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왕국을 보다가 딸이 던진 질문이었다.. 

"왜 하마는 고기가 되었어?"


하마가 죽어버리자 그 살점을 먹기 위해 사자가 쭈삣거리며 기어오는 장면에서였다.

40cm의 이빨로 악어의 허리를 두동강 낼 수 있는 하마도 살아있을 때나 하마다.


"죽었으니까" 딸에게 해준 옆사람의 설명은 "그냥 그런거야"라는 말의 다른 표현이다. 

하지만 그 이상의 설명은 우리 둘이 하기 힘들다. 


죽었으니까. 더 이상 사자따위에 먹힐 포악한 하마가 아니니까. 

사자는 육식동물이고 하마는 먹을 수 있는 단백질 공급원에 불과하니까. 

하마는 사자 입장에서 고기인 것이야. 라고 하기엔 너무나 낯익은 장면 아닌가. 


인터넷에 떠도는 사진을 보니 동물들의 서열은 좀 복잡해 보인다.

악어가 톰슨 가젤를 물어뜯고, 악어는 하마의 입에서 축 늘어지고, 사자가 하마를 물고, 하마가 사자의 머리를 부수고, 코끼리가 하마를 밟고, 보아뱀이 사자를 돌돌 말고, 악어가 보아뱀을 물고 물 속으로 들어가는 사진들 속에서 고기는 누구의 이름이 아닌 모두의 이름이 된다. 

처음부터 우리에게 이름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고기를 먹으며 잠시나마 우리가 고기임을 잊으며 살고 있는 것만 같다.


죽음으로 어설프게 매듭지어지는 일들이 빈번하게 뉴스를 장식한다. 

'그냥 그런거야'라고 하기엔 우리 생활 속 깊히 파고든 권력과 관계의 등식이 

정답을 알 수없는 난제가 되어가고 있다. 

정의도 없고, 법치도 없고, 차라리 우리도 유체이탈 화법으로 살아간다면 편해지려나.. 싶지만.

이건 현실인걸.. 

 

노무현 6주기.. 

요즘 다시 드는 생각은 그의 죽음은 이 시대의 모든 이의 죽음에 수렴하고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내지 못한체 그들의 살점으로 끝을 맺은 그의 비극은

세월호까지 이어지고 다음 세대에도 고스란히 넘기고 있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민주적이라는 선거가 우리를 구원해 줄것인가?... 

이 선거가 정말 우리들 손에 의해서 공정하게 이뤄지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운 상황에서... 


하마는 왜....  고기가 되었을까.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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