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령의 정원을 가꾸는 개미들

포름산으로 식물 공격, 거주환경 스스로 개척
2005년 10월 16일 | 글 | 강석하 / 인터넷 과학 통신원 충북의대 기생충학교실 연구원ㆍscattrev@hanmail.net |
 

네이처 9월 22일자에 게재된 미국 스탠포드대학 프레드릭손 연구팀의 악령의 정원 나무의 생태에 관한 연구논문.
아마존 유역의 열대 우림지역에는 ‘악령의 정원’이라고 불리는 숲이 있다. 악령의 정원은 한 종류의 나무인 히수타(Duroia hirsuta)로만 이루어져 있으며 다른 나무가 자라지 못한다. 이런 이유로 오래전부터 원주민에게는 숲의 악령이 그곳을 지배하고 있다는 전설이 전해오고 있다. 그러나 지난 9월 미국 스탠포드대의 대학원생 프레드릭손 연구팀이 악령의 정원에 숨겨진 비밀을 밝혀내 네이처에 발표했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히수타 나무가 다른 식물을 죽이는 화학물질을 내뿜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소나무나 개망초 등의 식물이 다른 식물의 성장을 방해하기 위해 화학물질을 내뿜었기 때문. 식물이 화학물질을 이용해 경쟁 식물의 성장을 방해하는 현상을 타감작용이라고 하는데 식물세계에서는 종종 관찰된다.

그러나 프레드릭손은 이 나무 줄기의 내부 공간을 집으로 이용하는 슈마니 개미(Myrmelachista schumanni)가 다른 식물의 성장을 방해하는 것은 아닐까 의심했다. 히수타 나무가 번성해야 개미의 터전도 늘어나기 때문에 개미가 다른 식물을 죽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연구팀은 개미가 범인인지 확인하기 위해서 악령의 정원 부근에서 잘 자라는 나무를 심고 일부 나무에 개미가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 그러자 개미가 접근하지 못하는 나무는 잘 자라는 반면 나머지는 말라죽었다. 이 실험으로 나무에서 나온 화학물질과는 관계가 없고 개미가 다른 나무를 죽게 한다는 프레드릭손의 가설이 입증됐다.

연구팀은 개미가 식물을 죽이는 데 포름산을 이용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포름산은 개미에게서 쉽게 볼 수 있는 독소로 이름도 개미의 라틴어 이름에서 유래했다. 포름산은 주로 개미가 적을 공격할 때 사용하는데 식물에게 포름산을 사용하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프레드릭손은 “개미가 다른 식물들을 죽임으로써 미래의 거주지를 개척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악마의 정원에서 일어나는 히수타 나무와 슈마니 개미의 공생 사례는 개미가 환경을 스스로 개척한다는 점에서 생태학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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