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놀이터에 갔다. 비누 방울을 크게 만들 수 있다는 슈퍼 비누 방울액과 함께. 2살짜리 딸아이는 뭐가 그리도 재미있고 신나는지 비누 방울 잡느라 야단이다. ‘팡~’ ‘팡~’. 무지개 빛 비누 방울을 터트리는 아이의 웃음소리와 바람에 이리저리 날리는 비누 방울을 보면서 어릴 적 세제를 물에 섞어 비누 방울을 만들며 놀던 기억이 떠올랐다.
보통 비누 방울은 투명하고 색이 없다. 하지만 앞으로 다양한 색을 띤 비누 방울을 만들며 놀 수 있다. 팀 케호에(Tim Kehoe) 발명한 색깔을 띤 주블(Zubble)이라는 비누 방울 때문. 놀라운 것은 이 색을 입힌 비누 방울을 만드는데 11년이나 걸렸다는 사실이다. 올해 35살인 그는 장난감 발명가. 주블은 파플라 사이언스(popular science)지의 2005년 올해 히트 상품으로도 선정됐다.
색을 입히는데 11년이나 걸렸다고?
비누 방울에 색소를 넣어 색을 입히는 건 쉽다. 하지만 색을 띤 비누 방울이 옷에 묻어 지워지지 않는다면 여기저기서 엄마들의 비명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색은 띠지만 옷에 염색 되지 않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없어질 뿐 아니라 인체에 해가 없는 염료를 만드는 일은 쉽지 않다. 주블이 11년이나 걸린 이유다. 주블에 사용된 염료는 람 삽니스(Ram Sabnis)라는 염료 화학자의 도움으로 만들어졌다. 주블에 사용한 염료는 락톤(lactone) 고리를 가진 화합물을 기초로 만들어졌다. 이 락톤 고리는 공기, 압력, 물에 매우 민감하다. 락톤 고리가 열려 있는 상태에서는 주블이 나타내는 색깔을 제외하고 다른 색깔의 빛은 흡수한다. 하지만 공기, 물, 압력이 가해지면 락톤 고리가 닫히면서 염료는 모든 빛을 흡수하게 된다. 즉 색깔이 없어지는 것이다.
케호에는 시간이 지나면 색이 사라지는 염료를 이용해 다양한 제품을 개발할 예정이다. 어린이 치약에 염료를 넣어서 아이들이 이를 제대로 닦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아이들 입을 물들인 색은 30초 후에 없어진다. 건물 벽에 칠할 페인트 색을 결정할 때도 이 염료를 이용하면 된다. 좋아하는 색을 벽에 칠해보고 결정하면 되니까. 물론 조금 있으면 벽에 칠했던 색은 마술처럼 사라진다.
'비누 방울에 색을 입히면 어떨까'하는 단순한 호기심에서 출발했지만, 11년 동안 끊임없이 연구하고 고생했을 케호에. 덕분에 우리 아이들은 색을 입은 비누 방울과 추억 쌓기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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