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법 2006/02/16 23:33
<해변의 카프카>(무라카미 하루키, 문학사상사)를 보면 책 읽는 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균일한 밀도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책읽기에서 중요한 것은 밀도가 높은 곳을 파악하여 이해할 때까지 몇 번이고 탐닉하는 것이라는 얘기다. 새겨들을 말이다.

따로 서고를 갖고 있지 않을 무렵, 나는 어떤 강박관념을 갖고 있었다. 마치 기록에 도전하는 선수마냥 마음속으로 '파이팅'을 외치며 책을 집어들고 차례, 서문, 각주 할 것 없이 책에 인쇄되어 있는 것이라면 모조리 읽어내려야 했다. 이런 책읽기가 좋은 점도 있었겠지만 많은 경우 100쪽에 미치지 못하고 진이 빠져 종종 읽기를 포기하고 말았다.

그때 100쪽은 내 책읽기의 한계영역이었다. 100쪽을 넘어 읽을 수 있었던 책은 마지막까지 아주 수월하게 읽어내렸고, 100쪽을 넘기지 못한 책은 결국 책장에 전시용으로 진열되는 수모를 겪었다. 그런 수모를 겪은 책이 다시 손 위로 올라와 읽히게 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지금은 그런 우를 범하지 않는다. 책에 휘둘리는 독서는 읽기를 괴롭게 만들 뿐이니까. 재미없거나 쓸모없어 뵈는 서문이나 머릿말 따위는 건너뛴다. 각주도 필요한 경우에만 찾아 읽을 뿐(특히나 미주의 경우에는), 어쩐지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는 부분은 설렁설렁 넘어가 버리기도 한다. 뒤로 가서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다시 되돌아 와 읽으면 그만이다.

책의 '밀도'라는 것, 문학 작품에서는 그 밀도의 효용이 덜하겠지만 인문서나 실용서에서는 이런 '잔머리'가 필요하다. 책을 통째로 외워 써 먹을 것 아닌 다음에야 불필요한 곳에서 전력을 소모할 필요가 무에 있을까. 처음에는 이런 책읽기가 익숙하지 않겠지만, 책을 읽을수록 눈앞에 있는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어떤 부분을 읽어야 하는지 책의 지형도를 머릿속에 그릴 수 있을 거다. -虎-

 

 

출처 :  http://www.readordie.net/index.php?page=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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