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는 여자 기성복의 사이즈는 44,55,66,77,88,99 등이다. 보통 나 같은 경우는 55 사이즈를 입는데 옷에 따라 사이즈가 좀 다르게 나오는 경우도 있기에 옷은 꼭 입어보고 사는 편이다. 이에 반해 남자 옷 사이즈에 대해서는 언제나 무지했었는데 이번 기회에 친절한 ㄷ 씨의 옷을 사러 다니면서 남자 옷 사이즈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95,100, 105로 보통 나뉘는데 내 동생의 경우에는 100 사이즈를, 친절한 ㄷ 씨는 셔츠는 100을 사고 점퍼는 105를 잘 입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참을 수 없는 두통이었다. 타이레놀이 없고 그 대신 약사가 처방해준 두통약이 서랍에 있길래 새우죽을 먹은 다음 약을 한 알, 먹었다. 신기하게도 나는 밥보다는 커피와 약을 먹으면 더 힘을 낸다. 물론 이 말을 하자 친절한 ㄷ 씨는 이맛살을 찌푸리며 커피와 약을 먹기 전에 그걸 먹으려고 밥을 먹기 때문에 기운이 솟는 거란다. 그래도 나는 카페인과 약물이 마음에 든다. 내친김에 친절한 ㄷ 씨는 자신의 점퍼를 사러 가잖다. 두통이 말끔이 사라지고 스위스 밀크 초콜렛 하나를 먹어치운 다음이었다.

 

 

친절한 ㄷ 씨와 쇼핑을 할 때 좋은 점은 그가 늘상 내 의견을 수렴해준다는 데에 있다. 어떤 옷을 만지작거리다가도 ‘안돼요’라고 말하면 씨익 웃으며 딱 내려놓는다. 그는 언제나, 마음에 드는 옷이 있으면 내 앞에서 한 번씩 만지작거리다가 내 얼굴을 바라본다. 마치, 아이가 마음에 드는 장난감을 발견했을 때 엄마 얼굴을 바라보는 것과도 같다.

신기한 것은 아이템과 사이즈에의 차이이다. 나 같은 경우는 내가 원하는 품목은 언제나 딱 한가지이다. 원피스. 하나만 입어도 신경쓴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아래 위 코디를 신경쓸 필요가 없으며 상체가 마른 나를 위해 태어나준듯 한 옷. 원피스, 라고 불리는 드레스들을 보면 나는 정신을 못차리고 입어보거나, 사들이곤 했다. 지금에는 그닥 마음에 드는 것이 없이 잠시 쉬고 있지만 대개 55 사이즈를 입으면 망설일 필요도 없이 옷들이 내게 딱 맞았고, 어떤 옷은 나 아니면 못입을 것 같기도 했다.

 

 

 

반면 친절한 ㄷ 씨가 골몰하는 아이템은 점퍼였다. 내가 보기엔 자켓이나 가디건이 훨씬 더 예쁜데, 왜 그러는지 그는 작년에 나와 함께 쇼핑했을 때도 점퍼류를 골몰했고, 어제도 점퍼를 사겠다고 나섰다. 하긴, 생각해보면 작년에 그는 점퍼류를 찾아나섰으나 나의 권유로 점퍼와 가디건 그 중간쯤 되는 아이템을 구입했었다.

 

 

 

함께 옷을 사면, 어느 정도는 그 사람을 알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이것저것 고르고, 만져보고, 입어보면서 온 매장을 한바퀴, 두바퀴, 세바퀴는 돌고도 마음에 드는 게 없어, 라고 말하며 돌아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좋아하는 매장 딱 두세군데를 돌고는 그 중 한군데서 옷을 사는 사람, 혹은 내 의견에 전적으로 취향도 맡기는 사람이 있는데 친절한 ㄷ 씨의 경우 내가 고른 옷들이 줄곧 상한가를 기록하자 이제는 은근히 내 안목을 믿는 눈치였다. 옷 쇼핑에 대해서는, 나는 브랜드를 믿지 않는다. 내가 쾌감을 느끼는 경우는 아래의 복합적인 케이스이다.

