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정보사회'의 모순을 넘어서 - 홍성태

지식경제에서 독점의 문제는 궁극적으로 지식의 자본주의적 소유와 이용에서 비롯된다. 자본주의 하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지적재산권을 어느 정도 당연시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정보/지식은 본래 '이용에 배타성이 없는 재화'로서 '공공재'에 해당하는 것이며, 지적재산권법은 특정한 사회적 목적을 위해 이러한 공공재로서의 정보/지식을 사적인 재화로 변화시키는 제도적 장치이다(허희성, 1996: 48). 그러나 이같은 변화는 목적과 수단의 괴리라는 대가를 요구한다. 이로부터 지적재산권의 내적 모순이 비롯된다(Boyle, 1996: 156). 요컨대 시장 효율성은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을 요구하는 반면에, 정보의 생산을 위한 인센티브는 정보의 흐름을 지체시키고 제한하는 일시적 독점을 요구한다(Boyle, 1996: 35). 또한 이 일시적 독점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예에서 잘 드러나듯이 훨씬 심각한 구조적 독점을 유발할 수도 있다.

결국 문제의 본질은 지적재산권에 내재된 공공재와 사유재의 모순에 있다. 여기서 정보/지식의 사유재적 성격을 지속적으로 강화함으로써 자본주의가 도달한 한 귀결점이 현재의 이른바 지식경제이다. 달리 말해서 자본주의는 공공재를 사유화함으로써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지식경제에 이르러 자본주의는 마침내 언어 자체를 상품화하는 '자본주의의 언어학적 전환'(Poster, 1998b)을 달성하며, 그 결과 '이제 저작권법은 '정보권법'으로 탈바꿈을 시작했다. 모든 정보를 재산으로 인식할 때가 왔다'(황희철, 1996: 342)는 주장이 제기된다. 그러나 정보/지식을 단순히 사적 재산으로만 취급하게 되면, 당연히 효율성과 인센티브 간의 모순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독점의 폐해를 시정하는 것도 사실상 어렵게 된다. 나아가 이른바 정보부자와 정보빈자의 불평등 문제도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Schiller, 1996).

그러므로 경제적 반독점의 견지에서, 더 나아가 정보사회의 평등과 정의의 견지에서 정보재의 생산과 분배를 둘러싼 논의를 더욱 활성화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다양한 사회적 이해관계의 공적 조정기구로서 정부의 역할이 새삼스럽게 강조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것은 '현실 정보사회'와 신자유주의의 연관을 끊는, 적어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정보화 정책이 변화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동시에 그누/리눅스(GNU/LINUX)로 대표되는 '자유소프트웨어 운동'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운동은 소프트웨어의 산업화에 저항하기 위해 시작되었지만, 정보와 지식의 공유를 추구하는 새로운 사회운동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물론 생명특허와 같은 문제에 대해서는 이 운동과 다른 방식의 대응이 필요할 것이다. 이 경우에는 강력한 생명윤리에 기반을 둔 국가 정책의 변화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모든 사회운동이 그러하듯이, 자본주의의 정보적 확장에 저항하는 운동의 성패는 결국 문제를 개선하고 해결하려는 수많은 개인들의 자발적 참여에 달려 있다. '참여해서 개선하라!' 우리가 이 명백한 요청을 거부했을 때, '현실 정보사회'의 모순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그 결과는 '세상의 모든 것'을 경제적 이해관계가 좌지우지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인간 자체가 하나의 정보재로 전락하여 자본의 사냥감이 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참여해서 개선하라!' 작은 참여가 모여서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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