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도 성공의 함정에 빠질 것이다
류한석(피플웨어 운영자) 2005/12/27
“자신의 성공을 자랑하는 것보다 성공을 잘못 이용하는 것은 없다. - 아서 펠프스”
올해 IT 기업 중 최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기업을 꼽는다면, 바로 구글일 것이다. 구글의 주가는 올해 초 주당 200달러를 넘어섰고, 지난 달에는 주당 400달러를 넘어서면서, 시가총액 1000억 달러에 이르렀다. 필자가 이 글을 쓰는 현재 시점에서는 주당 430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주식이라는 것이 기업의 미래 가치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구글의 높은 시가가 의미하는 바는 명백하다. 최고의 인터넷 기업인 구글에 사람들은 열광하고 있으며, 구글의 미래에 대해 거는 기대가 무척 크다.
미국의 한 펀드 매니저는, 지금까지 구글과 같은 종류의 기업은 한번도 본 적이 없다고 얘기한 바 있다. 지칠 줄 모르는 실적과 주가의 상승세, 그리고 마치 종교와도 같은 열광적인 대중들의 지지.
언론들 또한 앞다투어 구글에 대한 찬사의 기사를 싣고 있다. 지금의 분위기로는 그 끝이 없어 보인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필자도 구글을 몹시 좋아한다. G메일을 사용하고, 블로거를 통해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고, 구글 데스크톱을 회사의 노트북에서 애용하고 있다. 구글 검색을 업무에 상당히 많이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만일 구글 검색을 사용할 수 없다면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구글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증명하는 가장 대표적인 것은 바로 ‘채용’이다. 구글의 캠퍼스 리크루팅에서 대학생들은 (MS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의) 월등한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경력 사원들의 지원도 엄청나게 쇄도하고 있다. 국내 인터넷 기업 또는 대기업에서 일하는 필자의 지인들 중에서도 구글에 지원한 사람들이 몇몇 있고, 2시간이 넘은 전화 인터뷰 끝에 구글로부터 대면 인터뷰를 위한 실리콘밸리행 비행기 표를 받은 사람도 있다.
그 외에도 구글에 대한 열광은 여러 방면에서 증명된다. 개인 사용자들은 구글의 새로운 서비스를 열렬히 환호하며, 인터넷 기업들은 구글이 선보인 서비스를 흉내 내어 따라 하기에 급급하다. 구글은 검색 기술 및 광고 수익에 기반하여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는데, 따라 하는 기업들은 자신의 분야도 아니고 수익 모델도 없지만, 그저 구글이 하면 나도 한다는 식으로 따라 할 뿐이다. 가련함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여기까지만 본다면, 아마도 이 글의 주제가 마치 구글에 대한 또 하나의 용비어천가로 생각될 것이다, 하지만 이제 필자는 구글이 서서히 빠지고 있는 성공의 함정에 대해 얘기하려고 한다. 구글이 현재의 성공을 영원히 유지할 수 있을까?
구글에 보이는 불길한 징후들
필자는 전세계 최고의 인재들을 확보한(더불어 수조 원의 현찰을 확보한) 구글이, 앞으로도 무언가 유니크하면서도 수익 모델을 갖춘 서비스를 만들어 낼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그리 의심하지 않는다. 하지만 만일 자신의 전문 분야인 검색에서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겪게 된다면 어떨까?
유능한 기업들은 자신이 과거에 가장 잘했던 분야에서 가장 커다란 실수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자신의 성공 경험으로 말미암아 ‘교만’해지기 때문이다. 그러한 징후가 구글에게서도 발견되기 시작하고 있는데, 그것을 3가지로 정리해 보았다.
첫째, 자신의 성공을 무척이나 자랑하는 것이다. 물론 기업이 자신의 성공을 자랑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그것이 바로 PR(Public Relations)이다. 하지만 자랑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모든 사람이 칭송하는 기업이 스스로를 자랑하는 것은 얘기가 다르다. 그것은 구글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 수준을 우주 저 멀리 한껏 상승시켜 놓는다. 이제 사람들은 웬만한 것으로는 만족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자기애(나르시즘)에 빠진 기업이 적들을 양산하고, 단 한번의 중대한 실수로 인해 나락으로 떨어진 수많은 사례를 알고 있다. 과연 구글은 다를 것인가?
둘째, 엄청난 숫자의 신규 인원 채용과 그로 인한 부작용이다. 업계에서 구글의 직원 빼가기에 따른 잡음이 커지고 있다. 물론 급격히 사업이 확장되는 기업에게 있어서, 신규 채용 인력의 증가는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1년 만에 직원 수가 두 배가 된다면 어떨까? 구글은 하루 평균 10명 이상을 채용하고 있다고 한다.
직원들의 관리를 위해 관료주의의 문화가 싹트기 시작하고, 아무리 검증된 인력을 뽑았다고 하더라도 능력이 부족하거나 문제가 있는 직원들이 발견되기 시작할 것이다. 실제로 사용자와의 접점인 고객 지원에서 이미 그러한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또한 구글에 기존의 인력을 스카우트 당한 기업들은 분개하고 있다. 그들은 모두 구글의 진정한 적이 되었다. MS가 그랬던 것처럼, 동지는 없고 적들만 늘어나고 있다. 업계에서는 구글을 ‘인재 블랙홀’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한때 MS가 들었던 바로 그 별명이다.