1.가격대가 저렴할 것(그래야 진흙속에서 진주를 찾은 듯한 보람이 있다)

2.내 체형의 결점은 가려주고, 장점은 부각시킬 것(그래야 옷입는 보람이 있다)

3.흔하지 않으면서도 요란치 않은 디자인일 것

4.어디 가서 맞춘 듯이 나에게 딱 어울릴 것.

 

 

 

비싸고 예쁜 옷을 입어서 어울리기란 참 쉬운 일이다. 그러나 내가 위에 나열한 저 조건들을 충족하면서도, 소재가 싸구려같지 않은 옷을 찾기란 은근히 어렵곤 했다. 어제도 그는 점퍼를 찾아 여기저기 들어가 보았으나 어디에도 그가 원하는 스타일은 없었다. 동시에 내가 원하는 것도 없었다. 딱 한 군데에서 그나마 괜찮다 싶은 베이지색 점퍼를 발견하긴 했으나 라인이 영 살지가 않았고 어깨 부분도 좀 지나치게 끼이는 듯 싶어 나는 비장의 카드로 내가 아는 매장을 말했다.

 

 

 

쇼윈도에서 보기에는 아주 어중간해보이는, 예쁘지도 밉지도 않은 딱 그저 그런 디자인들이 진열되어 있었고 가격대도 그저 그런 가게였는데 친절한 ㄷ 씨는 반신반의하며 내 손을 잡고 들어갔다가 월척을 낚은 표정으로 매장을 나서게 되었다. 봄에 입기에 딱 적당한 탈부착가능한 안감까지 따로 있는 점퍼의 어깨는 적당히 낙낙했고 허리 부분은 적당히 피트되어 딱 보기에 좋았다. 내친김에 진회색의 면바지까지, 그는 두고두고 아주 뿌듯해 했다. 나는 내도록 그에게 연한 분홍색 니트를 입히지 못하는 것이 아쉬웠더랬다. 옷은 사람의 얼굴 피부톤에 따라 어울리는 색상이 천차만별인데, 얼굴이 하얗다면 웬만해서는 거의 모든 색상의 옷이 다 어울리는 편이다. 그러나 어두운 톤의 피부에는 탁한 색상이 웬만해서는 다 어울린다는 것을 알아냈다. 탁한 분홍색, 탁한 보라색, 단 하나, 블루톤은 밝은 계열도 모두 어울렸고 그에 반해 흰색과 회색, 원색은 어울리지 않았다. 지금 그는 작년 늦가을 내가 골라준 보라색 목 폴라 니트를 아주 잘 입고 다니고 있지만, 어제 내가 기를 쓰고 권하려 했던 살구색에 가까운 핑크 니트는 끝끝내 거부했다. 참 어울리는데, 왜 남자들은 분홍색과 보라색에 거부감을 가지는 것일까? 봄이 되면, 칙칙한 나무색, 검은색, 짙은 회색은 제발 좀 놔두고 밝고 화사한 살구색, 분홍색, 하늘색을 좀 입고 다녀주었으면 좋겠다. 그 편이 그에게는 훨씬 잘 어울린다. 그러니, 입지 않으면 언젠가는 내가 입혀버릴 작정이다.

 

 

 

 

 

 

모두가 아는 팁-남색, 파란색 계열은 회색이나 은색, 금색과 잘 어울려요. 은색과 금색은 또 웬만한 모든 색상에 어울리지만, 은색과 금색이 함께 있으면 색이 확 죽어버린답니다. 흰색은 두루두루 어울리는 것 같지만 피부가 검은 사람은 얼굴톤에 따라 흰색도 어울리지 않는 경우가 있어요. 그리고 남색은 또 검은색과는 어울리지 않아요. 반면, 피부가 희고 이목구비가 뚜렷하지 않다면 되도록이면 비비드톤이 어울릴 수도 있어요. 얼굴이 더 화사하고 조금이라도 희미한 선이 또렷해 보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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