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웃기는 남자, 남자는 웃는 여자 선택
뛰어난 유머감각도 진화한다
2006년 02월 21일 | 글 | 강석하/ 과학통신원 충북의대 기생충학교실 연구원ㆍscattrev@hanmail.net |
 
여자는 잘 웃기는 남자를, 남자는 자신의 유머에 잘 웃는 여자를 선택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발렌타인데이와 화이트데이가 찾아왔다. 애인이 없어 고독한 사람들은 이런 ‘데이’가 상술에 불과하다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그러나 고독감과 이별하고 싶다면 여기서 그치지 말고 ‘진화와 인간행동’(Evolution and Human Behavior)지 1월호에 발표된 유머감각에 관한 두편의 논문을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뛰어난 유머감각은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유머가 기업경영에까지 파급될 정도로 사회생활에서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유머감각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캐나다 맥마스터 대학의 대학원생인 에릭 브레슬러(Eric R. Bressler)와 지도교수 발샤인(Sigal Balshine)은 210명의 학생을 상대로 실험했다. 피실험자에게 비슷한 수준의 외모를 가진 두 명의 사진과 함께 한쪽 사진에는 재치있는 문장으로 쓰인 자기소개서를, 다른 사진에는 평이한 문장의 자기소개서를 보여준 뒤 누가 더 매력적인지 선택하도록 했다.

여학생들은 자기소개서를 재미있게 쓴 남자를 연애상대로 더 매력적이라고 응답한 반면 남학생들은 자기소개서에 담긴 유머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러나 이전 연구들에서는 여자뿐만 아니라 남자들도 여자의 유머감각을 이성의 매력에 중요한 요소로 꼽았었다.

브레슬러와 동료들은 앞선 연구들에서는 남자와 여자가 ‘유머감각’의 의미를 다른 뜻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생각했다. 즉 여자들은 유머감각을 ‘잘 웃기는’ 의미로, 남자들은 여자의 유머감각을 ‘유머를 이해하고 잘 웃는’ 의미로 썼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브레슬러팀은 맥마스터 대학의 129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약간 다른 실험을 진행했다. ‘버스에서 이성이 말을 걸어오는 경우’ 등의 상황을 가정하고 재치있게 이야기를 하지만 자신의 농담에 잘 웃지 않는 이성과 자신의 농담에 긍정적으로 반응하지만 재치있게 이야기를 하지는 않는 이성 중 어느 쪽을 선택할 지를 물었다.

여학생들은 잘 웃기는 이성을 선호한 반면 남학생들은 자신의 유머를 좋아하는 이성을 선호했다. 남자들이 원하는 여자의 유머감각이란 자신의 유머를 이해하는 능력이었던 것이다. 이 연구결과는 진화와 인간행동지에 곧 발표될 예정이며 현재 온라인으로만 서비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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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람들은 유머감각이 뛰어난 이성에게 호감을 느끼는 것일까? ‘메이팅 마인드’(The Mating Mind)라는 저서를 통해 인간만이 가진 특별한 능력들은 생존경쟁에 의한 자연선택보다는 이성을 유혹하기 위한 성선택의 산물이라는 주장을 설파했던 뉴멕시코 대학의 제프리 밀러 (Geoffrey Miller) 교수는 뛰어난 유머감각에 대한 선호는 유머감각이 건강한 뇌와 유전자들의 질을 나타내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공작새의 화려한 깃털처럼 뛰어난 유머감각은 이성에게 자신이 좋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음을 광고하기 위해 진화했다는 설명이다.

밀러의 설명에 따르면 뇌가 뛰어난 유머감각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유전자들이 해로운 돌연변이 없이 정상적으로 작동해야만 한다. 자식을 낳으면 유전자의 반은 배우자에게서 오기 때문에 유머감각이 뛰어난 배우자를 맞이하면 자녀에게 전달될 자신의 유전자 전망 또한 밝아진다. 이때 뛰어난 유머감각에 관여하는 유전자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유머감각을 판별하고 선호하는 유전자 또한 같이 전달돼 유머감각과 판별력과 선호도도 동시에 진화해간다.

이런 성선택 과정에서 자식에게 투자를 많이 하는 쪽(대부분 암컷)이 선택권을 가진다. 유머감각의 진화에서도 여자는 유머감각을 선별하는 능력, 남자는 유머를 발휘하는 능력을 갖도록 나타난다. 브레슬러는 자신의 연구결과가 밀러가 주장한 성선택론을 지지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 연구결과만을 놓고 유머의 진화를 단정짓기는 아직 이르다. 이 연구는 캐나다의 한 대학의 학생들에게만 국한되었으며 다른 문화권에서도 같은 경향성이 발견될 지는 아직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떤 현상에 대해 진화적인 설명이 타당성을 가지려면 인종과 문화를 넘어서는 보편성이 필요하다. 즉 문화적 특수성이 아니라 공통조상에서 유래한 진화된 특성이라는 확신이 필요하다.

이 연구가 이뤄진 캐나다는 우리와 다른 문화권이다. 따라서 좋아하는 이성 앞에서 웃어야 할지 웃겨야 할지를 고민하기 전에 한 번 이 연구결과가 우리 문화에도 적용되는 것인지 자신의 경험에 비춰 판단해보자. 어쩌면 우리의 판단을 연구자들이 더 궁금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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