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속의 세계 -하 - 우리는 어떻게 세계와 소통했는가
정수일 지음 / 창비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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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과 왕비에게 붙이는 '마마', 세자와 세자비를 가리키는 '마누라(마노라)', 임금의 음식인 '수라', 궁녀를 뜻하는 '무수리' 등 주로 몽골 출신 공주들의 활동무대였던 궁중에서 쓰는 이러한 호칭들은 몽골어에 그 어원을 두고 있다. '벼슬아치'나 '장사치', 속어인 '양아치'에서 어미 격인 '치'는 '다루가치'나, '조리치'(청소부), '화니치'(거지), '시파치'(매사냥꾼) 등 직업을 나타내는 몽골어의 끝글자 '치'를 취한 것이다. 매나 말과 관련된 '보라매', '아질게말'(망아지), '가라말'(검은 말) 등도몽골어에서 유래된 것이다. -131쪽

흔히 우리나라 3대 토주의 하나로 꼽는 소주의 연원을 고려시대로 알고 있는데, 다시 그 연원을 캐 올라가면 그 원조는 아랍에 가닿는다. 세 번 고아 내린 증류주라고 하여 이렇게 이름 붙여진 소주는 기원전 3000년경에 메소포타미아의 수메르에서 처음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 뒤 증류주는 오늘날까지도 중동아랍 지역에서 '아라끄'란 이름으로 줄곧 전승되어오고 있다. 그런 '아라끄'를 몽골군이1258년에 압바스조 이슬람제국을 공략할 때 아랍 무슬림들로부터 그 양조법을 배워와서는 일본 원정을 위해 한반도에 진출했을 때 개성과 안동, 제주도 등 주둔지에서 처음으로 빚기 시작했다. 원정군이 가죽 술통에 넣고 다니면서 마시는 '아라끄'를 공급하기 위해 고려인들이 만들어낸 것이 바로 고려소주다. 고려소주의 본산인 개성에서는 근세까지도 소주를 '아락주'라고 불렀다. 아랍어로 '증류'란 뜻에 어원을 둔 이 소주는 몽골어로 '아라킬', 만주어로 '알키', 중국어로 '아랄길주', 힌두어로 '알락'이라고 한다. 지금도 서아시아 일원에서는 '아락'이라는 우윳빛 소주가 유행하고 있다.-1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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