠진다.

그런데 이 남자, 뭔가 수상쩍다. “살고 싶어하는 사람을 매일같이 죽이”(74쪽)는 고의적 의료 사고를 남발하는 걸 보니 사디스트다. 한술 떠 뜬 이 의사 "여자의 모든 것을 불길하고 재앙을 가져다주는 것으로 대하는"(141쪽) 마초다. 어, 이 남자, 알고 보니 남자도 좋아하는 듯.

이 엽기 남녀의 기괴한 엽색 행각은 시골 마을을 떠들썩하게 한다. “의학 저널에서 언급된 모든 최음제를 서로에게 주사해 주는”(166쪽) ‘의사 놀이’가 그나마 입에 담기에 가장 부담이 덜한 수준일 정도.

언어유희, 독설, 풍자, 조롱, 때론 허풍까지 각종 ‘비틀기 기술’이 화려하게 동원되는 특이한 화법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20쪽에 걸쳐서 병명을 나열하는 극단적인 열거법을 구사하기도 한다. 웃어야 할지 화를 내야 할지 고민하게 만드는 이 블랙코미디는 원초적인 욕망으로 꿈틀댄다. 고여있지 못하고 배설되어야 직성이 풀릴 운동에너지가 넘친다. 그러면서 사회적 금기(섹스, 마약, 배설, 토막 살인, 급기야 식인까지!)들을 거리낌없이 넘나든다.

그러나 일견 혼란스러워 보이는 이 뒤죽박죽 엽기 코드는 뚜렷한 방향성을 지닌다. 사방 팔방 이리저리 튀어 다니던 그 언어들이 ‘몸’이란 대상 아래로 질서 있게 수렴된다. ‘저주 받은’ 간호사의 몸이든, ‘축복 내린’ 의사의 몸이든, 몸은 그 자체로서 사랑스럽고 숭고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말해 준다. 몸은 ‘렛 잇 비’(Let It Be)다. ‘비만은 모든 악덕의 근원’이라는 맬서스식 격언이 통하는 ‘마른 인간’들의 시대라 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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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관한 담론은 1980년대부터 서구 인문학계에서 바람이 불기 시작해 문학은 물론 연극 미술 등 다양한 예술 장르에서도 활발하게 소화돼 왔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몸을 정신의 하위에 두는 전통적인 생각으로부터 벗어나 몸 그 자체로 대접하자는 내용이다. 최근 국내에 번역 출간된 ‘의사와 간호사’(Human & Books)는 영국 여성작가 루시 엘먼(50)이 이러한 담론을 한 단계 더 숙성시켜 블랙코미디 형식으로 흥미롭게 담아낸 장편소설이다.

우리의 주인공 여성 ‘젠’은 “늘 숨이 찼고 악취를 풍겼지만, 살이 너무 쪄 문을 통과하지 못할 때마다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지만, 머리를 만질 때마다 가벼운 눈송이 같은 비듬이 떨어졌지만, 모든 머리칼이 갈라지고 곱슬곱슬하고 닳았으며 목이 턱과 구별이 가지 않았지만, 그녀는 그럼에도 간호사였다.”(24∼25쪽) 아무도 그녀의 말을 믿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그녀의 말을 믿기에는 그녀가 너무 살이 쪘다”는 것이다. 동정을 받지 못하며 지구를 걸어 다니는 그녀에게 “ 모두가 정말로 바라는 것은 자신의 성기를 책임지는 것뿐”이다.

이 여성은 어쩌다가 이 지경이 돼버렸을까? 이런 질문은 ‘전통적’이고 ‘평범한’ 사고를 지닌 이들이 ‘자연스럽게’ 발동시킬 수 있는 것이다. 젠은 모든 사람을 증오한다. 그 혐오의 대상에는 자신도 포함돼 있다. 젠의 어머니가 산후우울증으로 달리는 열차에서 뛰어내렸을 때 그녀는 열차에 홀로 남겨진 살찐 아기였다. “자신이 어머니를 미치게 했고, 자살로 내몬 것만 같았다. 그후로 젠은 결코 행복해지는 일이 없도록 함으로써 그것을 보상하려 해왔다.”(62쪽)

설마 아기가 피둥피둥 살이 쪄 있다고 그것 때문에 엄마가 자살까지 생각했을까마는, 적어도 젠에게 주입된 이 세계의 아름다움과 추함, 혐오와 사랑이 갈라지는 단순한 기준은 인습에 의해 설정된 외피임에 틀림없다. 그 원죄 의식은 그녀로 하여금 세상과 불화하게 만든 무의식이자, 세상과 싸우게 만드는 에너지로 작동한다.

그녀가 지방 소도시에서 취업한 병원의 의사 로저 박사는 잘생긴 남자다. 그러나 그는 “살고 싶어하는 사람을 매일 같이 죽이고 죽고 싶어하는 사람은 엉뚱하게도 살려내는” 돌팔이다. 한마디로 몸을 가지고 장난을 치는 부류에 속한다. 그가 젠과 ‘몸의 사랑’에 빠진다. 그는 불행하게도 “숱한 성형수술에서 회복되느라 의식이 없었거나 의식이 있을 때면 미친 여자였으며, 검고, 젖어 있고, 냄새를 풍기고, 때가 낀”(199쪽) 아내 프란신과 살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젠은 엽기적이지만 싱싱하고 자연스런 육체를 지닌 성욕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이런 구도로 설정된 이 소설은 서사를 따라가는 스타일은 아니다. 곳곳에 몸에 관한 독설이 지뢰처럼 깔려 있는데, 책장을 넘기다가 줄곧 밑줄을 치고 싶은 욕구 때문에 독서가 더디어질 정도다. 몸이 없으면 우리가 더 이상 겪지 않아도 될 400여종의 각종 질병과 증상을 20여쪽에 걸쳐 시를 쓰듯 나열하는가 하면, 몸의 자유를 위한 세심한 처방전을 역설적으로 드러내기도 한다. 결국 젠은 로저 박사와 결혼 해프닝을 거쳐 소읍의 사람들을 몸에 관한 주박으로부터 해방시키는 역할을 맡다가 살인사건에 휘말려 독방에 갇힌다.