셋째, 고객 지원에 있어 사용자들의 불만이 늘어나고 있다. 아마도 구글만큼 사용자가 문의하기에 곤란한 인터넷 기업도 없을 것이다. 초기 화면이 단순한 것은 컨셉이 그렇다고 치고, 구글 안내에 있는 문의 정보라는 것에 들어가 보았자 뉴스 그룹 형태로 글을 게시하는 정도이다. 물론 답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필자 또한 G메일의 명백한 버그 하나를 신고하였고, 얼마 전에는 ZDNET 기사를 위해 간단한 자료를 요청한 바 있지만 둘 다 어떤 응답도 듣지 못했다. 물론 모든 사용자들의 문의에 답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 기업은 없다. 하지만 구글은 달라야 한다고 필자는 생각했다. 그것이야말로 구글 스스로가 만들어놓은 사용자의 환상이다.
필자의 환상은 깨졌고, 이제 구글에 불만을 갖기 시작하였다. 그러한 사용자들이 점차 늘어날 것이다. 사용자들의 문의에는 제대로 답을 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자랑만 계속 해대는 것을 보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영문 사이트는 물론이고, 구글 한국 블로그와 구글 한국 그룹을 방문해본다면 그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구글에도 안티가 생길 날이 멀지 않았다.
어쨌든 구글은 구글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들로 인해 수익을 얻고 있다. 그러므로 버그에 대한 문의, 기사를 위한 간단한 자료 요청 정도에는 분명히 응할 책임이 있다. 안티를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거만하게 보이면 된다.
추가적으로 한 가지 더 살펴보자. 구글의 사업 철학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최근 구글이 AOL의 지분 중 일부를 10억 달러에 매입하였다는 뉴스가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지만, 사실 이것의 본질은 꽤 충격적이다.
지금까지 구글은 검색 대상인 컨텐츠를 직접 소유한 것은 아니었으며, 컨텐츠를 팔지도 않았다. 즉 검색 대상인 컨텐츠와 검색 서비스는 분리되어 있었다. 컨텐츠는 독립적으로 존재하고, 단지 구글은 컨텐츠를 인덱싱하여 사용자에게는 무료 검색을 제공하고, 업체들에게는 광고를 파는 형태의 사업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구글은 컨텐츠를 소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AOL의 지분 인수는 구글이 컨텐츠 기업이 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구글 매니아들은 인정하지 않을 지 모르지만, 사실 구글과 같은 아이돌 기업의 실적에 대한 압박은 엄청나다. 다음 번에도 반드시 히트를 쳐야 한다는 압박, 즉 그것은 바로 사람들에게 무언가 보여주어야 한다는 압박이다. 그로 인해 수많은 기업들이 사업을 다변화 하고, 초심을 잃고서 변하고 마는 것이다. 과연 구글은 “Don't be evil.”의 약속을 언제까지 지킬 수 있을 것인가?
지금까지의 구글은 컨텐츠와 광고가 분리된 깨끗한 서비스만을 제공하였고, 그것이 가장 중요한 매력 중의 하나였지만, 이제는 그것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상용 컨텐츠를 소유하게 되거나 또는 상용 컨텐츠를 통해 매출을 만들어내야 하는 상황에서, 구글은 과연 다른 기업과 다른 모습을 보일까?
해외에서는 이미 구글의 AOL 지분 인수 건에 대해, MS보다 더 사악해지려는 행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본질은 언제나 상당한 차이가 있다.
구글의 정직한 검색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사람이 성공을 가지고 할 수 있는 가장 바보 같은 짓은 그것을 자랑하는 것이다. 기업도 마찬가지이다. 그러한 행위는 안티들을 양산할 뿐이다. 그리고 경쟁자들은 트집잡을 무언가를 끊임없이 찾으며, 언젠가는 그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역사상 가장 빨리 성장한 기업인 구글도, 과거에 성공한 기업들이 흔히 빠진 함정에 빠져가고 있다. 관련 기업들이 두려울 정도로 사업을 계속 확장하고 있고, 고객 지원도 제대로 안 되는 상태에서 자신의 미덕만을 끊임없이 강조하고 있고, 업계의 인재 블랙홀로서 나쁜 평판을 얻어가고 있고, 결과적으로 동지는 점점 없어지고 적들만 늘어가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그것이 바로 과거에 MS가 걸어갔던 길이라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구글이 MS를 넘어선 최고의 IT 기업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소프트웨어의 독재자에 버금가는 인터넷의 독재자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현재의 몇 가지 징후들은 필자의 그러한 우려를 증명하고 있다.
만일 2년 뒤에도 구글이 현재와 같이 잘 나가고 있다면 다행이겠지만, 필자는 그러지 못할 상당한 가능성을 발견하고 있다. 구글이 자만심, 인재 블랙홀의 부작용, 고객 지원의 불만, 안티의 등장, 적대적 기업들의 양산 등 모든 성공의 함정을 극복하고, 얼마나 남다르게 성공을 유지하는지 한번 유심히 지켜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