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반포
어떤 이가 ‘배반포 단계’라는 말을 하기에 그게 무슨 말이냐, 산부인과 용어냐, 했더니 정말 모르냐, ‘수정란이 분할을 시작해서 줄기세포로 배양되기 이전 단계’란다. 황아무개가 가르친 국민교양이며 나만 모를 거란다. 배반포가 그런 말이군. 그놈의, 조작된 간첩 사건의 전모를 발표하는 공안검사 같은 목소리와 눈빛이 떠올라 잠시 미간이 찌푸려진다. 인간은 어느 단계부터인가? 어느 단계부터 인간이라 할 수 있는가? 수정란, 아니 난자 한 개라도 함부로 다루어선 안 될 생명이지만, 진정한 인간은 ‘부끄러움을 아는 단계’부터다. 바야흐로, 배반포보다 못한 놈들이 설쳐대는 배반포보다 못한 시절이다. 물론 그건 수많은 사람들의 피로 내쫓은 파시스트의 자리를 고스란히 자본에게 넘겨준 놈들, 모든 인간적 관계를 상업적 관계로 바꾸어버린 개혁우파놈들의 빛나는 성과다. 개혁우파놈들, 네놈들의 오만한 얼굴이 비굴함으로 가득할 날이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