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딸기 > 과학이 많으면 사기도 많다
"과학이 많으면 사기도 많다(More Science, More Fraud)."
미국의 뉴욕타임스가 20일(현지시간) 한국의 황우석 서울대교수 스캔들을 계기로 세계 과학계에 횡행하고 있는 실수와 기만을 꼬집는 기사를 실었다. 뉴욕타임스는 `글로벌 트렌드:과학이 많으면 사기도 많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세계 과학계를 뒤흔든 한국의 스캔들은 실수나 기만을 막을 수 있는 메커니즘보다 연구들이 앞서나가면서 생겨난 결과"라면서 "세계 과학계에서 앞으로 터져나올 것들의 한 징후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과학저널 `사이언스' 논문 게재에서부터 황교수의 연구실이 폐쇄되기까지의 과정, 2002년 미국 벨 연구소 논문조작 사건 등 근래 일어난 대표적인 과학 스캔들 등을 소개하면서 "1970년대 이후에 세계적으로 연구 프로젝트들이 급증하고 과학저널의 숫자도 늘어났지만 과학계 내부의 검증 메커니즘은 이같은 양적 확대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학 연구는 대개 3단계의 검증 절차를 거친다. 첫번째 거름망은 연구 기획 단계에서 작용한다. 과학자들의 연구계획을 놓고 각국 정부가 전문가들의 조언에 따라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것도 이같은 초기 검증에 속한다. 두번째는 과학저널들이 논문 게재 전 자체적으로 전문가들을 동원해 검토하는 것. 마지막으로 논문 발표 뒤 재연 실험을 통해 검증이 이뤄진다. 과연 논문에 실린 내용이 맞는지, 별도의 과학자들이 실험을 해보는 것이다. 그러나 1970년대부터 가장 최근의 황교수 사건까지, 일련의 스캔들들은 이런 검증 메커니즘 자체의 신뢰도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진단했다.
현재 전세계에서 발간되는 과학저널 수는 대략 5만4000여개. 그러나 저널이 늘어나고 연구자들의 숫자와 프로젝트 수가 모두 늘어나면서 이 방대한 연구 내용들은 철저한 검증을 거치지 못하고 있다. 또한 과학자들의 윤리의식도 연구의 진전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 미네소타 대학 등이 지난 6월 과학자 3427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분의1이 모순된 사실을 무시하거나 데이터를 조작하는 등 윤리적으로 문제가 되는 행위에 개입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황교수 사건의 경우, `문화적 차이'를 강조하는 정서 때문에 과학계 내부의 검증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과학저술가 마셀 라포예트는 "서방 과학계 내에서는 다른 문화권에 속한 이들의 연구에 대해서는 반박을 삼가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뉴욕타임스는 서울대가 특별 위원회를 구성해 황교수의 연구 성과를 검증하기로 한 것을 높이 평가하면서 "대학 당국은 사건의 전모를 제대로 밝혀낼 최상의 기회를 맞았다고 볼 수 있다"면서 "다만 외국의 전문가들도 조사에 참여토록 해 객관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