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 문학에 대한 지나친 옹호에서 탈피해야 합니다.”
‘문학권력’ ‘주례사비평’ 등 1999년에서 2000년대 초반을 뜨겁게 달군 문학동네 논쟁에서 이명원, 강준만 등과 함께 젊은 세대와 비주류의 핵심에 섰던 숙명여대 권성우 교수(문학평론가·43)가 최근 저서 ‘논쟁과 상처’(숙명여대 출판부)를 통해 매너리즘에 빠진 일부 작가와 비평문화를 동시에 비판했다. 또 ‘거대 언론’과 ‘거대 기업’이라는 권력에 침묵하거나 혹은 무관심한 문인들에 실망감을 표하며 자기검열과 두려움에 움츠러들지 말고 ‘자의식을 드러내 자유를 찾으라’고 주문한다. ‘주례사 비평’ 논쟁의 연장인 동시에 작가들에 대한 새로운 문제 제기인 셈이다.
그는 소위 ‘문학의 위기’가 다름 아닌 비평가들의 지나친 애호주의와 작가들의 장인정신 부족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한다.
“의례적인 해설 비평과 주도면밀하게 계산된 세련된(?) 주례사 비평들은 작가 자신으로 하여금 자기 갱신과 미학적 쇄신에 대한 욕망을 근원적으로 자극하지 못합니다. 동시에 이러한 점은 작가들의 자기 교정에 반드시 필요한 비판적 문제 제기에 대한 작가들의 내성까지도 약화시킬 수 있습니다. 지나친 애호와 주관적 의미 부여야말로 정작 ‘문학의 위기’를 조장하는 중대한 이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어떤 작품은 탄탄한 문학성에도 불구, 전혀 거론되지 못하는가 하면 어떤 작품은 몇몇 한계와 아쉬움에도 찬사 일변도로 흐르는 ‘치우친’ 비평 문화도 지적한다. 저자는 김진석의 평론집 ‘소외에서 소내로’와 이명원의 평론집 ‘파문’ 등을 전자의 예로, 김영하의 ‘검은 꽃’을 후자의 예로 들었다. 충분한 담금질 없이 다량의 작품을 쏟아내는 작가와 출판문화에도 책임을 묻는다.
“일 년에 한 권꼴로 장편소설, 창작집, 산문집 등을 발간하는 문학출판의 빡빡한 순환회로 속에서 우리 시대 작가의 비상한 상상력은 끊임없이 탕진되고 소모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언론 권력에 대한 문인들의 문제의식 부재, 혹은 침묵도 도마에 오른다.
저자는 이러한 문단의 문제점이 대안 비평 문화의 정착을 통해 해소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작가와 비평’ ‘크리티카’ ‘포럼X’ 등 새로운 비평집단의 등장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역설한다.
책은 이와함께 2001~2002년 ‘문학권력’ 논쟁이 한창이던 때 권교수가 여러 문예지에 기고한 글들을 함께 실었다. 문단 권력과 권위의식에 도전하며 치열한 논장을 벌였던 권씨의 ‘논쟁의 추억’이자 ‘실존적 보고서’다.
권씨는 “처음 논쟁의 불씨를 놓았을 때는 외롭고 힘들었지만 곧 저와 인식을 같이 하고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힘을 얻었다”면서 “완고한 문단권력에 갑자기 변화를 일으킬 수는 없겠지만, 치열한 논쟁 끝에 다양한 대안 세력들이 등장하는 모습을 볼 때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상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