내면 심리를 파고드는 독특한 소설을 써온 작가 정영문씨가 이 작품의 번역을 맡았다. 정씨는 “곳곳에서 웃음을 자아내는 이 독창적인 소설을 읽고 나면 몸의 가치와 의미를 새롭게 발견하고 자신의 몸을 더욱 사랑하게 될 것”이라며 국내에 처음 소개된 영국작가 루시 엘먼의 다른 작품들에도 강한 호기심을 발동시켰다. 이 소설은 판타지 같은 코미디 형식으로 전개되기는 하지만, 예리하게 벼려진 사유의 칼날과 핵심을 찌르는 잠언 같은 구절들이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영국 작가의 만만치 않은 깊이를 가늠케 한다. 보너스로 덧붙이는 루시 엘먼의 독설 하나.

―그들(남자들)의 유일한 생물학적 목적은 여자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다.(247쪽)

기대치 5

 

 

 

 

제물포 해전에 참여한 군인들이 러시아로 귀환하는 길에 닷새 동안 동행하면서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이 책이 100년 만에 바다를 건너온 사연도 눈길을 끈다. 인천의 옛 자료를 찾는 데 이골이 난 인천도시환경연대회의 이희환 집행위원장은 한 인터넷 고서점에서 화려한 삽화가 곁들여진 이 책을 처음 발견한다. 어렵게 구매를 대행해 프랑스에서 구입한 이 책은 1904년 10월 프랑스 파리에서 처음 출간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러일전쟁, 제물포의 영웅들〉의 해설을 덧붙인 이영호 인하대학교 교수(사학과)는 "이 책은 러일전쟁의 실질적인 개전을 가져온 제물포 해전에 대한 자세한 재현이라는 점에서 큰 가치가 있다"며 "일본군의 입장이나 정보가 전혀 없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제물포 해전에 대해 이만큼 자세한 정보를 제공한 책은 아직까지 보지 못했다"고 이 책의 가치를 평가했다.
  
  특히 일본 함대와 당시 제물포에 정박 중이던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 함대 간에 오간 편지는 사료 가치도 높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 함대의 반응이다. 당시 일본 쪽이 이들에게 러시아에 대한 공격을 이유로 제물포를 떠날 것을 요구하자 이들은 일본의 행동에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러시아 측이 호위 요청을 해 오더라도 이를 '거부할' 것임을 밝혔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두면 당시 서양인들이 제물포 해전의 러시아 군인들에 열광했던 것은 선전포고도 없이 공격을 일삼는 '비겁한 일본군', 즉 '비겁한 동양인'과 대비해서 서양인의 우월함을 강조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서양인들의 심리 상태는 러시아 군인들이 일본 군인들을 '황인종', '황색 난쟁이'라고 경멸한 것과 대동소이했다.

100년 전 인천 앞 바다를 무대로 한 르포르타주이건만 책 전체에 걸쳐서 우리나라에 대한 언급은 딱 한 대목이 나올 뿐이다. "제물포는 오두막집들이 즐비한 작은 도시였고 정박지의 막다른 길 안쪽에 자리 잡고 있었다. 수심이 얕고 수로가 좁으며 물이 깊지 않은 곳이 여러 군데 있는 까닭에 접근하기가 어려웠다. 도시 그 자체로는 전혀 매력이 없었기 때문에 경비정을 타고 이곳 제물포로 온 장교들은 몇 달씩 포구에 발을 디디지 않았다."

기대치 4


 

 

 

 

여성들이 쉽게 말할 수 없었던 경험과 용감하게 얻어낸 지혜를 털어놓고 소통하는 대안적 사이버 공간 ‘언니네’의 내밀한 이야기를 묶었다. 20세기의 성해방과 여권신장운동이 21세기의 성문화를 어떻게 만들어갔는지, 그리고 여성들에게는 어떤 경험을 가져다주었는지를 알게 하는 인류학적 보고서이기도 하다. ‘언니네’의 여성들은 저마다 금기를 깨고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음으로써 숨겨진 진실을 밝혀준다. 4만 회원들이 검증한 뛰어난 에세이들이다.

기대치 4


 

 

 

 

레오나르도 다빈치 연구의 세계적인 권위자 마틴 캠프 교수가 그의 예술·과학 세계와 함께 숨겨진 진실을 보여준다. 한 농부 딸의 사생아로 태어난 아이가 <모나리자>와 같은 걸작을 남기고 르네상스의 화신이 되기까지 67년간의 생애를 좇는다. 지은이는 만일 현대에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살아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라는 색다른 접근을 하기도 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인간의 눈을 통해 사물의 움직임에 대한 모든 지식을 얻는다고 믿었다.

기대치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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