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말 최소사집 윗방에서는 희미한 석유 등잔 밑에 네 사람이 상투를 마주 모으고 앉았다. …“자들 까라고.” “서시(여섯끗).” 돌쇠는 성선이 앞에 놓인 돈을 좍 긁어 들였다.

완득이가 석 장을 까놓는 것이 일육팔 진주(다섯끗)였다. “난 일곱끗이야” 하고 응삼이도 석 장을 까놓으며 머리를 긁는데 돌쇠는 거침없이 응삼이 앞에 놓인 돈도 소리개가 병아리 움키듯 집어 들이면서 “청산만리일고주(靑山萬里一孤舟) 칠칠오 돗대 갑오(아홉끗) 흔들거리고 떠온다.” 툭 제끼는데 그것은 분명히 오칠칠 갑오였다. 응삼이는 두 눈이 툭 벌거졌다.’

소설가 이기영이 1935년 발표한 ‘서화(鼠火)’에는 당시 투전(鬪錢)판의 모습이 눈에 잡힐 듯 하다.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이나 나도향의 ‘뽕’처럼 당시 소설은 이런 노름판 풍경이나 노름꾼을 작품의 에피소드나 캐릭터로 흔하게 다뤘다. 예나 지금이나 노름은 생활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이고, 생활사의 매우 중요한 주제이다(별로 조명된 적은 없지만).

유승훈(36) 부산시립박물관 학예연구사가 쓴 ‘다산과 연암, 노름에 빠지다’는 아마도 고금의 우리 문화 속에 나타나는 도박의 역사를 통사적으로 정리한 최초의 저작물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은 출판사에서 의미 부여한대로 한국사 속 ‘호모 루덴스(놀이하는 인간)들의 발견’이다.

신라 시대 최상류 귀족들의 연회장이었던 경주 안압지에서 발견된 주사위는 당시의 놀이 문화가 지금과 별로 다를 게 없다는 점에서 놀라울 정도다. 1975년 찾아낸 이 목제 주사위는 4각형이 6면, 3각형이 8면인데 각 면에는 벌칙일 것으로 추정되는 문구가 새겨 있다.

술 세 잔 한 번에 마시기(三盞一去), 혼자 부르고 혼자 마시기(自唱自飮), 노래 없이 춤추기(禁聲作儛), 시 한 수 읊기(空詠詩過), 얼굴 간질여도 꼼짝 않기(弄面孔過) 등이다. 고려에서 조선 초까지 유행했던 격구(擊毬)도 내기를 걸었던 까닭에 단순한 운동 경기가 아니라 도박으로 이어지기가 단사였다. 유 학예연구사는 “당시 유흥 풍속과 놀이 문화의 발전은 귀족 계급의 성장과 무관하지 않다”며 “계급의 분화, 귀족 문화의 발전, 통치 계급의 부패 등이 도박이 발전하는 원인”이라고 풀이했다.

너댓 명이 둘러앉아 말판이나 종잇장을 들고 돈따기를 목적으로 벌이는 본격적인 노름은 조선 시대부터 유행했다. 주사위 두 개를 던진 뒤에 나온 수만큼 말을 움직여 승부를 가리는 쌍륙(雙六), 조선 후기 도박꾼을 사로 잡았던 투전, 일제 강점기 이후 지금까지 우리 생활에 깊이 뿌리내린 화투는 가볍게 즐기면 놀이고, 돈이나 재물 따위를 걸고 승부를 다투면 진짜 도박이다.

책 끝에서 저자는 도박에 얽힌 ‘흥미로운 일상의 역사’를 복원한다는 당초 취지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수많은 도박꾼들로 법석거리’로 세상에 한 마디 메시지를 던진다. 저자는 “현대에 들어서는 도박의 시장이 국가 권력의 용인 하에 비대해지고 있으므로 그 위험성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마당”이라며 “도박으로 인한 폐단 역시 개인의 문제이기보다는 엄연히 사회적 문제”라고 환기했다.

 

 

 

 

악마 천년의 역사’는 중세 중반부터 서양 문화 속에서 악마가 어떻게 표현되고 있는지 꼼꼼하게 살펴나간 책이다.

책을 쓴 프랑스 역사학자 로베르 뮈샹블레는 ‘악령은 서양 문화의 감추어진 부분, 말하자면 십자군 원정부터 우주 정복에 이르기까지 서양 문화가 만들어 내고 온 세상에 전파한 위대한 사상들의 정반대’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악마는 ‘수많은 문화적 경로들에 의해서 발생된, 매우 실제적인 집단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사탄에 대한 이미지가 처음으로 나타난 것은 13세기. 한때 인간을 속이기도, 인간에게 속기도 하던 인간적인 악마는 15, 16세기를 만나 마녀 사냥이라는 광적인 집착의 대상으로 바뀐다.

저자는 이 책에서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 등 수많은 악령 영화에서 만화의 주인공, 맥주 광고, 대중 음악, 혹은 도시의 정글에서 떠도는 소문까지 살펴보면서 악마의 역사ㆍ문화적 실체를 객관적으로 파악하려고 노력했다.

종교의 역할이 적지 않지만 악마는 서양 문명이 공동의 정체성을 구축하려고 노력하면서, 악마 이데올로기는 사회를 통제하고 개인의 의식을 감시하는 도구로 사용되었다는 흔적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사회정의에 대한 토론을 소설 형식으로 풀어 쓴 윤리학 책.

윤리적 추론을 거의 하지 않던 한 젊은이가 윤리학에 대해 토론하는 맥주집 '콜버그의 호프집'에서 개성 넘치는 사람들을 만나 논쟁적 사회문제에 관한 열띤 토론을 통해 윤리적으로 사고하는 체계적인 방법을 키워나간다.

윤리 상대주의 논쟁, 포르노 허용 문제, 매매춘 문제, 재산권 문제와 분배 문제 등을 주제로 한 논쟁을 통해 통념을 깨는 비판적인 윤리적 사고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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